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동호회 나인포토 옥천전통문화체험관에서 다섯 번째 전시회 열려
‘아마추어 아닌 전문 예술인의 사진’ 이라는 평가
29년 전 옥천, 오늘날 옥천과 함께 한국 안팎의 모습 담은 전시회

“1991년에 찍은 사진이니까, 이 친구들 지금은 삼십 대 후반쯤 됐을 거예요.”

사진 속 아이들이 카메라를 보며 밝게 웃는다. 빛바랜 흑백 사진은 29년 전 구읍 죽향리의 모습을 담고 있다. 옥천에서 자라 경일대학교 사진학과를 졸업한 서상숙(50)씨의 사진이다. 1991년 당시 사진학과 학생이었던 서씨는 학교 과제로 ‘고향’이라는 주제를 받았고, 이 사진들을 찍었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친구들에게 정감 있는 옥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서씨는 사진동호회 나인포토(9 Photo, 회장 안치성)의 다섯 번째 전시회를 맞아 그때 그 사진들을 다시 꺼내 들었다. 전시실에 들어선 사람들 모두 그리운 구읍의 모습 앞에서 걸음을 떼지 못했다.

19일 옥천 전통문화체험관 전시실에서 나인포토의 다섯 번째 전시회의 개막식이 열렸다. 19일부터 22일 까지 나흘간 진행된 이번 전시에는 나인포토의 사진작된 아홉 명 중 일곱 명의 사진이 걸렸다.(박병노, 서상숙, 신현자, 신혜정, 안치성, 유성찬, 윤진섭) 작가의 수만큼 카메라를 통해 드러난 풍경도 다채롭다. 나인포토 회원들은 29년 전 옥천의 모습, 오늘날 옥천의 모습뿐 아니라 한국 안팎의 다양한 풍광을 담았다. “아마추어가 아닌 전문 예술인들의 사진이다.” 이날 개막식에 참여한 김재종 옥천군수가 나인포토의 사진을 보고 남긴 평이다.

나인포토는 2014년 출발한 사진동호회다. 회장을 맡은 안치성(65)씨는 “사진 좋아하는 옥천 사람끼리 밥 한 끼 하다가 시작된 모임”이라고 말했다. 월 2회 출사를 나가고, 다른 지역을 찍기도 하지만 주로 옥천과 대청호 주변의 모습을 담는다. 이번 전시는 충북문화재단에서 3백만원 지원을 받아 개회됐다.

나인포토에는 전문적으로 사진을 배운 작가도 있지만, 소소하게 시작해 창대한 꽃을 피워낸 작가들도 많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나인포토의 유성찬(50)씨는 20년 전 태어난 아이의 사진을 찍어주다가 사진에 입문했다. “아이가 8살이 될 때까지 매년 천장씩 찍었어요.” 사랑하는 이의 일상을 포착하는 것으로 사진을 시작해서였을까, 유씨의 사진은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럽다. 그가 올해 1월 북인도 라다크 지역을 여행했을 때 찍은 휴식을 취하는 노인의 모습에서도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느껴진다.

신현자(56)씨는 평소 꽃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했다. 그런 신씨에게 아들이 카메라를 선물하자 본격적인 사진 찍기가 시작되었다. 신씨는 “어떤 자연의 모습도 눈으로 보는 것만 못하다”며, “그렇기에 사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사연과 분위기를 담아내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신씨는 사진을 찍는 것만큼이나 사람들과 함께 밖으로 출사 나가는 것 자체가 즐겁단다. 그런 신씨의 사진에서는 오랜 기다림 끝에 아름다운 풍광을 만난 이의 설렘과 기쁨이 느껴진다.

또 다른 회원인 신혜정(61)씨의 주변은 방문객으로 북적여 마치 팬클럽을 방불케 했다. 

이날 개막식을 방문한 신씨의 지인인 손옥선(74,옥천읍 장야리)씨는 “나인포토의 전시회를 가끔 오는데, 사진들이 참 좋다”며 기분 좋게 웃었다. 신씨는 2014년, 나인포토의 회원이자 당시 미디어센터의 강사였던 서상숙씨를 통해 처음 사진을 배우게 됐다. 사제 간이었던 두 사람이 이제는 같은 동호회의 동료가 된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사진이 잘 풀리지 않을 때면 서씨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풀리지 않던 사진의 매듭이 어느 순간 풀리기도 한다고.

나인포토 회원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사진 활동에도 일부 제약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신혜정씨는 “출사를 나가도 부분적으로만 출입이 가능한 곳들이 있다”고 말했고, 신현자씨는 그렇기에 “마스크를 철저히 쓰고 사람이 없는 새벽부터 이동한다”고 말했다. 

유성찬씨도 “이제 막 여행을 다니며 사진을 찍기 시작했는데, 코로나로 인해 활동에 제약이 생겼다”며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29년 전 옥천 구읍의 모습에서 사람들이 향수를 느끼듯, 오늘의 옥천의 모습도 언젠가는 그리울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 모습을 놓치고 싶지 않다면 앞으로도 나인포토의 사진에 주목해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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