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순 (청산면 지전리)

지난 몇 달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릅니다.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 아버지의 부재....

49제를 지내고 돌아오는 길에서도 믿고 싶지 않은 아버지의 부재..

가족 모두의 하늘이 무너진 슬픔 앞에 통곡하고 오열하고 큰소리로 불러보아도 대답없는 아버지...

어릴적 당신이 뛰어놀던 앞마당이 훤이 보이는 선산에 잠들고 계신 아버지....

우리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던 아버지의 부재였습니다.

장례식장, 부고장 조문객, 화장터, 비석, 삼우재, 49제... 그 엄청난 낯선 단어들을 어쩌면 우리는 애써 잊고살려 했었는지 모릅니다.

아버지는 항상 우리들 곁에 조용히 그러나 커다란 힘으로 굳건하게 지켜주실줄 알았습니다.

친정집 삽짝 문 앞이 보일라치면 두근거리던 가슴... 저만치서 우리들이 오는걸 지켜보고 계시던 아버지가 현관문을 열고 걸어오시던 모습.

“왔냐... 잘왔다” 짧은 한마디 인사로 반가움을 표현하시며 괜시리 헛기침을 하시며 광으로 가시던 아버지... 얼마 후 들어오신 아버지의 손에 들린 홍시와 고구마 그리고 감말랭이 등등...

자식들을 위해 주전부리를 만들어 놓으셨다 슬그머니 거실 탁자 위에 내려놓으시던 아버지...

말씀은 없으셔도 깊은 정이 뚝뚝 묻어나던 아버지의 짧은 한마디와 투박한 몸짓 하나하나가 이리도 생생한데...

“아버지 맥주 한꼬푸 드릴까요? 

“그래 한잔 마시자 !”

딸이 사온 맥주를 시원하게 들이키시며 “카~~ 시원하다!!” 하시던 아버지...

“누덜이나 와야 맥주 한잔 얻어먹지 니 어메는 생전 맥주 한빙을 안사준다.. 허허허” 하시던 아버지....

밖으로 안으로 연신 들락거리시며 방은 따뜻한지 불편한 곳은 없는지 매의 눈빛으로 살피고 다니시던 아버지...

“아버지 점심에 짜장면 먹으러 갈까요?”

“그래... 가자!”

짧은 그 한마디도 이제는 들을 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 슬픕니다.

마지막 한가닥까지 맛나게 드시던 아버지께 이제는 사드릴 수 없는 짜장면....그렇게 좋아하시던 짜장면을 이제는 드실 수 없는 아버지...어머니는 그 눈물의 짜장면을 앞에 두고 차마 목이메어 드시지를 못합니다.

“니 아배가 잴루좋아했던게 짜장면인디....”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도 “니아배 코피 한 잔 타주면 참 좋아혔는디...”

“니아배 물렁물렁한 홍시를 겁나게 좋아혔는디....”

말마다 니아배 .. 니아배....온통 아버지 생각뿐이십니다.

이방 저방 욕실. 앞마당 뒷마당을 몽유병자마냥 다니시며 “아배 있나?” 하시며 아버지를 찾다가 기어히 울음을 터트리고 마시는 어머니..

“왜갔어... 왜갔어... 뭐가 그리 급하다고 뭐가 그리 좋다고 거길 간겨?” 하시며 다시 또 쓰러지시는 어머니...

깊은 슬픔 앞에 망연자실 식음을 전폐하시며 “니아배는 하늘에서 굶고있는데 입으로 음식이 들어가겄냐...” 하시는 어머니...

겨우겨우 한술 드시게 했더니 몇술 뜨시며 또다시 “니아배가 그러겄구나 목구멍으로 음식이 넘어가냐구...”

그러다가 누구에게 하시는 말씀일까 혼잣말을 하시는 어머니..

“산사람은 다 살게 마련인겨... 암.... 죽은사람만 불썽허지....살려구허니께 목구멍에 밥이 들어가는구먼....”

그렇게 하루하루 아버지의 부재에 슬픔으로 몸부림치는 어머니와 우리4남매 입니다.

차마 어머니 앞에서는 마음 놓고 울지도 못하고 어머니 모르게 아버지의 물건들을 조금씩 조금씩 정리하며 어머니의 상심이 언제나 나아질 수 있을까를 걱정하며 지내는 날들의 연속입니다.

“젊어서 지지리도 고생고생 허더니 인저 먹구살만 허니께 가버려! 에구 망할넘의 영감팅이 복두 지지리두 음는 영감팅이...”

아끼고 아끼느라 두 번밖에 안입었다는 양복은 절대로 버리지 말라시며 장롱 안쪽에 걸어놓고는 또 펑펑 우십니다.

“내가 애끼지말구 입구댕기라구... 낡아지면 또 사준다구 그렇게 얘기했건만 안입고 애끼더니 이게 뭐유... 딱 두 번 입고 하늘로 갔구먼...”

무슨 이야기만 하건 무슨 음식을 앞에 두건 무엇을 하건 온통 아버지와 연관시키시다 결국에는 또 눈물바다를 이루시는 어머니....

언제쯤이면 어머니의 깊은 슬픔이 조금이라도 아물 수 있을까요.

모두 모여 웃음지으며 아버지를 추억할 수 있는 날이 과연 오기는 올까요?

저와 우리 4남매의 휴대폰 속에 저장되어있는 생전 아버지의 사진들과 동영상을 언제쯤이면 어머니와 함께 보면서 달콤한 추억이라 생각하며 아버지를 기억할수 있을까요...

그런 날이 빨리 오기만을 간절히 기도합니다.

“어머니... 아버지도 어머니가 건강하게 사시다가 이다음에 하늘에서 웃으면서 다시 만나기를 바라고 계실거예요. 그때까지 저희들 곁에서 저희들을 지켜주세요......

저희가 더더더 아버지 몫까지 잘할께요.... 사랑해요 영원한 갯마을처녀 울엄마 최영자 여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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