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피우기, 곤충 표본 만들기... 옥천고 ‘이색’ 체험교육
학생들 “직접 체험하니 교과서·유튜브 속 세상과 또 달라”
마을 전문가와 학교 만나 ‘긍정적 순환’
옥천고 “지역 공동체와 다양한 교육과정 수립이 목표”

타닥-타닥캠핑용 부싯돌로 불 피우는 소리가 옥천고등학교 교문 옆 공터에서 들렸다. 18명의 학생이 삼삼오오 모여 모닥불을 피우고 있던 것. ‘학생들이 불장난을?’ 생각할 수 있겠지만, 엄연히 정글에서 살아남는법을 배우는 수업시간이다. 겨울 방학을 하루 앞둔 지난 16일 옥천고 1, 2학년을 대상으로 한 자기계발시기 마을연계진로체험이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진행됐다. 옥천 내 마을 전문가들이 진로 고민이 깊은 학생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옥천고의 이번 진로캠프는 굳이 도시에 사는 외부 강사를 부르지 않아도 지역 안에서 얼마든지 다채롭게 강의와 체험프로그램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진로는 옥천을 떠나야만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옥천 안에서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는 그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불 피우기부터 곤충 표본 만들기, 도예, 가죽공예까지. 학생들은 다양한 분야의 지역 전문가들을 만나 강의를 듣고, 직접 체험도 하는 소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의미와 재미까지 더한 옥천고 진로캠프 속으로 들어가 보자.

불 피우고, 곤충 표본 만들고... 교육과정에 없는 이색체험

영하 15도 한파도 진로체험을 향한 학생들의 열정을 식히지 못했다. ‘정글에서 살아남기수업을 맡은 너와두리 농촌캠핑장 김진성(43) 사무장은 추위에서 살아남기로 수업 명을 바꿔야겠다고 말했다. 김 씨가 불 피우는 시범을 보이자, 학생들의 눈이 한껏 동그래졌다. 4차례 정도 김 씨의 시범을 본 학생들은 4명씩 조를 이뤄 직접 불을 피우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학생들은 서로 합심해 하나둘씩 불을 피우는 데 성공했다. 활활 타오르는 불을 이용해 달걀도 삶았다. 추위로 허기졌는지 학생들에게 조별로 나눠준 30개짜리 달걀 한 판이 금세 동났다.

휴지와 잔가지로 불씨를 살리던 김시은(19) 학생은 코로나로 위기를 한 번 겪어 보니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야외에서 불 피우는 법을 익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수업을 진행한 김 씨는 “2019년부터 학교와 연계해 체험학습을 진행했는데, 그때마다 반응이 폭발적이었다고 말했다. 원래는 반합에 라면을 끓이고 잔불로 돼지 목살을 구워 먹으면서 야영의 매력을 느끼는 수업인데, 코로나 때문에 이번에는 달걀과 고구마로 대체했다고. 김 씨는 야영의 진면목을 학생들에게 제대로 못 보여주는 것 같아 미안하고 아쉽지만, ‘내년에 또 했으면 좋겠다는 친구들이 있으니 학교를 다시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곤충과 파충류에 관한 정보를 소개하고, 표본도 직접 만들어 보는 체험도 진행됐다. 평소 교실에서 볼 수 없었던 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 애벌레를 접한 학생들의 얼굴에는 신난 기색이 역력했다. 조심스럽게 사슴벌레를 만지던 정태영(18) 학생은 평소 곤충을 좋아해 관련 책들을 많이 찾아 읽었다라며 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 애벌레를 직접 만져보니 촉감도 좋고 매력적이다라고 말했다. 강의를 진행한 세산곤충체험농장 김사헌 대표는 생각보다 학생들이 곤충에 관심이 많고 코로나19 방역 수칙도 잘 지켜가며 강의를 따라주어서 놀랐다이번 체험으로 아이들이 곤충 관련 연구에 관심을 많이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생활에 유용한 도예와 가죽 공예를 체험하는 시간도 있었다. 학생들은 손끝으로 섬세하게 백자토를 빚으며 나만의 컵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그중 친구들 사이에서 금손으로 유명한 류지민(18) 학생은 홀로 화려한 모양의 꽃병을 만들고 있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꿈인 류 군은 찰흙 하나하나 쌓여가는 재미가 있다섬세하게 모양을 다듬는 일이 나와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의를 진행한 써니도예공방 송은선 사장은 창의적인 작품들이 학생들 손에서 많이 탄생해 깜짝 놀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송 씨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학생들에게 오히려 배우는 점이 더 많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은 바느질로 가죽을 꿰매 직접 에어팟 케이스를 만들기도 했다. 차분히 자리에서 한 땀 한 땀 바느질에 몰두한 학생들로 교실은 고요했다. 바느질을 처음 해본 임우정(19) 학생은 손으로 하나하나 실을 꿰매니 마음이 편해지고 집중력이 높아지는 기분을 느꼈다고 말했다. 예랑공방을 운영하는 송영희 씨는 강의 전 어떤 물건 만들면 좋을지학생들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송 씨는 학생들이 요즘 에어팟을 많이 쓰는데, 실생활에 필요하기도 하고 친구들에게 선물해주기도 좋아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말했다.

교과서·유튜브가 아닌, 마을 전문가 목소리 직접 듣는 소중한 경험

체험뿐 아니라 교과서나 유튜브에서 접하기 힘든 지역 전문가들의 다양한 강의도 들을 수 있었다. ‘엄마가 들려주는 마을 활동가 이야기강의가 한창인 교실 밖으로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실개천 마을학교를 운영하는 이은숙 활동가는 자신이 현재 마을 활동가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학생들에게 전하며 마을학교마을봉사에 관해 강의를 이어갔다. 이 씨는 우리 마을이 함께 여물어가는 공동체 마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아영(18) 학생은 선생님 말씀이 너무 생동감 있어서 재밌었다유튜브나 인터넷 세상에서 보던 것들과 사뭇 달랐다고 말했다.

다문화 가족을 이해하고 옥천군의 다문화 가족 지원 사업들을 학생들에게 소개하는 강의도 진행됐다. 지난해까지 옥천군 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을 지낸 공경배 씨는 이번 다문화 이해강의로 학생들이 다문화 가정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을 해소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며 특히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에게 학창시절은 가장 중요한 시기로, 학교에서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소외되지 않고 또래들과 잘 어울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의를 들은 서혜진(19) 학생은 다문화 가정에 관한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게 돼서 유익한 시간이라며 주변에 어려움을 겪는 다문화 가정 친구들을 보게 되면 군이 하는 다양한 지원 사업들을 소개시켜 줄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마을 전문가-학교 긍정적 순환’... 옥천고 다양한 교육과정 수립할 것

이번 마을연계진로체험을 기획한 옥천고 조선미 진로교사는 이번 체험이 마을과 학교 사이에 긍정적 순환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 마을에서 이런 일도 할 수 있구나라는 점을 학생들이 깨닫고, 마을 전문가 또한 학생들과 진로를 함께 고민하면서 전문성을 더욱 기를 수 있다는 것이다. 조 씨는 “‘마을연계진로체험이 마을 전문가와 학생에게 모두 힐링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옥천고는 앞으로도 마을의 다양한 전문가들과 함께 진로체험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단순히 초청강의에 그치는 게 아니라, 교과과정에 마을 전문가들의 다양한 강의를 녹여내겠다는 것이다. 옥천고 이성희 교장은 이번 마을연계진로체험은 고등학교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내용의 수업들로 구성됐다재능 있는 마을 전문가들과 함께 다양한 강의를 교육과정에 더 밀접하게 적용하고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옥천고 자기계발시기 마을연계진로체험에서 진행된 강좌 목록.

[체험 프로그램]

실생활과 관련된 가죽공예 송영희 활동가

꽃과 함께하는 심리, 정서 방역 김지혜 활동가

정글에서 살아남기(야영 활동의 기초) - 김진성 활동가

전통문화와 자개 공예 유윤미 활동가

POP 예쁜 손 글씨쓰기 강설희 활동가

곤충 및 파충류 체험 김사헌 활동가

홈카페(드립백&마카롱) - 김소희 활동가

생활도예(나만의 컵 만들기) - 송은선 활동가

퍼스널컬러(나만의 색 알아보기) - 권영숙 활동가

[특강 프로그램]

옥천순환경제공동체를 통해 본 주민

공익활동과 사회적 경제 정순영 활동가

쫄지마 청춘 장경수 활동가

보드게임을 이용한 세대공감 김혜영 활동가

옥천신문과 청소년기자단 황민호 활동가

충북도립대학교 메이커스페이스 김평중 활동가

다문화의 이해 공경배 활동가

엄마가 들려주는 마을활동가 이야기 이은숙 활동가

청년 실업가의 지역기업 창업스토리 박준우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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