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규

칼에 벤 너의 손가락을 핥는다
목구멍에 걸리는 고기냄새
둥근 솥에서 고깃덩어리를 건지고
너는 내 앞에 앉는다

내일은 커다란 짐승을 물어오리라
아무리 먹어도 배부르지 않은 비린내가 너를 허기지게 만든다
근육은 긴장하고 
나의 이빨은 초식동물을 기다릴 것이다
사슴의 목을 찢어놓으면 샘솟는 피,
따뜻한 피를 마시며
뱃속의 새끼는 꼬물거릴 것이다
사내아이를 낳으리라 다 자라도
응석을 부릴 것이므로 너는 커다란 것으로

두 마리의 짐승을 길러야 한다
시체로 가득 찬 너의 뱃속
새끼가 숨을 몰아쉰다 기름 심지를 누르고
너의 몸에 새겨진 흉터를 핥는다

으르렁거리던 두 마리 짐승,
잠에 취한 그림자가 천장에서 춤을 추고
칼자루마다 새겨진 사슴의 무리
방 안을 뛰어다닌다
뱃속의 아이가 발길질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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