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선수들 배출한 ‘배구 명가’ 옥천에서 여자배구동호회를 만들다
‘어느새 하나 되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선수들 못지않은 옥천군민들의 배구 사랑

여럿이 하나로 뭉쳐 땀을 흘리는 경기 ‘배구’. 쉬워 보이지만 동작 하나 하나가 화려하고 역동적이다. 축구, 야구, 농구와 함께 4대 스포츠라 불리며 현재 가장 인기 있는 겨울 스포츠 중 한 자리를 꿰차고 있다.

옥천은 사실 정통 배구의 고장이다. 삼양초-옥천중-옥천고 배구부의 라인업은 매해 전국대회가 열릴 때마다 우승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이름이 오르내리곤 했다. 옥천 출신 김세진, 한성정 선수 등 유명 배구선수들이 옥천 출신인 것도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엘리트 체육말고 생활체육으로서의 배구는 확산세가 이보다 더디다. 전통의 아마추어 배구동호회 XTM과 배사모 등이 아마추어 동호회의 명맥을 이을 뿐이다. 생활체육이 탄탄해야 엘리트 체육이 힘을 받을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재미와 일상으로 경험한 스포츠가 좋은 선수를 낳을 수 있는 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초 창단한 옥천 유일의 여자배구팀 ‘배바라기’의 출현은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현재 ‘배바라기’의 회장을 맡고 있는 이미숙씨는 평소 정구, 배드민턴, 족구 등의 구기 종목을 즐겼으나 단 한 번도 접하지 못한 종목이 있었다. 바로 배구다. 배구의 ‘배’자도 몰랐던 이미숙씨는 3년 전부터 우연히 배구의 매혹에 흠뻑 빠져 발벗고 창단을 도왔다. 선수 출신도 아닌데 무작정 배구가 하고 싶어서 사람들을 끌어모았다. 한명 두명씩 모여들었고 XTM남자 배구동호회 곁방살이를 하다가 올해 초 드디어 독립을 한 것.

‘배바라기’ 이미숙 회장

■ 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배구의 매력

이미숙 씨는 처음 배구를 시작했을 때엔 무섭지 않느냐 손목은 아프지 않느냐는 둥 주변인들에게 걱정을 샀다. 심지어 열띤 연습으로 멍든 팔을 보고선 어디서 맞은 건 아니냐는 소리를 듣기도. 허나 배구를 접한 동호회 회원들은 ‘막상 해보니 재미있다.’ ‘여럿이 하는 운동이라 외롭지 않다.’ ‘걷기, 헬스 등은 지루한 반면에 동작의 종류가 다양하며 움직임이 많은 배구는 지루하지 않아서 좋다.’ 등 긍정적인 반응이다.

‘배바라기’는 올해 초 창단한 신생팀이지만 매주 2회 월, 목요일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두 시간동안 실력을 갈고 닦아 여러 대회에도 출전하고 있다. 조광훈 코치와 이승우 코치, 그리고 유두희 코치, 세 분이 계시며 실력에 따라 단계별로 나누어 연습할 수 있어 효율적이다. 코치들 또한 옥천 여자배구 동호회 활성화에 큰 보탬이 됐다.

■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감

현재 이미숙 씨는 ‘배바라기’에서 세터를 맡고 있다. 원래는 중위에서 수비를 했지만 세터 자리가 비어서 그 빈자리를 메꾸게 됐다. 배구에서 경기 운영을 주도하는 ‘세터’. 세터의 토스웍에 따라 경기가 좌우되기도 한다. 중요한 포지션인 만큼 이미숙 씨도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처음 리시브가 엉망이면 정확한 세트가 어렵다.’ ‘그렇게 볼을 제대로 올려주지 못할 때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평소 연습을 할 때에도 ‘코치님들에게 많이 혼난다.’며 ‘어떤 운동이던지 폼이 예뻐야 한다. 타점이 낮으며 손가락에 힘이 없다 등...’의 이야기를 주로 듣는다. 이렇듯 심적으로 부담이 되는 중요한 포지션임에도 활약을 할 수 있었던 이유로 ‘무엇보다 자신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미숙 씨는 배구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프로 배구에도 자연스레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응원하는 팀은 천안 현대캐피탈이며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리베로 여오현 선수. 여오현 선수의 수비하는 모습이 멋있어서 응원하게 되었다고. 또, ‘상위권 팀보단 꾸준히 노력하는 중하위권 팀에 더 마음이 간다.’고 덧붙였다. 여자 프로 배구에서는 비교적 연고지가 가까운 대전 KGC인삼공사를 응원 하고 있다. 인삼공사 역시 꾸준히 중위권에서 순위 경쟁을 하는 팀이다. 그리고 v 리그 개막 이후 10연승을 달렸던 ‘흥국생명을 gs 칼텍스가 역전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 야속하기만 한 코로나 19

서로 서로 팀에 보탬이 되며 동호회 활동을 이어나가던 가운데, 옥천군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12월 중순부터 2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동호회 활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거리두기 격상 이전에도 회원들은 ‘사실상 주 2회는 너무 적다.’며 주 3회로 횟수를 늘리거나 대전으로 배구를 배우러 다닐까 하는 고민을 할 정도로 배구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 이에 이미숙 씨도 배구에 대한 흥이 올라왔을 때 같이 이끌어 나가지 못함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앞으로 코로나19 사태가 나아진다면 더욱 옥천 배구 저변 확대에 대해 힘 쓸 것’ 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 옥천에서의 새로운 삶, 새로운 일터

고향이 대구인 이미숙 씨는 결혼 이후엔 보은 보덕중학교에서 오랜 기간 실무사로 일했다. 옥천으로 이사를 와서도 보은으로 출퇴근을 하며 근무를 이어 나갔다. 그러나 세월을 거듭할수록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선생님들에게 부담을 줄까 걱정이 되어 퇴직을 결심한다. 정년퇴직 전에 옥천에 자리를 잡고 싶은 마음 또한 있었기에 가능한 일. 그리하여 이미숙 씨는 정든 학교를 떠나 2018년 8월 옥천농협 건너편에 핸드폰가게를 차렸다. 옥천에서의 새 출발을 하게 된 것. 요즈음 일부 가게에서는 단골손님이 아니면 불친절한 반응을 보이거나 융통성 없는 운영을 하곤 한다. 그렇기에 더욱 이미숙 씨는 ‘어르신들을 볼 때면 마치 어머니 아버지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더욱 친절하게 대하고 있다.’ ‘입에서 냄새가 날 정도로 열심히 설명한다.’ ‘원래 일요일은 휴무지만 장날에는 찾는 사람이 많아 운영을 한다’고 말했다. 이에 손님들도 ‘친절하고 꼼꼼한 설명 덕에 자주 찾아온다’고 답했다. 오늘도 이미숙 씨의 핸드폰가게에는 어르신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 배구 동호회만큼이나 핸드폰가게에도 놓치지 않고 열정을 쏟는 모습이 참 멋있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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