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가까이 대전에서 미용실 운영하다가 옥천 오게 돼
신영자 대표 “당분간 휴무 없이 일하며 옥천에 적응할 예정”
아들과 미래에 함께할 며느리와 함께 미용실 운영하는 게 꿈
오래 일하다 보니 관절 많이 안 좋지만 남편 덕분에 버텨

나와 잘 맞는 미용실을 찾는 행운은 얼마나될까? 대도시권 인구 밀집 지역에 있는 미용실이라도 자기 스타일과는 맞지 않을 수 있고, 젊은 미용사의 트렌디함만큼 30년 경력 미용사의 노련함도 중요한 요소다. 대전에서 30년 넘게 미용실을 운영하다가 자연을 찾아 옥천군 옥천읍 장야 4길 26-1 2층, 장야초등학교 정문 옆에 지난 4일, 미용실을 새로 개업한 ‘신헤어#’ 신영자 대표 부부를 만났다.

지난 4일 옥천읍 장야 4길 26-1 2층, 장야초등학교 정문 옆에 미용실을 개업한 신영자 대표 부부

■ ‘첫 사랑’ 남편과 함께 해온 미용 인생 30년

미용 면허를 1996년에 취득하고 몇 년 뒤 대전에서 첫 미용실을 개업해 30년째 미용 인생을 보내고 있는 신 대표는 몸이 예전보다 안 좋아져 남편과 함께 자연을 찾아 옥천으로 왔다고 한다. 직원을 따로 두지 않고 혼자서 오래 일하다 보니 어깨, 손목 등 관절에 무리가 간 것이다.

회사 생활부터 장사까지 다양한 일을 하다가 지금은 안남에서 대추 농사를 짓고 여러 봉사활동을 하며 지낸다는 남편과는 20대 초반에 만났다. 해병대 출신의 화끈한 성격에 반한 것이다. 30년 넘게 자기 일도 있지만, 퇴근하면 항상 가게에 와서 바닥 청소부터 파마 도구인 ‘롯트’ 정리, 수건 개기 등 많은 일을 돕는 남편이 그에게 버팀목이다. 말로만 듣던 ‘첫사랑과의 결혼생활’이라니. 집, 차, 연애, 결혼, 꿈 모두 포기한다는 N포 세대(N가지를 포기한 세대)가 보기에는 부러운 모습이다.

“그때는 제가 어렸잖아요. 한순간에 넘어갔어. 신랑 성격이 되게 화끈해요. 듬직하고 성격 좋고. 그런데 살다 보니까 너무 화끈한 것도 안 좋더라고. 성격이 불같아서 별로일 때도 있지만 오래 살았으니까 그러려니 하는 거죠. 남편이 꼼꼼해요. 제가 하는 뒷일은 아저씨(남편)가 많이 도와줘요. 나이 차이는 3살밖에 안 나요. 남편 머리숱이 없어서 다 밀어서 그렇지.”

신 대표는 결혼하고 22살에 1년 터울의 두 아이를 낳았다. 미용은 5년이 지난 27살에 배우기 시작했다. 함께 학원 다닌 동기들은 대부분 시간이 흐르며 미용 일을 그만뒀지만, 그는 빠르게 적응하며 지금까지 미용 인생을 걷고 있다.

‘먹고살려고 시작했다’는 남편 말과 달리 어렸을 적부터 미용사가 꿈이었다. 본인 미용에는 관심이 크게 없지만, 손님 커트는 대부분 만족시킬 만큼 자신 있다. 연예인을 중심으로 헤어스타일이 워낙 다양해져 미용 책자나 미용 협회·지회에서 주최하는 세미나를 참석하며 유행을 따라간다. 손님 중에는 젊은 층 위주로 연예인 사진을 보여주며 특정한 헤어스타일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두렵지 않다. ‘긍정적인 생각’과 ‘꾸준한 배움’이 무기이기 때문이다.

“다시 태어나도 미용사를 할 것 같아요. 익숙하잖아요. 노하우가 있냐고요? 손님이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요구하면 최대한 맞춰주는 게 노하우라면 노하우죠. 어떤 요구 없이 그냥 자기 얼굴 스타일에 맞게 해달라고 하면 좀 힘들어. 얘기해 주는 게 저한테는 낫죠.”

다른 직업은 꿈꿔보지 않았다는 그는 미용실에서 만족하는 표정으로 나가는 손님 모습에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30년 넘게 미용실을 지키는 이유다. 손님이 원하는 스타일이 무엇인지 묻고, 얼굴형에 따라 커트를 달리하며 손으로 마법을 부린다. 머리 감겨 드리고 손질까지 서비스하는 건 기본이고 두피 마사지도 전문적으로 배워서 나중에 선보일 예정이다.

때로는 과하게 불평을 쏟아내는 손님도 있고 퇴근 시간에 찾아오는 손님도 있다. 하지만 그는 힘들지 않다. 손님이 늦게 미용실을 찾더라도 그만한 사정이 있겠다고 여기며 퇴근 시간을 늦춘다. 손님들에게 미용실은 털어놓기 힘든 이야기와 솔직한 감정을 푸는 상담소이자 바쁜 일상을 잠시 내려놓는 소중한 ‘쉼터’이기 때문이다.

‘신헤어#’ 실내에 있는 미용도구들
‘신헤어#’ 실버 전경

■ 손님에겐 ‘상담소’, 미용사에겐 ‘고해소’

미용사는 손기술이 필요한 ‘기술자’이면서도 ‘감정 노동자’이기도 하다. 택시 기사가 라디오를 들으며 정치 박사가 돼 손님과 정치 얘기를 떠들 듯 미용사는 여러 고객의 인생 얘기를 들으며 비공식적 상담사이자 고해성사를 봐주는 ‘신부’가 된다. 주로 신 대표 나이대 여성들의 가정사가 이야기 소재다.

“남편 욕도 하고 아이 욕도 하고 그러지. 다른 데서는 털어놓지 못할 얘기를 미용실에 와서 하는 거지. 저는 다른 사람한테 발설하면 안 되잖아요. 듣고 맞장구만 치는 거죠.”

손님과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서로 가까워진다. 친밀도가 높아지며 단골이 는다. 대부분 신 대표와 비슷한 성격, 비슷한 연령대다. 그는 “미용실에서 막 수다 떨고 그런 분이 있는가 하면 조용하게 자기 얘기하는 분도 있다”며 “데이터를 측정할 수는 없지만 30년 지켜본 결과 대부분 나와 비슷한 성격인 분이 미용실을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코로나 빨리 종식됐으면”

지역 연고가 없기 때문일까? 옥천에도 코로나 확진자가 조금씩 늘어서 그럴까? 개업한 날 손님은 한 명도 없었다. 연락조차 아무도 없었다. 신 대표는 월요일만 쉬고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미용실 문을 열 계획을 갖고 있지만, 당분간은 쉬지 않고 일할 생각이다.

“이사 오기 한두 달 전쯤 코로나가 전국적으로 확산했잖아요. 손님이 많이 줄었죠. 건강도 챙길 겸 3개월 정도 쉬다가 옥천에 개업했어요. 코로나 이후에도 타격이 엄청 크지는 않았는데 앞으로가 문제지. 손님 없어도 가게 세나 임대료는 내야 하니까...”

‘신헤어#’ 인근에는 경쟁자이자 업계 동료인 미용실이 4군데 더 있다. 그는 “옥천에 저희가 찾는 한도 안에서는 가게를 차릴 곳이 많이 없었는데 이 근처에 가게가 났다고 해서 와 보니 학교 앞인 데다가 아파트도 몇 동 있었다”며 “힘들겠지만, 열심히 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그에게 폐업 신고로 받은 재난지원금 50만 원은 미용실을 새로 개업하는 데 큰 보탬이 됐다.

정든 대전을 떠난 아쉬움도 크다. 미용 일을 처음 시작한 20대 후반에는 3년 정도 매출이 나오지 않아 힘들었지만, 그 이후에는 꾸준히 매출이 늘었다. 이사 오기 직전 10년 동안 운영한 미용실은 눈코 뜰 새 없이 손님이 많았다. 점심, 저녁까지 못 먹으며 일해서 손님이 간단한 요깃거리를 사서 입에 넣어 주기도 했다. 정든 단골과 일일이 작별 인사를 하고 온 그는 “오래 일한 가게를 떠난다니 많이 아쉽다”며 “옥천까지 찾아오겠다는 손님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정든 손님들이 가게를 닫는다고 서운해하는 모습을 보니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는 않았다”며 눈시울이 붉어진 채 말했다. 그리운 대전과 반가운 옥천 주민에게 새해 소망도 덧붙여 말했다.

“코로나19 때문에 많이 힘들잖아요. 조금만 더 힘 내면 백신 주사도 나오잖아요. 함께 지금 힘든 상황을 잘 이겨내길 바랍니다.”

‘신헤어#’ 미용별 가격

■ 결혼 앞둔 작은아들도 엄마와 같은 길 걸어

신 대표의 작은 아들도 미용사다. 큰 아들은 작년에 결혼했고, 작은 아들은 미용사 여자친구와 내년에 결혼할 계획이다. 그는 “제 모습을 보고 미용사를 선택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아무래도 그 영향이 없지 않아 있겠죠?”라며 아들 자랑을 시작했다.

“아들도 미용 일을 재밌어해요. 군대 가기 전에 미용을 배우다가 전역하고 바로 실전 업무에 들어간 거지. 제가 볼 때는 자기 가게 차릴 만큼 실력도 좋아요.”

그의 작은 아들은 대전 우송대학교 앞에서 미용실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신헤어#’을 개업하기 전 옥천에 와서 동업하자고 제안을 했지만, 작은 아들은 지금은 미용을 더 배울 때라며 거절했다. 그는 미용사 선배이자 엄마로서 작은 소망이 하나 있다.

“아들 둘 다 건강한 게 최고죠. 작은 아들에게 미용 선배로서 한마디 더 하자면 힘들더라도 잘 견뎌서 자기 가게도 냈으면 좋겠어요. 나이가 많아지면 힘들기는 하겠지만 기회가 되면 아들이랑 미래 며느리랑 같이 미용실 내면 참 좋겠죠.”

주소 : 충북 옥천군 옥천읍 장야 4길 26-1 2층 장야초등학교 정문 앞

영업 시간 : 오전 10시 - 오후 8시 / 휴무 : 월요일 예정

전화 : 043-733-3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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