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자서전 ‘내 삶도 역사의 한 조각’ 출판 기념회 열려

배바우도농교류센터에서 아주 특별한 출판 기념회가 열렸다. 특별하다고해서 이름 날리는 작가나 유명인사의 책 출판 기념회인가 싶지만 그렇지 않다. 누구도 기록하지 않는, 한 평생을 억척같이 살아온 민초들의 이야기를 엮어 만든 특별한 자서전의 탄생을 축하하는 출판기념회다.

지난 18일 금요일 오전 10시 30분 안남어머니학교 학생들이 배바우도농교류센터에 모였다. 이날은 안남어머니학교 학생들의 일생과 학교에서 배운 것들을 녹여낸 결과물들이 실린 자서전 <내 삶도 역사의 한 조각>의 출판 기념회가 열리는 날이다.

안남어머니학교 자서전 <내 삶도 역사의 한 조각>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옥천문화원이 시행하는 ‘2020 어르신문화프로그램’ 어르신&협력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작되었다. 제작작업은 사회적기업 고래실에서 진행했다.

자신들의 일대기와 사진, 글짓기 작품이 실린 자서전을 받아든 안남어머니학교 학생들은 책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옆자리에 앉은 동무들과도 서로의 사진을 비교해보며 누가 더 잘 나왔는지, 어디 이상한 데는 없는지 꼼꼼히 살펴봤다. 어떤 학생은 자신의 시 작품에 편집 실수가 있었다며 아쉬워하기도 하고, 다른 학생은 사진이 잘 나왔다면서 웃음꽃이 만개하는 등 터져나온 반응은 제각각이었지만 자신들의 이야기가 기록된 책이 나왔다는 것 자체에 대한 기쁨은 매한가지였다.

안남면 지수리에 산다는 김광자(80) 학생은 “우리처럼 글을 모르는 사람들도 어머니학교를 다니면서 글을 배워 자기 마음을 표현한다는 것 자체도 뿌듯한데 이렇게 결과물로 나와 받아보니 보람차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안남면 청정리에 사는 이갑순(85) 학생은 “자서전이 아주 잘나왔다. 젊은 사람들이 우리 할머니들 공부한 것을 가지고 책을 내줘서 감사하다. 옛날 같았으면 집에서 일만하고 살았을텐데 밖에 나와서 공부도하고 이렇게 어울리니 너무 좋다”고 말했다.

이날 안남어머니 학교의 자서전 출판을 축하해주기 위해 옥천문화원 김승룡 원장은 자서전 인사말을 통해 “여러 어르신들의 소중한 말씀이 작은 역사를 만들었다”며 “사람이 가진 큰 능력 중 하나인 ‘전승하는 능력’을 발휘해 이를 미래 세대에 남겨 소중히 간직하겠다”고 말했다.

안남어머니학교 송윤섭 교장은 “2003년도에 어머니학교를 시작하고 농사짓는 사람들이 꾸려가다보니 기록하는 것들에 익숙지가 않았다”며 “지역의 젊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억척스럽게 살아온 민초들의 이야기를 글로 남겨질 수 있도록 해줘서 큰 힘이 되고, 앞으로도 지역에서 이런 일들이 지속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안남어머니학교는 자서전 출판 기념회와 더불어 겨울방학식까지 진행됐다. 올 한해 코로나19 여파로 긴 휴강기간을 거치고 나서야 지난 5월26일 재개강을 한 어머니학교지만, 코로나19 재유행 속에서 겨울 휴식기를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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