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추악한 하루다”
                --영화 속  대사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구스반 산트 감독의 <엘리펀트>가 칸느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이후 말들이 많았다. 카메라의 무심한 시선이 비윤리적이었다는 반응과 뻔한 윤리적인 판단보다는 차라리 풍경의 묘사가 더 어울렸다는 반응. *‘콜롬바인 총기 난사 사건’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면 하품을 하거나 졸았을 거다. 서사에 매달리기보다는 아이들을 따라다니는 카메라의 롱테이크, 비직업 배우를 쓰고 끝맺음이 없는 열린 결말, 촬영 감독도 비극을 예감한 듯 까치발 걸음으로 이들의 뒤를 조심 조심 밟는다. 불행은 요란스럽게 전조가 있는 게 아니다. 눈부시게 맑은 가을 하늘, 아이러니하게도 마른 빨래마냥 눅눅한 마음들이 뽀송뽀송 마를 것만 같은 그런 날 찾아온다. 

* 콜럼바인 참사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헤비 메탈과 폭력 영화. 사우스 파크. 비디오 게임. 마약. 마릴린 맨슨의 책임으로 돌렸다. 콜럼바인 참사의 주역인 에릭과 딜란의 집에서 록가수 마릴린 맨슨의 CD가 발견됐다는 이유 때문이다. 사건을 수사 중인 ‘스티브 데이비스’ 보안관은 말했다. “걔들이 그 날 아침 볼링을 했대요. 그거 밖엔 몰라요!” 총이 불티나게 팔리는 곳 미시간. 얼마 후 참혹한 총격사건이 또 하나 터졌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학교에 총을 들고 와서 같은 반 여자아이를 쏜 것이다. 비극이 발생한 날 아침 볼링을 했다는 사실에 포착해서 만든 마이클 무어의 다큐 <볼링 포 콜롬바인>에서 감독은 타인에 대한 공포와 적대를 생산하는 미국의 국내외 정책이 사건의 진짜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은 1953년 이란의 모사디크 정권을 전복시키고 독재자의 집권을 도운 것을 시작으로, 과테말라(1954), 베트남(1963), 칠레(1973), 살바도르(1977), 니카라과(1981), 이라크(1982), 이란(1983), 파나마(1989), 이라크(1991), 수단(1998), 그리고 탈레반(2000-2001)에 군사적 공격을 가했다. 아울러 자국에서는 원주민 인디언을 학살하고 핏자국이 얼룩진 땅 위에서 ‘아메리칸 드림’의 깃발을 꽂았다. 

아서 팬 감독의 <작은 거인>은 영화 정보 없이 봤다가 깜짝 놀란 영화다. 인디언을 주제로 한 영화는 <늑대와 춤을>과 <라스트 모히칸>이 있었지만 인디언이 주체가 아니라 이방인의 관점에서 서술한 인디언 이야기라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작은 거인>은 서부 기병대가 몰살당한 ‘리틀 빅혼’ 전투가 벌어지기 시작한 즈음의 인디언 수난사를 다루고 있다. 영화는 ‘리틀 빅혼’ 전투까지 다루지만 이후 ‘운디드니 인디언 대학살’로 인디언들에 존경받는 추장 ‘큰발’ 과 ‘크레이지 호스’ 가 살해를 당한다. ‘크레이지 호스’는 미국 대통령 흉상이 세워진 맞은 편에 세워지고 있다.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두오’ 책을 읽기도 하고 인디언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내게 ‘작은 거인’은 미국 인디언 보호구역을 찾아가고 싶게 하는 강력한 자극제였다. 
약육강식 시대의 서부 영화처럼 무장하지 않으면 당하고 만다는 불안. 그 불안이 집집마다 총을 품게 하고 어디서나 쉽게 총을 구할 수 있게 했다. 경악스러웠던 건 이들이 총기 박람회에 가서 총을 구매했다는 거다. 미국은 아직도 1년에 300명이 총기사고의 희생양이 되고 있지만 강력한 로비 단체인 총기협회를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감독이 캐나다의 가정집을 방문하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보통 미국 가정집이라면 소지하고 있는 총을 가지고 침입자를 향해 겨눌텐데 캐나다는 정반대였다. 
베토벤의 ‘월광’이 폭풍 전야의 학교를 부드럽게 감싸 안고, 학생들은 평소처럼 배식 반찬 때문에 투덜대고, 살찌는 게 두려워 화장실에 가서 토를 하고, 왕따 친구를 괴롭히고, 농구를 하고, 사진을 찍는다. 아주 평범한 하루, 아주 평범한 하루를 경악하게 만드는 건조한 총소리. 공동체 역할을 하는 학교가, 공동체의 아름다움을 보여 주어야 할 학교가 오히려 공동체를 혐오하게 하는 효과를 준다. 끊임없는 경쟁, 자괴감, 느끼한 눈빛. 감싸 안고 다독거리기보다는 밀어내거나 비웃는, 학교에 들어 갈 준비가 안 된 아이들이 억지로 들어가면서 비극이 준비된다. 이 억지스러움이 친구를 증오하게 만들고 공동체를 지워 버리게 한다. 미국에서 학교를 배경으로 서부 활극이 종종 일어나는 건 이유가 없는 게 아니다. 그리고 아주 평범한 하루는 누군가에게는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아주 특별한 하루 일런지 모른다.

*콜롬바인 총격 사건

1999년 4월 20일, 미국 콜로라도 주 콜럼바인의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교내 총격과 폭탄테러 미수 사건. 12학년(한국 기준 고3) 학생인 에릭 해리스와 딜런 클레볼드가 학생 12명과 교사 1명, 총 13명을 사살하였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교 도서관에서 살해되었으며, 그 후 그 둘은 자살했다. 총격으로 21명의 부상자가 발생하였으며, 경찰과 총격도 오갔다. 또다른 3명은 학교를 탈출하려다 부상을 입었다. 1999년 당시 미국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학교 총기 난사 사건이었다. 이 범죄는 여러 예비 범죄자들에게 영감을 주었으며, ‘콜럼바인’은 집단 총격의 대명사가 되었다.

<나무위키에서 인용>

*‘다음’ 포털 영화소개에서 일부 인용

*다양성 영화 보기 모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가칭 옥천 시네필, 첫 번째 상영은 회원 추천작 <이십일세기 소녀>로 지역문화 창작 공간 <둠벙>에서 11월 30일 (월) 6시 30분 첫 발을 뗍니다. 영화 모임에 관심 있는 분들은 놀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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