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행복교육지구, 옥천고 진로 워크숍 [진로원정대, 마을로 떠나다]
12월9일 옥천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교사 대상 진로탐색 시간 열려
마을활동가, 지역에서 축적한 다양한 활동 알기쉽게 풀어내
옥천고 교사들, 지역 안의 새로운 진로탐색 눈길 반짝

‘가까운 이웃이 먼 친척보다 낫다’는 말은 ‘근접성’과 ‘항상성’이 혈연까지도 간단히 넘어선다는 말일 것이다. 먼 친척이 아니라 직계 자식보다 훨씬 나은 경우도 많이 봤다. 품 안에 자식이라고 떨어져 하루 건사하기도 힘든 시대에 ‘각자도생’하다 보면 연락하기도 힘들다. 외려 가까운 이웃이 더 잘 돌볼 수 있고 많은 것을 해줄 수 있다.  

이 말을 조금 변용하면 ‘아무리 유명한 인사라도 지역에 있는 사람만 못하다’고도 쓸 수 있지 않을까. 굳이 멀리 찾을 필요가 없다. 많이 알려진 사람들의 이미지의 신기루에 갇히다 보면 본질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진짜 내가 원하는 게 뭘까’,  ‘글로벌한 직업, 꿈은 세계로’를 향해야 멋지고 그럴싸해 보이는, ‘유학 한번 다녀와야’ 있어보이는 그런 세상에서 진로탐색은 사실 본질보다 헛물을 켜기 십상이다. 바람 한번 잘못 들어가면 일생이 꼬일 수도 있는 법, 머언 길을 그렇게 돌아왔을까. 옥천교육지원청이 지역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행복교육지구를 통해 지역과 긴밀한 접촉을 하며 주파수를 맞춰왔던 옥천교육지원청(교육장 김일환)이 이제는 고등학교 진로탐색까지 지역 안으로 그 확장성을 넓혔다. 이제껏 고등학교는 도교육청 관할이라 손을 댈 수 없었지만, 지역성을 담보로 고등학교 진로탐색까지 보폭을 넓혔다. 코로나19로 인해 크게 행사를 할 수는 없었지만, 15명의 지역 멘토를 선정해 옥천고등학생 진로코칭을 하는 교사들이 순회로 30분씩 두번을 들을 수 있도록 색다른 방식으로 짜임새를 더했다. 로컬푸드, 지역신문, 기본소득, 청년농부, 중소기업, 정신보건, 사회적기업, 사회적경제, 컴퓨터 프로그래머 등 주제도 다양하다. 충북도립대도 결합해 생물화학, IT, 기계까지 다양한 분야에 교사들이 선택하며 집중적으로 진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12월9일은 그래서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해당 교실이 후끈 달아올랐다. 그 현장 속으로 한번 들어가 보자. 

옥천고등학교에서 진로워크숍이 열렸다. 지역사회와 학교, 교육청이 함께 다양한 분야를 알아 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워크숍은 무엇보다 지역성을 강화하겠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12월9일, 옥천고등학교에서 진로 워크숍이 열렸다. 해당 행사는 옥천 행복교육지구(공동위원장 김재종 군수, 김일환 교육장, 노한나 장학사) 옥천고 학생 설문조사에서 필요성을 발견하여 마련했다. 옥천 행복교육지구는 창업, 보건, 미디어, IT 등 다양한 분야별로 12명의 마을활동가를 초빙하였다. 이에 따라 옥천고등학교 내 50여 명의 교원이 마을활동가가 진행하는 주제별 워크숍에 30분씩 2회 참여하는 형식이었다. 

벽에 붙은 포스터를 보며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듣는 건지 물으니, 교원 대상 행사라는 답이 돌아왔다. 변화하는 입시 정책에 따라 수시 입시 준비에 고교 생활기록부의 다양한 활동 기재가 더욱 중요해졌으며, 이를 위해 고교에 지역사회가 제공할 수 있는 인력과 기관 정보를 공유하는 목적으로 진행된 것이다. 그럼에도 학생이 아닌 교원을 위한 진로 워크숍의 필요성과 효과성에 의문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워크숍 도중 듣게 된 옥천고 선생님들의 진솔한 이야기 속에서 그 이유를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12개의 워크숍 중 두 개의 워크숍을 밀착 취재해 보았다. 

옥천고등학교에서 진로워크숍이 열렸다. 지역사회와 학교, 교육청이 함께 다양한 분야를 알아 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워크숍은 무엇보다 지역성을 강화하겠다는 평가를 받았다. 

■ 취업 뿐 아니라 창업에 대한 교육도 필요

“우리는 아직도 두려움이 있어요. 그래서 창업에 대한 교육이 선생님들한테 꼭 필요해요.” 락희팜 박준우(30) 대표의 <락희팜을 세운 청년 농부 이야기> 이야기다. 창업교육이 학교에 정착하기 위해서 선생님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바로 확신이었다.  

고등학생의 진로지도가 인생에 미치는 영향을 알기에, 아이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지도하고 있다는 방향성에 대한 확신이 필요했다. 해당 교사는 “대학 입시가 아닌 다른 방향, 월급 생활의 루트를 벗어나는 삶은 실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라며 “이제야 요리사가 셰프 대접받으며 일하지만, 예전에 조리학과를 가겠다는 학생을 요리 학원으로 선뜻 보내지 못했던 것처럼 말이다”고 덧붙였다. 

박준우 대표는 옥천산 농산물을 원재료로 아로니아 초코볼, 딸기 칩 등의 가공품을 판매하는 락희푸드·락희팜을 운영하고 있다. 창업에 대한 옥천고 선생님들의 관심과 우려에 대해, 이번 워크숍에서는 자신의 삶의 스토리로 창업교육의 가치를 전했다. 박 대표는 “저의 창업의 시작은 처음부터 리스크(위험)였다”라고 말하며 워크숍의 포문을 열었다. 이후, 그는 쓰라린 좌절의 순간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다. “창업 초기, 예비창업자 500명 정도를 선발해 창업 과정을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에 선발된 적이 있다. 직장까지 그만두라고 하길래 그렇게 했었다. 그리고 사업설명회를 하는 자리에서, 저희에게 사과를 하시더라. 프로그램이 없어졌다고.” 

하지만 박준우 대표는 넘어진 자리에서 좌절하고 멈추지 않았다. 넘어진 김에 신발 끈을 묶고 다시 달리자는 마음으로 현재 가용 가능한 자원을 찾았다. 바로 지역 농산물과 지역 네트워크, 그리고 청년창업을 지원하는 국가 프로그램이었다. 그 결과 지금의 락희푸드·락희팜이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건재할 수 있었다. 창업을 통해 박준우 대표는 실패에 멈춰 서는 사람이 아니라, 실패를 극복하는 사람이 되었다고 전한다. 그는 “학교 수업을 통해 창업을 배운다면, 해당 분야로 진로를 선택하는 학생에게도 도움이 되겠지만 실패에 대한 회복탄력성과 문제해결능력을 배우게 된다”는 확신에 찬 말을 전했다. 박준우 대표는 향후 교육 현장에서 현직의 멘토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달려와주겠다는 약속도 더했다. 

옥천고등학교에서 진로워크숍이 열렸다. 지역사회와 학교, 교육청이 함께 다양한 분야를 알아 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워크숍은 무엇보다 지역성을 강화하겠다는 평가를 받았다. 

■ ‘ 기본소득에 대한 고민, 옥천고도 하고 싶어요’

 “기본소득이 정말 가능하다면, 옥천고 매점에서부터 기본 소득을 시도해보고 싶어요.”  <월간 옥이네> 박누리 편집장의 ‘옥천 청소년 기본소득 실험’ 워크숍 중 황 주 선생님이 전한 말이다. 옥천고등학교의 황 주 선생님은 교내 매점 사업을 새로 담당하게 되었다. 보은 판동초등학교에서 매점 화폐를 만들어 기본소득을 실험한 사례를 듣고, 옥천고등학교에서도 교내 기본소득을 도입하기 위해 고민 중에 있다. 이번 워크숍에서 특히 궁금하게 많았던 이유다. 

<월간 옥이네>는 사회적 기업 고래실에서 발행하는 농촌 월간 잡지이다. 옥천의 사람, 문화, 역사를 담는다. 박누리 편집장을 포함한 <월간 옥이네> 팀은 올해 서울시 청년 허브의 예산 도움을 받아, 안내중학교 전교생 18명을 대상으로 5주 동안 기본소득을 실험했다. 여기서, 기본소득이란 모든 개인에게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소득을 뜻한다. 해당 프로젝트는 ‘청소년 기본소득’이므로 청소년이라는 조건만 부가적으로 붙은 것이다.  

박누리 편집장은 ‘옥천 청소년 기본소득 실험’을 통해 기본소득의 실현 가능성을 확인했을 뿐만 아니라, 부가적인 효과도 관찰할 수 있었다. 먼저 지역화폐 카드로 돈을 지원했기 때문에, 지역 내 경제 선순환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또한 부모님을 포함한 지역 어른들의 세금으로 이루어진 사업이라는 설명이 있었기 때문에, 이타적인 소비행태가 나타났다. 무엇보다도 청소년을 위한 정책 자체로 인해 지역사회에 대한 정서적 지지가 나타났다. 박누리 편집장은 “옥천 청소년 전체를 대상으로 청소년 기본소득 예산을 측정했을 때 30억원 정도가 필요하다”며 “30억원이 큰돈 같지만, 옥천의 한 해 세금 불용액이 500억원 정도임을 고려할 때, 충분히 현실 가능성 있는 이야기”라고 전했다. 또한 정책 대상자인 청소년뿐만 아니라, 상인과 학부모까지 효과를 누리게 되는 것이므로 옥천에서 선제적으로 청소년 기본소득을 도입하길 바란다는 소망도 들을 수 있었다.  

황 주 교사는 지역 내 생산되는 식품을 저렴하게 유통해서 지속 가능한 교내 경제체제를 고민중에 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같은 뜻을 가진 옥천 내 상인 분들의 도움이 있다면 새로운 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지역사회의 많은 지지와 후원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진로 워크숍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한 노한나 장학사의 소감을 들어보았다. 노한나 장학사는 먼저 행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흔쾌히 학교 개방을 허락해주신 이성희 교장께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또한 노한나 장학사는 “고등학교는 원래 도에서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대상이 아닌데 이번에 행사를 통해 지원할 수 있어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겨울방학 전에 해당 프로그램을 재구성해서 고등학교 1,2학년 대상으로 진행해볼 생각이다”라고 전했다. 앞으로 마을과 학교의 튼튼한 징검다리가 되어줄 옥천 행복교육지구의 역할이 기대된다.

옥천고등학교에서 진로워크숍이 열렸다. 지역사회와 학교, 교육청이 함께 다양한 분야를 알아 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워크숍은 무엇보다 지역성을 강화하겠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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