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 박춘

평생 자신만을 위해 살다가 인생의 후반부를 맞아 화려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추억 속에서 벗어나지를 못했다. 세상에 태어나서 한 번쯤 남을 위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려운 이웃이 눈에 들어오고 밝은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었다. 봉사하는 일을 찾다가 복지관을 찾아 상담했다. 밑반찿ㄴ 배달하는 일을 맡아 이원면 2년, 옥천읍 2년, 4년간 밑반찬을 배달했다. 배달하면서 봉사하는 즐거움을 깨닫고 커다란 봉사를 하시는 복지관 관장님 이하 많은 선생님을 전경하게 되었다.

복지관 입구에 해외 여행객을 모집한다는 현수막이 눈에 들어온다. 동참했더니 부산에서 배를 타고 대한해협을 건넜다. 복지관 선생님 두 분이 함께 타 노인관광객을 돌보아 준다. 자식 같은 선생님들의 효도와 함께한 여행은 감격이었다. 오사카 성으로 출발하는 도중 일행 중 남자 어르신 한 분이 갑자기 쓰러지셨다.

허 셈이 가슴을 압박하는 인공호흡을 시키고 유 팀장 셈이 환자를 업고 병원으로 달렸다. 낯설은 일본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은 어르신은 눈을 뜨고 두 선생님께 감사하다며 눈물을 주르륵 흘린다. 일행은 박수를 치며 벚꽃이 만발한 오사카 성 관광과 아소 지방 활화산 관광 일정을 무사히 마쳤다.

동이 트는 뿌연 새벽에 부산으로 출발한다는 뱃고동 소리가 낭만적이다.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며 반성하지 못하는 일본을 향해 “역사가 증명하고 세계가 주목한다.”라며 울분을 토했더니 기분이 상쾌했다.

흘러가는 세월은 잡을 수가 없는 것인지 오른쪽이 마비되는 뇌경색을 맞았다. 병석에 누워 눈물만 흘리며 우울한 나날을 보내다가 옛일이 생각나기에 복지관을 찾았다. 색소폰에서 아름다운 음악이 흐르기에 나도 모르게 3층으로 올라가 음악을 감상하며 복지프로그램이 많이 확장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2층에 들려 합창하는 대열에 서서 가곡도 따라 불렀다. 신(소프라노) 선생님께서 반갑다고 선을 덥석 잡으신다. 1층을 두리번거리다 보니 정기바둑장기바둑 교실이 눈에 확 들어왔다. 바둑 대회를 하는데 자격심사를 한다고 야단이다. 바둑 5급인 나는 나이가 만64세이기에 65세 이상이 참여하는 정기바둑장기바둑 교실에는 자격이 없다. 그때 총무님이 박 춘 씨는 장애인이기에 자격이 있다고 하자 많은 회원이 따뜻하게 맞이해주었다. 그렇게 바둑대회에서 내가 일등을 하여 상금을 받아 전체 회식도 했다.

그때, 총무님이 아니었으면 나는 집에만 있어 우울증에 시달렸을 것 같아 총무님께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오른손이 불편한 어른과 바둑을 둔다.

3점을 붙이면 내가 3판을 이기고 4점을 붙이면 3판을 내가 진다. 그래서 우리의 치수는 3점 반이라며 없는 치수를 만들다 보면 점심시간!

식당에 가면 남 셈을 만날 수 있어 점심시간이 기다려진다. 식당의 조리담당 남 샘과 나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 복지관을 개관하던 해 어떤 날 남 선생님의 차를 내 차가 박은 적이 있었다. 선생님 차 범퍼에 흠이 생겼으나 잘 닦으면 없어지겠다며 불문에 부치자는 남선생님의 그 대범함! 그때부터 나는 남 샘을 눈여겨보았다. 특히 영양식을 만들어 주는 남 셈께 늘 감사하고 있다. 배식하는 봉사자 중에 대기업에 합격한 아들을 둔 준구 엄마도 계시고, 어릴 때 이웃에 살며 대전여고를 다니던 여학생이 같은 대학을 다니면 열애 끝에 군수님과 결혼을 하였다는 일화를 간직한 그녀도 만난다.

그녀가 지금은 식당에서 배식하는 봉사자로 변신하여 나이 먹고 병든 나를 돌보아준다. 하여튼 자발적으로 봉사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바둑 두던 우리는 식권을 서로 사려고 다투며 함박웃음을 짓는다. 영양 식사를 하고 오면 식전에 조합장님과 나의 바둑 두는 모습을 관전하던 2급 장애인 김(64세)씨가 끓는 물에 커피를 타서 비틀거리며 바둑 두는 조합장님과 나에게 배달한다. 넘어질 듯 비틀거리면서도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배달한 김 씨의 사랑을 마신다. 아침에 출근하듯이 복지관에 가면 행복하다. 맛있는 점심과 춥거나 더워도 걱정이 없는 쾌적한 공간에서 좋은 사람들과 게임을 하는 재미는 정말 행복하다. 더불어 점심 준비를 하지 않는 안식구는 더 좋아한다. 점심식사가 얼마나 훌륭한지 바둑을 잘 두시는 형님은 형수님을 모셔와 시식도 시켰다. 나는 복지관의 점심이 영양식이기에 집에 가서 저녁 식사를 거를 때도 있다. 안식구는 저녁 식사를 거르는 나에게 근심 어린 마음으로 메뉴를 꼬치꼬치 묻는다. 식단을 설명하는 나는 신이 난다. 식당도 손님이 많은 집이 맛이 있듯이 많은 음식을 하는 복지관 반찬은 모두가 맛이 있다고 설명한다. 매일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생선 등으로 식단이 바뀌고 짜고 맵지도 않고 기름도 없는 담백한 음식은 노인들 건강에 좋은 건강식이라고 설명하면 참으로 감사하다며 안식구는 준구 엄마와 군수 사모님 따라서 옥천 복지관에 가서 봉사하겠단다. 선생님들의 사랑은 아들딸들에게 받아보지 못한 효도를 받았다고 우리는 자랑하고 다닌다.

미국에서 내 몸과 같은 친구가 왔다. 복지관에서 조합장님과 바둑도 두고 나와 식당에서 밥도 먹었다. 미국의 복지보다 한국의 복지가 한결 우수하며 우리나라 좋은 나라라고 힘주어 말한다. 역이민 오고 싶다는 친구에게 한국에 오기만 하면 환영한다면 한 친구가 아파트를 얻어주겠다고 한다. 나는 영어가 필요한 회사에 내 몸과 같은 친구의 이력서를 넣기로 했다.

대부분의 장기 바둑반 회원들은 우리나라가 복지에 앞장서지만 예의 바르고 인사 잘하고 깨끗하고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옥천 복지관이 최고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역시 우리나라 좋은 나라 참 좋은 옥천 복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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