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렬한 삶의 저잣거리 작가 안효숙, 새 책을 내다
격렬한 삶의 저잣거리 작가 안효숙, 새 책을 내다
  • 김단비 인턴기자
  • 승인 2020.12.31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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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가끔은 행복할 때가 있다’
노점 동동구리무 작가 안효숙, 5년만에 5번째 책 출간
5년 동안 삶의 경험 농축, 발간하자마자 3쇄 찍으며 인기몰이
옥천농협 옆 21세기 속옷 할인점 운영하며 틈틈이 글 써

 

옥천농협 앞 노점에서 그는 동동구리무 장사를 했었다. 책이 몇 권 나오는 동안 TV에도 나오고 ‘작가’라고도 불리웠지만, 그는 일상의 삶을 놓지 않았다. 몇 번 그렇게 ‘비행기’를 타다보면 다시 노점에서 장사하기가 어려울 법도 한데 애시당초 껍데기는 그에게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렇다고 거리 노점의 삶을 계속 이어갈 수는 없었다. 나이가 들기 시작했고 안정되고 싶은 욕구는 누구나 있지 않은가. 노점 옆 상가를 임차해서 속옷 장사를 시작했다. 일이 바빠지고 글은 잠시 멈춰졌다. 어릴 적 어려웠던 삶이 책으로 나와 공개되니 힘들었던 자녀들도 이제는 다 커서 ‘글 쓰는 엄마 모습이 보기 좋다 하더라’고 했다. 다 큰 아들이 가게에 노트북과 컴퓨터를 설치해주고 갔다. ‘어머니 글 쓰시라’는 격한 응원의 신호였다. 드문드문 잡고있던 펜을 힘껏 부여잡았다. 5년 동안 쏟아내지 못했던 경험을 농축해 일필휘지로 하나씩 터뜨렸다. 세월이 농익은 만큼 글의 깊이도 깊어졌다. 온라인 카페에 올린 게시물들에 위안을 받고 힘을 얻었다는 댓글들이 즐비하게 이어졌다. 그리고 무려 5년만에 다시 책을 펴냈다. 
초판을 찍은 지 3일만에 2쇄, 3쇄가 연이어 결정됐다. 교보문고 시 에세이 순위 100위 안에 성큼 들어섰다. ‘삶이 묻어나는 이야기에 마음이 따뜻해져요’, ‘이 책은 삶이 힘들고 고단한 나에게 너무 힘들어 하지말고 숨을 고르라고, 나도 그랬다고, 얼마나 힘들었냐고, 이제 행복한 일만 남았다고, 이야기 해주는 것 같아요. 따뜻하고 행복한 웃음을 머금게 하는 책이네요’라는 리뷰가 정성스럽게 달렸다. 안효숙 씨의 책이 5년만에 출간돼 주목을 받고 있다. ‘나도 가끔은 행복할 때가 있다’는 그 동안 내놓은 수필을 집대성한 느낌이다. 시간이 흘렀고 내공도 쌓였다. 많은 것을 내려놓고 삶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달라졌다. 
옥천농협 바로 옆 ‘21세기 트라이 속옷할인점’에가면 작가 안효숙(60)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작가가 저잣거리 현장을 놓지 않고 꾸준하게 생을 위해 사람을 만났다는 것은 글이 삶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의 글은 보통 사람들의 삶에 착착 감긴다. 그와 그네들의 삶이 결코 다르지 않기에. 
점심시간이 한참 지났음에도 가게 한 켠에 미처 먹지 못한 김밥 몇 줄이 담겨있는 검은 비닐봉지가 놓여 있었다. 작가 안효숙의 인터뷰를 하는 와중에도 사장 안효숙은 바쁘게 손님을 맞이했다. 「나도 가끔은 행복할 때가 있다」는 가게를 운영하는 가운데 생긴 일들과 과거에 있었던 일들을 엮은 책이다.

「나도 가끔은 행복할 때가 있다」 저자 안효숙 작가

■ 장돌뱅이에서 번듯한 가게 사장으로

20년 전 외환위기 파고를 넘지 못하고 안 작가의 가족은 뿔뿔이 흩어졌다. 방 얻을 돈이 없어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두 아이를 시골 할머니 집에 맡겼다. 반지 판 돈으로 손수레를 구입해 붕어빵 장사를 시작했다. 한여름 타들어가는 땡볕 아래서도, 장맛비에도 붕어빵을 구워 팔았다. 더운 여름에 붕어빵을 파는 일이 아닌 다른 일을 생각해 볼 겨를이 없을 만큼 절박했다. 하지만 상황은 점점 궁핍해져 갔다. 그를 안타깝게 바라보던 지인이 빵 굽는 일보다는 낫지 않겠냐며 얼마간의 화장품과 오래된 차를 주었고, 그렇게 장돌뱅이 생활이 시작됐다. 

힘든 일이 많았다. 이미 장에 터 잡은 장꾼들과 부딪혀야 했고, 궂은 날씨와 싸워야 했다. 그래도 커가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어떻게든 견뎌야 했다. 한 겨울, 추위로 인해 스킨 병이 터지는 일도 있었고, 억수같이 내리는 비와 눈에 화장품을 챙기지 못한 채 급하게 남의 집 처마 밑에 몸을 숨긴 적도 있었다. 하지만 하루도 쉬지 않고 장에 나가니 단골손님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침 장에 나가면 새벽 첫 차를 타고 나와 그를 기다리는 손님도 생겼다.  

그렇게 매출이 늘었고, 지금은 번듯한 가게 사장이 됐다. 전을 펴고 장사를 하던 시절 부럽게만 바라보던 가게의 주인이 됐다. 그는 “지금 이 가게면 장을 접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가게 이전 주인에게 가게 안 내놓으시냐고, 내놓으실 거면 저 주시라고 말했죠”라고 말했다. 

“가게를 개업한 뒤 어느 날은 키 큰 노신사 한 분께서 가게 앞을 기웃거리셨어요. 찾으시는 게 있냐고 물었더니 박카스를 주시면서 이렇게 크고 번듯한 가게를 하게 돼 본인 맘이 여간 좋은 게 아니다’며 본인이 더 고맙다고 하시더라고요. 앞으로 더 잘 될 거라고. 가게를 차리기 이전에 앞에서 노점 하던 걸 다 기억하고 찾아오신 거예요.”

그는 안 작가는 “번듯한 가게를 내서 손님이 더 좋다는 말을 들으니 나를 누군가 항상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며 “열심히 살 고객에게 더 친절하게 대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1세기 트라이 속옷할인점 내부 모습

■ 가게 간판은 ‘21세기 속옷할인점’, 사업자 등록은 ‘손풍금’?  

가게 간판은 ‘21세기 속옷할인점’이지만, 사업자 등록은 ‘손풍금’이다. 가게를 인수하면서 전 주인이 쓰던 간판을 바꾸지 않았다. 마음에 들어서가 아니라 돈이 없어서였다. 

상호명을 손풍금으로 지은 이유는 기계음보다는 사람의 손길에서 전해지는 울림이 있는 따스한 정을 간직하고 싶어서였다. 가게 간판과 카드 영수증에 쓰인 이름이 달라 생긴 일화도 있다. 

가게를 개업하고 얼마 안 돼 젊은 여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거기가 손풍금이에요?

- 네.

- 뭐 하는 데에요?

- 옷 가게인데요.

- 거기가 어디쯤에 있나요?

- 왜그러시는데요?

- 아니 우리 남편 카드 영수증에 ‘손풍금’이라고 찍혀있는데 혹시 술집인가 해서요.

- 아, 술집 아니에요. 남자 속옷도 팔고 화장품도 팔고 해요.

(「나도 가끔은 행복할 때가 있다」47p-48p에서 발췌)

■ 「나도 가끔은 행복할 때가 있다」

「나도 가끔은 행복할 때가 있다」는 안효숙 작가의 5번째 에세이다. 그는 나는 자꾸만 살고 싶다(2003), 구리무 댁은 복도 많지(2004), 울지마라 너만 슬프냐(2006), 오일장 희망통신(2008), 거기서 누가 우느냐(2016), 나도 가끔은 행복할 때가 있다(2020)의 6권의 책을 출간했다. 

안 작가는 보통 1-2년 주기로 책을 출간했는데, 「나도 가끔은 행복할 때가 있다」는 「거기서 누가 우느냐」를 출간한 후 5년 만에 나왔다. 안 작가의 생활이 안정되면서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고, 이번 책은 2년 정도 쓴 글들을 모아서 출간한 것이다.

“아들이 어느 날 가게가 안정된 것 같은데 왜 글 안 쓰냐고 그러더라고요. 그때 놀랐어요. 아이들이 내가 글쓰는 것을 좋아하는구나, 싫어하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가슴이 뛰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아들이 글을 쓰라며 컴퓨터를 사줬어요. 그 컴퓨터로 글을 다시 쓰기 시작했죠.” 

안효숙 작가는 경제 커뮤니티 ‘씽크풀’에 신상정보를 밝히지 않고 꽃할매라는 닉네임으로 한 달에 두 번 정도 글을 올렸다. 그는 “처음에는 닉네임을 할미꽃으로 하려고 했다가 이미 사용하는 닉네임으로 나와서 할매꽃으로 했다”며 “카페 회원 몇 분이 글을 보더니 ‘꽃할미님’, ‘꽃할매님’이라고 얘기해주시는데 기분이 좋더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꽃할매로 닉네임을 바꿨다”라며 꽃할매라는 닉네임을 쓰게 된 사연을 설명했다.

그는 경제 커뮤니티에 예전에 어려웠을 때의 상황과 나아진 지금 상황을 비교하는 글을 올렸는데 반응이 좋았다. 어려운 시절을 너무 잘 견뎠다는 위로 글과 글에 대한 칭찬이 많이 올라왔다. 안효숙 작가의 책 리뷰 글에는 ‘꽃할매님의 글을 기다리는 1인입니다. 타고난 심성과 잘 다듬어진 글. 마치 한 잔의 쌍화차 같기도 하고 시원한 깊은 산의 옹달샘 같아요.(닉네임 강산거사)’ 라는 등 많은 격려와 칭찬과 공감의 댓글이 있다.

신상정보를 밝히지 않고 글을 올렸지만 사람들은 그 글이 안효숙 작가가 쓴 글이라는 것을 알아냈고, 이전에 출판했던 책들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이전에 냈던 책들의 판매가 늘기 시작하자 계약했던 출판사(전 산마을, 현 뱅크북)에서 재판 건으로 재계약을 하자는 연락이 왔다. 이에 안효숙 작가는 책을 재판하기보다는 모아둔 원고가 있으니 새 책을 내자고 제안했고, 출판사와 새 책 출판 건으로 계약을 하게 됐다. 

12월 21일 출간 뒤 경제 커뮤니티 독자들과 신권을 기다리던 기존 독자들이 책을 주문했지만, 구매가 몰려 계획보다 늦춘 26일부터 배송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초판본으로 천부를 발행했고, 발행된 지 5일도 되지 않았는데 재판으로 2천부를 추가 발행했다. 지금은 3판을 발행할 준비 중이다. 안효숙 작가는 “사람들이 책을 받아서 읽고 후기를 남기면 책이 완판될 것 같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나도 가끔은 행복할 때가 있다」는 발행한 지 2일 만에(2020.12.21. 발행) yes24에서 한국 에세이 순위 81위, 교보문고 62위에 올랐다.

「나도 가끔은 행복할 때가 있다」가 작가에게 주는 의미는 크다. 절망 속에서 건져 올린, 아프지만 시리도록 아름다운 이야기를, 여기 한 인간이 깊이 고여 있는 슬픔과 가난을 어떻게 거슬러 오르는지 이 한 권의 책이 그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 글은 안효숙 작가가 삶을 반추하면서 쓴 글이다. 다시는 쓰지 않으리라 생각하던 글을 다시 쓰기 시작했고, 그렇게 쓴 글들을 모아서 만든 책이다. 그는 “2020년 힘든 시기, 작가의 따뜻함이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으면 한다. 이 책에는 힘든 상황을 극복하는 내용이 담겨있기 때문에, 인쇄료를 받으면 일정 부분 책을 사서 미혼모 센터에 기부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 부디 저를 용서하지 마세요

“부모님이 반대한 결혼을 했고 결국 이혼을 했어요. 어머니는 제가 못 사는 것 보고 막내딸 걱정돼서 눈도 못 감고 돌아가셨는데 그게 마음에 남더라고요. 부모가 자식을 가슴에 묻고 산다고 하는데 자식도 부모님을 마음에 묻고 살아요. 나도 가끔은 행복할 때도 있다는 제목은 이런 아픔이 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에 행복할 때도 있다고 한 거예요. 부모님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항상 행복할 수 없었어요.”

“죽으려고 기차역 철도에 누운 적도 있어요. 그때가 아이들 고등학교 때였어요. 그건 부끄러운 일이라 책에는 자세히 안 썼는데 지금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고 극복한 일이에요.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은 다 정리되고 해결되더라고요”

그는 노점에서 화장품 팔고 눈치보고 했던 것보다 지금 가게에서 장사하고 글 쓰는 것이 참 행복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나도 가끔은 행복할 때가 있다」를 젊은 사람들이 많이 읽고 후회하기 전에 부모님께 잘했으면 좋겠고, 상황이 힘든 사람들이 위로와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편, 「나도 가끔은 행복할 때가 있다」는 예스24, 교보문고, 알라딘, 인터파크 도서, 도서 11번가 등에서 10,800원의 할인된 가격(정가 1만 2천 원)에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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