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옥천 공동체 허브 ‘누구나’ 건물 앞에서 열려
어른·아이들의 체험과 교류의 장으로 자리잡아

14일 오후2시 슬슬장 체험프로그램 강사들이 ‘오슈’ 설치물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14일 오후2시 슬슬장 체험프로그램 강사들이 ‘오슈’ 설치물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다시 돌아온 슬슬장이 새로운 공간에서 지역 주민들을 맞이했다. 지난 14일 옥천 공동체 허브 ‘누구나’(옥천읍 장야리 177번지) 건물 앞에서 옥천순환경제공동체가 주최하는 슬슬장이 열렸다. 지난 6년간 3월부터 11월 사이 매달 둘째주 토요일에 열리던 슬슬장은 코로나19로 올해는 이날 처음 장을 열었다.

초기 농산물직거래장터의 역할을 하던 슬슬장은 지난해 옥천로컬푸드직매장이 생기면서 정체성에 변화가 생겼다. 이제는 자녀를 둔 부모들이 벼룩시장을 통해 육아용품을 나눠 쓰고, 지역 주민들이 서로의 안부를 묻는 교류의 장으로 자리 잡았다. 나아가 경제활동을 하는 어른들만의 것이 아닌, 청소년들이 경제 활동을 체험하고 또래들과 소통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날 슬슬장에는 여느 때처럼 벼룩시장이 열렸고, 주민들을 위한 네 가지 체험프로그램이 마련됐다. 벼룩시장에 다섯 살 동생의 옷과 장난감을 팔러온 장야초 3학년 김수진 학생과 5학년 김서진 학생은 “처음엔 안 팔릴까봐 걱정했는데 장난감도 세 개 넘게 팔리고 옷도 많이 팔려 신기하다”며 좋아했다.

슬슬장을 방문한 주민들은 1천원을 내고 쿠폰을 받아 ‘인도음식 난 굽기’, ‘천연밀랍 체험’, ‘누름꽃 악세사리 만들기’, ‘실크스크린 인쇄하기’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옥천순환경제공동체는 1천원 체험비를 공동체 기금으로 모아 차후 지역 주민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때 사용해 순환경제모델을 실천할 계획이다.

14일 오후2시 슬슬장 체험프로그램 강사들이 ‘오슈’ 설치물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김태준(옥천중1) 학생은 다리미를 이용해 녹인 밀랍을 입힌 포장지를 만들면서 “동심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선생님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인도음식 난 굽기’ 부스를 차린 정서진(옥천 꽃피는 학교9) 학생은 “드럼통을 개조해 화덕을 만들었다. 그때는 먹기만 했는데 슬슬장에 나와 난에 대해 직접 설명하고 주민들과 교류하는 경험을 해보니 새롭다”며 또 오고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14일 오후2시 슬슬장 체험프로그램 강사들이 ‘오슈’ 설치물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옥천꽃피는학교 허 원 교사는 “학생들이 큰 투자를 하지 않고도 이렇게 작은 것부터 일을 만들 수 있는 경험을 나누고 싶었다”며 “학생들의 경제교육에도 도움이 되고,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을 실현하는 체험을 해보길 원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슬슬장은 처음으로 문화예술회관이 아닌 옥천 공동체 허브 ‘누구나’ 건물 앞에서 열렸다. 옥천순환경제공동체 정순영 사무국장은 “새로운 장소에서 시범적으로 장을 열여봤다. 이 장소가 사람들이 모이기에 적합한지 보려고 일부러 홍보를 많이 하지 않았다”며 “홍보를 안 한 것 치고는 사람이 꽤 모였다. 슬슬장은 주민들이 부담없이 자발적으로 결합하는 장이다보니 이런 매력에 계속 오시는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앞으로 홍보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날 장에 참가한 예랑공방 송명희 대표는 “아파트단지에서 좀 떨어져 있어 사람들이 올지 여전히 걱정이 된다. 다만 ‘멀어도 아이들 데리고 가볼만 한 곳. 아이들이 안전하고 즐겁게 뛰놀기 좋은 곳’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는 의견을 전했다.

군은 ‘누구나’ 건물을 위탁·운영할 주체를 공개모집했지만 지원 단체가 한 곳밖에 없어 공모를 한차례 유찰시킨 상태다. 옥천순환경제공동체는 ‘누구나’ 건물 위탁운영자로 선정됐을 때 슬슬장도 계속 이곳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또 이번에 열린 슬슬장과 오는 12월, 내년 3월에 열릴 슬슬장은 행정안전부 인구정책 공모에 당선된 옥천군과 옥천순환경제공동체의 인구정책 프로젝트 ‘오슈’의 일환으로 열려 450만원의 지원금이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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