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인들과 함께 공부하며 만든 시집, 문인들 작품도 함께 실어
사회복지공동모금 900만원 받아 시작, 코로나19로 일부 실행 못해 아쉬움

올해는 제법 그럴듯하게 하려고 했다. 매년 자비로 조금씩 그것도 2년만에 한번씩 어렵게 시집을 출간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900만원의 사업비를 받았기 때문이다. 야심차게 기획을 했었다. 타지역 문학탐방도 여러곳 계획을 잡았고 지역문화창작공간 둠벙에서 지역 문인을 초청해 강좌도 들을 예정이었다. 또한 시집 출간기념회도 작은 축제처럼 멋지게 치러볼 요량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모든 것을 부지불식간에 삼켜버렸다. 일부 예산도 반납해야 했다. 안타깝고 아쉬웠지만, 이들의 끊이지 않는 문학열정은 시집을 내는 것까지는 포기하지 못하게 했다. 아픔과 상처는 시로 승화되면 어떤 마음을 정화시키는 결정체가 되는 것 같았다. 조금 더 갈고 닦았다. 옥천문인협회의 이명식, 김명자, 노현석 시인을 초청해 문장을 가다듬고 생각을 더 깊게 했다. 문인협회도 이름을 감추며 그들의 시를 시집에 같이 더불어 실었다. 주인공은 영생원에 있는 원생들이었기 때문에 맨 뒤에 이름없이 시를 실었다. 그렇게 영생원의 이번 시집 제목은 ‘서로 물들다’로 정했다. 서로 물들어 가는 시간이었다. 2년마다 한번씩 나오는 귀한 시집, 영생원 글샘문학회의 주옥같은 시집이 연말에 나왔다. 

최병철 원장은 글샘문학회를 시작한 지 8년 동안 모두의 삶이 나아진 기분을 느꼈다고 말했다. “누구는 종이 위에 시를 쓰고 누구는 사람 가슴에 시를 쓴다는 시구절이 있습니다. 우리가 적어놓은 글들은 아무 소용없는 빈 메아리 일지라도 언젠가는 나중에 소리가 되어 우리 귓가에 울려 가슴에 새겨질 것이라 믿습니다. 이 글들이 여러분의 일상속에 소소한 행복과 위로가 되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같이 참여했던 노현석 시인도 말을 보탰다. “나는 정신장애인과 지역주민이 함께 하는 문학프로젝트 서로 물들다에 참여하면서 교단으로 다시 돌아간 행복한 착각 속에 빠져있다. 그 착각의 꿈에서 깨고 싶지 않다”

김명자 시인은 “비장애인과 틀린 것이 아닌 다름인 것을 알고 인정하며 이들과 함께 살아나갈 수 있는 적극적인 상호관계의 사회를 만드는 것은 사회 구성원 누구에게나 당연함이 되어야 할 것이다”고 적었다. 

시집 프롤로그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목까지 꽉 찬 감정은 천천히 게워내고/흩어져버린 마음은 황급히 주워 담습니다/우리의 표현은 매우 서툴고 세련되지 못해서/불쑥 꺼내놓기 부끄럽기도 하지만/어설퍼서 더 정이 가고/다듬어지지 않아 더 특별하고/솔직해서 더 사랑스럽다는 마음으로 읽어주세요/이 한편의 시가, 한 구절이/누군가의 상처를 밀어내는 힘은 없더라도/누군가의 가슴을 살짝 흔들어대는 순간이 있다면/그걸로 좋겠습니다’

글샘문학회를 함께 하는 정향목, 박혜원 사회복지사와 회원들의 마음일 것이다. 

‘바이러스로 인한 확진자가 늘어나고/사람이 만들었으니/사람이 고칠 수밖에 없지만/시간이 너무 걸린다고 한다/퍼질 때는 번개/고칠 때는 굼벵이//사람 목숨 소중하니/그저 조심조심/신중하게 기다릴 수 밖에’

‘작년에 면회를 왔었다/면회를 온 지 1년이 되어 가는데 면회 오기가 어렵다/평소에 면회를 그렇게 자주 온 것은 아니지만/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더욱더 힘들어진 것 같다/—빨리 코로나가 종식되어/자유롭게 면회도 올 수 있게 되면 좋겠다’

이런 바람들이 시에 녹아있다. 

글샘문학회 박혜원 사회복지사는 “지역 주민, 문인들 모두 많이 애써주셔서 귀한 시집이 나올 수 있게 되었다”며 “올해 야심차게 준비한 만큼 실행을 하지 못해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그래도 같이 시집을 읽으면서 마음을 나눠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집을 출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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