16년간 삼부자뚝배기를 운영하는 정종윤 홍종예 부부
친정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음식 솜씨로 좋은 재료만 엄선해 요리
도가니탕·감자탕·곱창전골 등 전라도 음식처럼 푸짐하게 담아

‘자연에 정성만을 더해 모시겠습니다.’ 삼부자뚝배기는 손님들과 한 약속을 16년간 지키고 있었다. 좋은 음식을 대접하겠다는 장인정신이 깃들어 있었다. 손님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재료를 넣겠다는 마음 씀씀이가 보였다. 정직한 맛으로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겠다는 의지가 드러났다. 경기가 어렵고 해마다 물가가 오른다는 이유로 식당 운영을 하는 데 적당히 타협을 볼 수 있지만 삼부자뚝배기를 함께 운영하는 부부는 끊임없이 움직이고 움직였다.

가화지하차도 인근에 삼부자뚝배기를 운영하는 정종윤(67) 홍종예(66) 부부는 한결같이 손님들의 한 끼 밥상을 책임지고 있었다. 도가니탕, 왕갈비탕, 곱창전골, 감자탕, 갈비찜 등 이름만 들어도 군침이 도는 메뉴들을 직접 손으로 뚝심 있게 만들고 있다. 주방 일은 음식 솜씨 좋은 홍종예 씨가 맡고, 고추나 콩, 깨, 배추 등 갖은 재료들은 정종윤 씨가 밭농사를 해서 지어온다. 이밖에 필요한 재료들은 지역 내 마트나 상가에서 조달한다. 밑반찬부터 모든 메뉴가 홍 씨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다. 오는 손님들에게 최선을 다한다는 이들 부부의 이야기를 지난 4일 삼부자뚝배기 안에서 들어봤다.

전통뚝배기의 맛을 이어가는 (왼쪽부터) 정종윤 홍종예 부부.

■ ‘삼부자뚝배기에서 전라도 음식을 만난 것 같아요’

“2004년 6월부터 했으니까 가게 운영한 지는 오래됐죠. 예전에 경성만두 인근에서 했는데 군에서 주차장을 만든다고 해서 2016년 가을에 이곳으로 오게 됐죠. 어디 안 떠나고 옥천에서만 꾸준하게 한 거예요. 음식 솜씨는 친정어머니에게 배웠어요. 동네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잘 했어요. 세종시에서 식당을 하는 언니도 그렇고 집안 식구들이 음식에 일가견이 있거든요. 어깨너머로 배우면서 음식 노하우를 전수 받았죠. 변함은 없어요.”

16년 가까이 음식을 만들어온 자부심은 친정어머니로부터 대대로 이어져 왔다. 옥천에 돌아다녀도 음식을 못 찾았는데 삼부자뚝배기에 와서 ‘전라도 음식’을 만나서 좋다는 손님들의 호평 덕에 이들 부부의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반찬도, 메뉴도 아끼지 않고 후하게 대접한 게 비결이라고 한다. 혹시나 손님들이 맛없다고 하지 않을까 항상 귀 기울이며 식당을 처음 열었을 때의 마음을 잊지 않고 있었다. 음식의 자부심이 자만으로 이어지지 않았던 이유는 몸에 밴 성실함과 손님들을 향한 진심에 있었다.

“저희가 손님들에게 싹싹한 면이 있고요. 조미료가 익숙한 분들에게는 안 맞을 수 있는데 저희는 미원을 안 쓰거든요. 대신 각종 양념에 들어가는 매실액기스와 소금, 간장을 써요. 매실액기스는 1년에 20~30kg 정도 담거든요. 야채도 신선하고 싱싱한 것만 고르고요. 우리 아저씨가 점심 때 식당 일을 도와주고 거의 밭에 있다시피 하면서 농작물을 직접 재배해요. 그리고 보통 탕을 하면 일회용 쓰는 집이 있잖아요? 그런 거 일절 안 쓰고요. 김치도 우리 집에서 다 담아서 해요. 지난번에 아는 지인들과 김치 250포기 정도 담았어요. 반찬도 제 손을 거쳤고 음식도 맛있게 하니까 그걸 알아보신 손님들이 외지에서 찾아오세요.”

■ 넉넉한 인심과 맛깔나는 음식을 만날 수 있는 곳

메뉴 하나하나 설명할 때 음식의 애정이 묻어났다. 소내장탕과 곱창전골, 뼈다귀탕과 감자탕은 개인이나 단체로 먹느냐 차이지 ‘짝꿍’ 메뉴라는 것이다. 뼈다귀탕만 돼지고기를 쓰고 다른 메뉴는 소고기를 쓴다. 이중 소내장탕(8천원)과 왕갈비탕(9천원)이 인기 메뉴다. 모든 탕에 들어가는 구수한 육수는 몇 시간 사골을 푹 고아 만들었다. 삼겹살도 있어 회식하러 오기에 좋다. 특히 도가니탕(1만2천원)을 처음 주문한 손님들은 뚝배기에 들어간 두둑한 양에 깜짝 놀란다고 한다. 다른 식당은 도가니를 반으로 잘라 손님상에 내놓는데 삼부자뚝배기는 도가니 통째 하나를 1인분으로 주고 잘라 드시라고 가위를 준다.

이원면이 고향인 정종윤 씨와 세종시가 고향인 홍종예 씨는 1979년에 결혼하며 자연스레 옥천에 자리 잡았다. 슬하에 아들 둘을 두고 있어 삼부자라는 가게 이름의 의미를 짐작할 수 있었다. 마침 처음 식당을 열었을 때 위치가 삼거리라서 지은 거라며 홍종예 씨가 웃으며 말했다. 아들들은 결혼하고 경기도 부천, 충남 서산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아들들이 고등학교, 대학교 다닐 때 4~5년 가까이 식당 일을 거들어줬던 과거를 잠시 회상하며 말을 이었다.

“아이들은 자기 살길 찾으니까 좋으면서 서운한 것도 있었죠. 그때만 해도 취직이 잘 안 됐는데 대학교 졸업하고 바로 취직해서 나갔으니까요. 손자 둘에 손녀 하나 있는데 이제 유치원 다니고 그래요. 할머니 할아버지가 된 거죠. 우리가 옥천에 사니까 생각은 날 테지만 한창 일할 애들이기 때문에 아직은 옥천으로 돌아온다는 말은 없어요. 나중에는 올랑가 모르지. 정년퇴직하면 옥천이 고향이니까 올 수도 있고, 선산도 있고 부모님 할머니도 있으니까요. 우리 아저씨는 국제농업기계 다니다가 그만두면서 식당하려고 집도 사고 그랬어요. 지금도 식당 위에 2층에 살림집을 차렸는데 예전부터 내 집에서 했어요. 식당하면 돈 번다고 하지만 10년 전만 해도 나름대로 했지만 요즘은 힘들어요. 코로나가 있어서 그런지, 세상이 그런지 몰라도 그만큼 어려워요.”

■ “코로나가 사라지고 다같이 만나는 날을 꿈꿔요”

아들 둘을 먼 타지에 보내면서도 이들 부부가 지금까지 옥천에 있는 건 가족·친지간의 오고가는 정이 크다. 홍 씨는 옥천에 타이어 가게를 운영하는 사돈과 가까이 지내고 있다. 사돈이 심적으로 신경을 많이 써줘서 고맙다고 한다. 삼부자뚝배기는 오전10시에서 밤9시까지 연다. 쉬는 날은 정해져 있지 않고, 집안 경조사가 있을 때 문을 닫는다. 배달은 안 하지만 포장은 가능하다. 홍종예 씨와 정종윤 씨는 변함없이 손님들에게 최선을 다해 음식을 대접하고 싶다고 말했다.

“요새 코로나로 다들 힘들잖아요. 어려운 시기를 서로 협동해서 잘 이겨냈으면 좋겠어요. 편하게 움직일 날이 빨리 와야죠. 바라는 건 그거밖에 없어요. 지금은 사람이 사람을 경계하잖아요. 장사하는 사람으로서 그게 참 힘들어요. 옛날처럼 사람끼리 부대끼면서 서로 왕래했던 날이 오면 얼마나 좋을까요? 우리 모두 이겨냅시다!”

 

옥천읍 옥천로 1577, 733-5508
오전10시~오후9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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