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고 인문책 쓰기 동아리 ‘청글싱글’
직접 쓴 수필과 소설 등 모아 책 출판
학생들이 직접 그린 삽화까지 더해져 개성까지 살려

“책에 글을 실은 학생들도,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글쓰기는 전혀 어려운 것이 아니며 누구나 열심히 노력한다면 좋은 작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 <우리들의 얘기엔 엔딩 따윈 없어> 에필로그 중 (3학년 배지선)

매년 신춘문예의 바늘구멍을 통과해 등단하는 작가들을 보면 글을 쓰는 것에는 ‘특별한 능력’이 요구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청산고등학교 인문책 쓰기 동아리 ‘청글싱글’ 학생들은 이러한 고정관념을 과감히 깼다. 학생들이 특별한 능력 없이도 그저 자신의 내면을 온전히 드러내어 쓴 글들을 모아 인문책 <우리들의 얘기엔 엔딩 따윈 없어>를 펴냈기 때문이다.

‘청글싱글’의 이번 책 출판은 충청북도 교육도서관에서 진행한 ‘2020학년도 학생 인문 책 쓰기 동아리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 시작됐다. 지도교사인 주은희 교사와 학생들이 해당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300만원을 지원받았고, 한 해 동안 다양한 인문학 도서 읽기 및 글쓰기 계획을 세우고 활동한 것들이 책으로 나오게 되면서 결실을 맺은 것이다.

■ ‘청글싱글’ 이름처럼 싱그러움 가득한 책

동아리 이름인 ‘청글싱글’은 ‘청산고 학생들의 싱그러운 글’의 줄임말이다. 청산을 상징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독서와 글쓰기를 한다는 뜻이 담겼다. 동아리 이름처럼 학생들이 펴낸 <우리들의 얘기엔 엔딩 따윈 없어>는 학생들의 개성을 살린 싱그러운 글들이 가득 담겼다.

책은 크게 3장으로 구성되었다. 1장의 주제는 ‘나, 가족’으로 나를 성장하게 한 다양한 경험과 그에 대한 성찰한 내용을 담은 수필들이 실렸다. 2장의 주제는 ‘이웃, 학교’다. 내가 사는 지역의 이웃, 학교에서의 일상을 기록한 수필들이 담겼다. 마지막 3장은 ‘우리’로 생태, 환경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을 담은 수필과 소설들이 실려 있다. 

1학년 김예빈 학생은 가족과의 여행을 통해서 느꼈던 감정들을 담담하게 풀어낸 수필 <성찰 여행>을 썼다. 언니와 함께 떠났던 여행을 통해서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됐고,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의 과거 행동들에 대한 성찰로 이어졌다는 내용이다. 

“다른 사람들한테는 일반적인 가족과 함께 간 여행일수도 있겠지만, 저는 이 여행을 통해서 언니와 나, 다른 사람과 나 사이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어요. 사람 관계에서 제 행동이나 말에 대해 반성할 수 있었죠. 그런 느낀 점들을 글로 적어내고 결과물을 만드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책이 나오고 나니까 뿌듯합니다.” (1학년 김예빈) 

2학년 김지은 학생을 포함한 11명의 학생들은 교내 길고양이 돌봄 활동인 ‘해피애니멀즈 프로젝트’를 하면서 겪었던 일들에 대한 수기, 느낀 점 등을 기록한 글 <우리, 만남, 고양이>를 책에 담았다.

“점점 더 개채수가 많아지고 있는 고양이들에게 무엇을 해주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친구들과 함께 ‘해피애니멀즈 프로젝트’를 구성했어요. 거리에서 추위에 노출된 길고양이들을 위해 밥도 주고, 집도 지어주고, 얼지 않은 식수도 주는 활동들을 했는데 마침 학교에서 책을 펴낼 기회가 생겨서 그 활동 수기들을 실어보자고 했습니다. 활동을 하면서 느꼈던 소감을 쓴 친구들도 있고, 어떤 활동을 했는지 소개하는 글을 쓴 친구들도 있어요.” (2학년 김지은)

3학년 안하늘 학생의 소설 <지하의 일기>는 감염병으로 인한 미래사회 이야기를 다뤘다. 이 소설은 안하늘 학생이 중학교 3학년 때 쓰다가 중단했지만 코로나19 상황과 맞물리면서 재작업을 통해 완성한 작품이다. 지도교사인 주은혜 교사가 직접 쓴 글 <지킬 씨와 하이드 씨>도 책에 실렸다. 이 작품은 학생들은 모르는 평소 접하지 않았던 교사들의 모습을 재밌게 풀어낸 소설이다.

■ 직접 그려 넣은 삽화로 보는 맛 더하고 개성도 살려

<우리들의 얘기엔 엔딩 따윈 없어>에는 학생들의 정성스러운 글들만 담긴 것이 아니다. 학생들이 직접 삽화도 그려 넣었다. 활자만 가득했다면 다소 딱딱한 느낌이 들었을 텐데 글 사이사이에 배치된 삽화들이 글의 매력을 한껏 살리고 보는 재미를 더했다. 학생 삽화작가들은 삽화뿐만 아니라 글 마지막 부분에 달리는 저자들의 프로필에 들어갈 사진들도 캐릭터화해 싱그러움을 더했다.

“일러스트 작가 쪽으로 진로를 희망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책 삽화 작업에 참여해보니 제가 하고 싶은 것들과 딱 맞더라고요. 친구들이 쓴 소설이 너무 재밌다보니 오히려 어떤 것을 그려야 할지 너무 많아서 고민이 됐을 정도에요.” (1학년 설진희)

“저는 만화나 캐릭터 쪽으로 진로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친구들의 프로필 사진을 캐릭터화하는 작업을 맡았어요. 친구들의 평소 생활 속에서 느껴졌던 이미지, 성격, 쓴 글들을 참고해서 캐릭터에 온전히 녹아내려고 노력했습니다.” (1학년 이서현)

■ 다음 책 출간 때에는 색다른 시도 도전할 것

청산고 학생들은 이번 책 출간 작업을 경험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다음 책 출간에는 색다른 도전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각자의 글을 쓰고 그것들을 한데 모아 삽화까지 곁들여 책으로 출간해내는 작업이 다들 처음이다 보니 쉽지만은 않았지만, 이러한 작업을 통해 본인의 진로에 대한 확신을 갖기도 했고 각자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들을 경험하면서 즐거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내년에도 책을 제작한다면 그때는 제 이야기 말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저의 시점, 관점으로 재해석해서 써보고 싶습니다. 아무리 같은 이야기, 같은 글이라고 해도 보는 관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죠.” (1학년 김예빈)

“어떻게 보면 이번에 책에서 다뤘던 주제들이 다소 가벼울 수도 있는데, 다음에 또 책을 내게 된다면 좀 더 무게감 있는 주제들을 다뤄보고 싶어요. 유기동물에 대한 문제, 강아지 공장과 같은 생명윤리와 관련된 내용들로 확장해서 말이죠.” (2학년 김지은)

“저는 판타지 장르를 좋아하기 때문에 다음에는 다른 친구가 쓴 글이 아닌 제가 직접 쓴 소 판타지소설에 삽화를 그려 넣어볼 계획입니다.” (1학년 설진희)

“고전 소설이나 시 등, 이미 존재하고 있지만 많이 알지 못하는 작품들에 삽화를 그려 넣어서 소개해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잘 몰랐던 작품에 대해 그림과 함께 보면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요.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풍성하게 책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1학년 이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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