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 4년 차 김미숙 대표
밑반찬부터 후식까지, 정성스레 대접하는 진실된 한 끼

두꺼비집의 대표 김미숙씨

“도대체 그 조그만 주방에서 뭐가 그렇게 잘 나와요?” 작은 고추가 맵다 했던가. 조그마한 주방에서 반찬이 끊임없이 나온다. 무얼 시켜도 쟁반 가득 3번은 날라야 상차림이 완성되니, 둘째 아들이 일을 돕다 서빙이 벅차 포기했다는 말이 과장은 아닌 듯하다. 뭘 이렇게 많이 주냐며 부담스럽다는 손님에게 “내 맘이에요. 내 손으로 만들어 주는 거니 내 맘이지”라며 “신경 쓰지 말고 실컷 잡숴요”라 말하는 김미숙 씨. 구읍에 위치한 두꺼비집의 운영 철학이 그렇다. 손님이 배불리 먹고 나가는 게 최우선의 가치이다.

인천에서 태어난 김미숙 대표는 친구를 만나러 울릉도로 여행 갔던 날, 소개로 만난 지금의 남편과 사랑에 빠져 그곳에 자리잡았다. 울릉도에서 3대째 토박이로, 축산업을 하던 남편을 도우며 동시에 식당을 운영했다. 동네도 없이 산 중턱에 위치했던 유일한 집. 소 몇 백 마리를 키우며 일 년에 한 번 친정 가는 생활이 돌이켜보면 차암 고됐다. 이후 온 가족이 전국을 6번 돌며 대전에 정착했고, 자식들 교육이 끝난 뒤 여생을 편히 보낼 곳을 찾다 발견한 곳이 옥천이다. 김미숙 대표는 “살림집으로 하려던 집이 식당으로 참 좋아 보이더라고요. 에라 그냥 밥집 해야겠다 싶어서 한정식을 시작한 거죠”라 말했다. 식당 이름도 어렵게 지을 거 없이, 어렸을 적 별명인 두꺼비를 따 ‘두꺼비집’이 됐다. 그렇게 시작한 옥천에서의 삶이 벌써 4년이 흘렀다.

예부터 두꺼비는 은혜를 갚는 의리 있는 동물로 여겨졌다. 옥천의 두꺼비는 무언가 조금 다르다. 자신이 먼저 베풀어야 직성이 풀린다. 식재료를 쌓아두는 일 없이 푸짐하게 퍼주는 것은 물론이요. 밑반찬이 맛있다고 말하는 손님에게 두둑이 포장해 주기도 한다. 먼저 주니 적이 없고 갈등이랄 게 없다. 연고 하나 없는 곳에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던 비결인 것. 이제는 완벽히 옥천의 두꺼비가 된 두꺼비집의 김미숙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 한정식집이여 횟집이여?

“도대체 여기는 어떤 게 전문이여?” 크게 매달려 있는 빨간 간판에는 ‘회’라고 쓰여있어 횟집인 줄 알았건만, 창문엔 ‘한방수육정식’이라는 현수막이 큼직하게 걸려있다. 한정식집인지 횟집인지 긴가민가할 때, 두꺼비집의 김미숙 대표는 말한다. “다 전문이여!”

본래 전문은 한정식이었다. 울릉도에서 소 사업과 겸해 오랜 기간 식당을 운영한 터라 손맛에는 자신 있었다. 음식을 맛본 손님들은 하나같이 김 대표에게 “전라도 분이세요?”라 물어본다. 어느 것 하나 소홀함 없는 맛에 당연히 맛의 고장 출신이라 생각했던 것. 한정식을 중심으로 운영하던 중, 반찬으로 겸할 회를 위해 수족관 하나를 들인 것이 계기가 됐다. 회는 반찬 중 하나였기에 광어 하나만 달랑 들여놓은 것이 지나가는 옥천 주민의 눈에 걸린 것이다. “여기는 회 저거 가지곤 안돼”라며 “여기 사람들이 눈이 얼마나 높은데 광어 하나 달랑 갖다 놔!”라는 쓴소리가 김 대표 귀에 꽂혔다. 솔깃함에 수족관을 하나, 둘 늘린 것이 4개가 됐다. 생선 종류도 광어만 있던 것이 우럭부터 농어, 도미, 숭어, 감성돔, 쥐치, 놀래미, 오징어, 대방어까지 다양해졌다.

갑작스레 횟집이 되어버린 가게 분위기 탓에 아는 사람만 오는 가게가 됐다. 겉으로만 봐서는 무얼 파는 가게인지 알아차리기 쉽지 않으니, 맛으로 입소문이 나서 찾아오는 손님에게 의존했다. 한정식을 먹는 사람들은 한정식이 나오고, 회 먹는 사람들은 회 음식이 나오고. 식당의 정체성이 흐릿해지는 것 같아 낮에는 한정식을 하고 밤에는 회를 하는 것으로 구분해보기도 했지만, 낮에 회 먹고 싶은 손님들을 저버릴 순 없어 자유롭게 운영하기로 했다. 

■ 자고로 맛의 원천은 손맛

식당 자랑은 거창할 게 없다. ‘맛’과 ‘정성’ 이 두 개면 충분하다. 남의 양념 빌릴 것 없이 본인 손으로 모든 걸 척척해낸다. 한정식에 포함되는 수많은 반찬을 직접 만들려면 벅찰 법도 한데 손이 하도 빨라 문제 될 게 없다고. “굳이 새벽부터 안 해요. 내일 아침에 뭘 해야 할지를 딱 파악하고, 미리 준비해놓죠. 반찬 할 게 다섯 개가 있으면 볼을 딱 놔서 맞는 양념 착 해버리면 뚝딱이죠” 

밑반찬뿐 아니라 한방수육, 간장게장, 양념게장, 해물돌솥비빔밥, 멍게비빔밥도 기성품을 쓰거나 남의 레시피를 빌려 쓰는 일이 없다. 모든 음식이 김미숙 대표 손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내어드릴 때 부끄러울 일이 없다. 당연히 맛에 대해서도 자신감이 따라온다. 손님들이 식사를 마치고 난 뒤, 떠나간 자리를 보면 김미숙 대표의 정성이 손님의 마음에 닿았음을 알 수 있다. 메인 음식뿐 아니라 밑반찬을 담았던 그릇까지 깨끗해져 있는 경우가 대다수인 것.

그 맛과 정성을 맛본 사람들은 단골이 되기 일쑤이다. 김미숙 대표는 “게장을 드시고 간 손님이 전화로 게장을 택배로 보내줄 순 없냐고 물어보더라고요”라며 “안된다니까 서울에서 직접 와서 포장해간다니깐요?”라 말했다. 오죽하면 멀리까지 와 포장해가는지, 진심은 통하기 마련인가 보다.

두꺼비집의 내부 모습, 테이블이 많아 거리두기에 용이하다.

■ ‘막집’과 ‘맛집’

회도 당연히 직접 뜬다. 울릉도에서 긴 시간을 보낸 터라, 당연히 울릉도에서 회를 배웠을 줄 알았으나 옥천이 그 시작이었다. 서툴기도 참 서툴렀다. 능숙한 사람의 손질을 보면 참 쉬워 보이지만, 생물을 잡았을 때의 그 막연한 두려움이란! 우럭에 찔려 손이 마비된 적도 많았다. “이 집은 회가 왜 이렇게 느려요?”라는 손님의 불만을 들은 적도 여럿. 어려움을 겪어내며 하다 보니 금방 늘었다. 이젠 척하면 척이다. 주문이 들어오면 반찬 먼저 얼른 빼주고 순식간에 회를 접시에 담아낸다.

수북이 쌓인 회는 이쁜 모양과는 거리가 멀지만, 오히려 이런 점이 맛으로 다가온다. “손님들이 그래요. 여기는 이상하게 회가 맛있다고. 그럼 저는 막 썰어서 그렇다고 말하죠” 무심하게 썰어낸 회는 두툼하다. 입에 넣으면 꽉 차는 그 식감에 매료된다. 

보기 좋은 회는 일식집으로, 배부른 회는 두꺼비집으로. 김미숙 대표의 생각이다. 하지만 김 대표가 다른 횟집과 궤를 달리하는 것은 무엇보다 밑반찬 구성에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회를 시키면 정성스레 만든 한방 수육이 반찬으로 나오기 때문. 횟집에 가면 해물이 밑반찬으로 나오는 건 당연하니 그게 싫었다고. “저는 오히려 수육을 같이 드려요. 회를 시켰는데 한정식 상차림이 나오니 손님들이 다들 놀라시죠” 김 대표 본인은 막 썰어서 나가는 회라 두꺼비집을 ‘막집’이라고 표현하지만, 그 속에는 ‘맛집’의 내공이 담겨있었다.

옥천에서 어느덧 4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아무 연고도 없는 곳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지만, ‘두꺼비’ 김미숙 대표는 큰 어려움 없이 구읍에 녹아들었다. 손님들에게 정을 베푸는 지금이 만족스럽지만, 구읍에 대해선 조금 아쉬운 마음이 있다고. “여기 구읍 거리가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장소라 생각해요”라며 “하지만 볼거리가 마땅치 않아 활성화가 되지 않는 게 아쉬워요. 거리가 진짜 아름답게 꾸며져 외부에서도 찾아올 수 있는 명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라 말했다. 일회성으로 그치는 사업보단, 세월과 같이 농익어가는 멋들어진 공간으로의 발전을 꿈꾸는 것.

겉으로 봤을 땐 어떤 음식을 취급하는지 종잡을 수 없던 두꺼비집. 그 속에는 아는 사람만 즐기던, 모두를 만족시킬 맛이 가득 담겨있었다. 진심이 담긴 손맛이 고프다면 두꺼비집에 들러 김미숙 대표가 담아내는 맛으로 채워보는 것은 어떨까?

두꺼비집의 입구를 지키는 다양한 두꺼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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