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부터 진행된 옥천군 향토음식개발 사업 마무리
소고기와 돼지고기, 닭고기가 한데 어울려 “밥도둑”

찜도 가지가지려니와 개성 찜이란 찜이 다르다. (중략)
은행이며 대추며 저육이며 정육이며 호도며 버섯도 세 가지 종류라며
그 외에 몇 가지며 어찌어찌 조합된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산산하고도 정녕(丁寧)하고 날쌔고도 굳은 개성적 부덕(婦德)의 솜씨가
묻히어 나온 찜이 어찌 진미가 아닐 수 있겠느냐.

- 정지용 산문집 「수수어(愁誰語)」 3 중에서

23일 꿈앤돈에서 선보인 ‘지용밥상’

숨 가쁘게 진행됐던 옥천군 향토음식개발 사업이 마무리되며 ‘지용밥상’의 모습이 23일 꿈앤돈에서 공개됐다. 그 중심을 이루는 반찬은 이름하여 ‘개성찜’. 정지용 시인이 산문으로 풀어낸 음식이 한 상에 푸짐하게 담겼다. 그 안을 채운 것은 단연 옥천의 식재료. 옥천의 이야기와 농수산물이 한데 어우러지니 맛은 물론이요, 그 이야깃거리마저 풍성하다.

그동안 우리 고장의 향토음식이라 하면 생선국수나 도리뱅뱅이 등이 널리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민물이 맞닿아있는 곳이라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음식인 만큼, 옥천만의 특별한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그러던 중 정지용 시인의 산문을 활용한 문화콘텐츠를 만들자는 김묘순 작가의 제안이 채택돼 작년 8월부터 ‘지용밥상’ 개발이 시작됐다. 

군은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충북도립대학교 산학협력단 한혜영 교수와 향토음식개발 용역을 통해 상차림과 표준음식 조리법을 개발했다. 9월엔 실제 음식을 전문가에게 선보여 자문을 받았고, 이어 향토음식 주음식명 선정·상차림명 공모 등을 진행했다. 10월엔 향토음식 보급 음식점 공모로 ‘꿈앤돈’이 선정됐고, 대덕대학교 김덕한 교수의 컨설팅 하에 조리법을 익혔다. 

■ 소고기와 돼지고기, 닭고기가 한 그릇에

이날 공개한 지용밥상의 상차림은 기본상인 꿈엔들 한 상부터 향수 한 상, 지용 한 상까지 세 가지로 이루어졌다. 꿈엔들 한 상은 1만5천원으로 △복숭아 소스를 곁들인 샐러드 △짠지 전 △개성찜 △잡곡밥 + 배추된장국 또는 짠지말이국수, 비빔국수 (택1) △후식(식혜, 수정과) △기본 찬 4~5가지로 구성됐다. 향수 한 상은 2만원으로 △차돌박이 샐러드 △도토리 묵사발이 추가된다. 가장 푸짐하게 기획된 지용 한 상은 2만 5천원으로 향수한상에서 △잡채 △육전이 추가된다.

모든 상차림의 중심은 개성찜이다. 육류 삼합이 한곳에 모였다. 언뜻 보기엔 갈비찜처럼 보이나, 먹는 이로 하여금 소고기와 돼지고기, 닭고기를 동시에 먹는 특별한 경험을 하도록 이끈다. 비록 같은 양념으로 조렸지만 고기마다 담고 있는 육향이 모두 다르니 그 맛 또한 모두 달라 젓가락이 쉴 틈이 없다. 채소와 대추, 당근이 만들어낸 건강한 단맛이 밥을 부른다. 고기들의 육향과 양념의 조화로움을 느끼며 밥 먹기를 반복. 밥그릇에 수북하게 담긴 밥은 순식간에 그 모습을 감춘다. 말 그대로 밥도둑이 따로 없다. 

이날 공개행사에 참여한 김재종 군수는 “이번에 개발된 향토음식이 지역농산물을 활용한 정지용 시인의 문화 스토리가 있는 지역 특색을 살린 음식”이라며 “지용밥상이 지역민뿐만 아니라 관광객까지 옥천을 찾게 해 지역경제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음식이 되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개성찜 보급 음식점으로 선정된 꿈앤돈 황선우 대표는 “군에서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줘서 감사하다”며 “옥천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음식인 만큼 뿌듯한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철저히 예약제로 운영되는 것이 단점으로 비추어질 수 있지 않냐’는 질문엔 “판매를 해보고 어느 정도의 수요가 데이터로 쌓이면 미리 준비해두는 방법을 통해 기다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황선우 대표는 “군에서 짜놓은 지용 밥상을 정착시킨 이후에 점심 특선처럼 누구나 가볍게 즐길 수 있도록 간소화한 메뉴도 판매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앞으로의 바람을 말했다.

한편 향토음식개발 과정에서 사용된 용역비는 2천만원이며 컨설팅 비용은 1천만원이다. 문화관광과 식품안전팀 김홍규 팀장은 2021년 개성찜 보급 음식점을 두 곳 더 늘릴 계획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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