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얘기엔 엔딩 따윈 없어/김도현

내가 중학교 1학년 때 우리집 신발장에는 아빠의 담배가 10보루씩 쌓여 있었다. 아빠는 항상 담배 1보루를 뜯어서 9갑은 그냥 던져 놓는다. 그래서 나는 정말 순수한 호기심에 ‘아빠가 담배 한 갑 정도는 없어져도 모르겠지’ 하는 생각으로 담배 한 갑을 훔쳐서 우리 동네 공터에 가서 피웠다. 처음 한 개비는 기억은 안 나지만 목이 많이 따가웠다. 나는 거기서 멈췄어야만 했는데 그 기분이 너무 싫어서 다시 한 개비를 꺼내서 입에 물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두 번째에는 목도 하나도 안 아프고 아무 생각 없이 구름 위에 떠 있는 것만 같았다. 나는 그 기분이 좋아서 저녁마다 몰래 아빠 담배를 피웠다. 그러다 중학교 1학년 여름 우연히 형들이 내가 담배를 피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나는 형들과 학교 끝나고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같이 담배를 피웠다. 그러면서 나의 흡연량도 점점 늘어났다.

2학년이 되고 3일 뒤 아침 학교 담벼락 뒤에서 담배를 피우다 학생부장 선생님께 걸리고 말았다. 처음에 선생님은 나에게 담배를 어디서 구하고 어디서 피우고 또 누구와 같이 피우는지 정말 꼼꼼하게 물어보셨다. 그러고 나서 종례 때 선생님은 나에게 “내가 너희 부모님께 전화드리지 않을 테니 네가 알아서 어머니께 꼭 말씀드려라.” 라고 말하셨다. 

그래서 나는 엄마와 나 그리고 누나와 같이 간 나들이에서 누나 몰래 조용한 카페에서 엄마한테 말씀드렸다. 엄마는 내 생각 외로 굉장히 침착했다. 그래도 엄마는 내가 담배를 필 줄은 상상도 못 하셨다며 굉장히 슬퍼하셨다. 엄마는 카페에서 내가 꼭 금연을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셨고 나는 그 약속을 지키는 데 1년이라는 아주 긴 시간이 걸렸다. 

중학교 2학년인 나에게 담배는 내 몸을 그다지 많이 해치지는 않았다. 딱히 체력이 안 좋아지거나 피부가 노화되거나 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담배라는 것은 나에게 휴식시간과 스트레스 해소라고 여겨졌다. 

그래도 나는 그 모든 것을 내팽겨치고 엄마와의 약속과 내가 15살 때 담배를 피운다는 것은 전혀 떳떳하지도 않고 모두가 손가락질할게 뻔한 행동이기 때문에 담배를 끊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2018년 7월 중순 쯤 시작해서 현재까지 담배를 참고 있는 중이다.

내가 담배를 끊고 나니 축하한다면서 나에게 선물을 보내주는 사람도 있고, 그 어려운 금연을 자기 친구가 해냈다며 자랑스러워 하는 친구도 있었다.

우리 엄마는 1년 내내 내가 담배 피우는 것이 엄청 스트레스여서 내가 밖에 나갔다 올 때마다 신경 쓰인다고 하셨다.

하지만 지금 엄마는 ‘연세대 간 누나보다 금연에 성공한 내가 더 자랑스럽다.’고 하셨다. 또 내 친구들도 다 담배를 안 피우는데 이제 더 이상 내 옆에서 담배 냄새를 맡지 않아도 된다고 좋아했다.

나에게 금연은 17년 인생 중 제일 큰 고통과 성공 경험이었다. 그래서 나는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그래 나는 정말 어렵다는 그 금연도 성공했어.’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마음을 먹고 어떤 힘든 일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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