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용 (안남 화인산림욕장 대표)

수년전부터 들불처럼 번지기 시작하여 끝없이 번창하고 있는 사업을 들라면 주저없이 카페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것을 뒷받침 하는 통계가 세계 200여 나라중에서 한국의 커피 소비량이 자그마치 세계 6위라는 놀라운 사실이 입증하고 있다.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셔야만 직성이 풀리는지 마이카 붐에 편승한 요즘 젊은이들은 커피맛이 조금이라도 다르면 거리에 구애됨 없이 찾아다닌다.

다방(Tea room)이나 커피숍(Coffee shop)에서 커피를 마시면 격이 떨어지고 시대에 뒤진 꼰대 취급을 당하는 것이 요즘 세태이다.

흔히 “인생을 잊기 위해 술을 마시고, 인생을 생각하기 위해 커피를 마신다”라고 한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커피로 하루를 시작할 정도로 우리 생활에 깊숙히 들어와 있지만 이렇게 되기까지 숱한 우여곡절을 겪어야만 했다. 누구나 커피하면 브라질을 연상하나 사실 원산지는 에티오피아다. 커피가 유럽으로 전파된 것은 십자군원정로를 타고 아랍문화권에서 유입되었다. 커피가 기독교 문화권으로 유입되자 교황청은 “악마의 음료”라 하여 금지령을 내렸다. 반면에 장시간 기도해야하는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그 효력이 크게 인정되어 “신이 내린 귀중한 약”이라고 극찬받았다.

기독교 문화권에서 커피가 몰래 전파되자 17세기 초 교황 크레멘트 8세는 자신이 직접 마셔보고 영혼을 맑게 한다면서 기독교 음료로 공인하자 자유롭게 유통되었다.

“카페”란 프랑스어로 단지 커피를 뜻한다. 

카페는 거창하고 화려한 레스토랑이 아닌 커피를 비롯한 간단한 식사와 차, 와인을 들수 있는 곳에 지나지 않는 서민들의 식당이자 사교장이다.

그래서 에펠탑(Eiffel Tower) 맨 아래층 카페는 철학자이며 작가, 사상가 이기도한 장 폴 샤르트르(Jean-Paul Sartre)와 역시 작가이자 사상가인 시몬 드 보부아르(Simoe de Beauvoir) 부인이 수시로 만나 계약결혼의 진목면을 보여준 곳으로 유명하다.  필자가 파리에 가면 들리곤 한 그곳은 관광객의 홍수로 다소 시끄러워 고즈넉한 분위기는 아니였다. 

파리의 유명한 카페가 많은 몽마르트르 거리에는 문필가, 화가, 정치가, 예술인들이 몰와 신문이나 잡지를 읽기도 하고 토론을 하며 체스(서양장기)도 두고 심지어 샹송(Chanson=프랑스 대중가요)까지 흘려 보내준다.

독일인들은 커피는 주로 가정에서 주부들이 마시며 남자들은 너나 가리지 않고 맥주광들로 맥주집에 들리면 시끌벅적하기 그지없다.

영국은 커피집(Coffee House)이 변하여 프랑스 카페 처럼 간단한 식사와 차는 물론 맥주를 마시는 곳이 펍(Pub=Public House=선술집)이다.

필자는 런던에 가면 유명한 식당과 호텔이 많은데다 특히 로버트 테일러와 비비안리가 호연하여 만인의 심금을 울였던 애수(哀愁.원제는 Waterloo Bridge)의 무대가 되었던 워터리 브릿지 근처에 여장을 풀고 저녁에는 PUB으로 가곤 한다.

그리고 영국이나 아일랜드는 물론 영연방(英聯邦)인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에 가면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메뉴가 있어 선택의 폭이 넓은 펍에 꼭 들린다. 

이곳은 주종이 맥주로서 생면부지의 옆자리 손님과 격의 없이 얘기를 나누며 금방 십년지기와 같이 친해져 온갖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좋다.

특히 영국의 펍은 사업가, 예술가, 정치가, 언론인등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드나들며 대화를 나누고 있는 서민들의 애환이 깃든 곳이다.

아일랜드 더블린(Dublin)에서 펍에 들렸더니 옆 자리의 토니(Tony)라는 손님이 일본에서 왔느냐고 묻기에 한국에서 왔다니까 정색을 하며 반긴다.

아일랜드는 무려 700년간 영국의 식민지하에 신음하다 1921년 12월 6일 겨우 독립했단다. 그런데도 아직도 북아일랜드는 영국의 지배하에 있으므로 우리가 일본에 대한 악감정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영국에 대한 원한은 필설로 형언할 수 없을 만큼 크고 깊어 모두에게 골수에 박혀 있는듯 했다.

그는 한국도 머지않아 통일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하면서 자기들 영토인 북아일랜드에서 영국을 쫓아 낼 때까지 자기는 사력을 다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가 열변을 토하고 있는 중에도 대니보이(Danny Boy)=아일랜드 민요)는 펍안에 은은히 울려 퍼지고 있어 아일랜드의 슬픈역사를 나그네에게 묵시적으로 알리고 있는듯 느껴졌다.

일본과 중국은 옛부터 차문화가 발달하여 커피가 아예 명함을 내밀 수 없는 곳이다.

하지만 일본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을 킷사덴(喫茶店=찻집) 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나마 요즘은 점점 이자카야(居酒屋=선술집)에 흡수되고 있는듯 하다.

서민들이 일터에서 돌아오는 오후 5시부터 밤 11시까지 영업하는 곳으로 좁은 공간에 점주(店主)와 맞댄 의자라곤 고작 8~12개 정도가 놓여있다.               

샐러리맨들이 참새가 방아간을 지나치지 못하듯이 귀가하기 전에 부담없이 들여 목을 축이는 비교적 저렴하며 아담한 술집이다.

위스키나 브랜디등은 마시다가 맡겨두어 수시로 들락거리며 마실 수 있고, 초면인 옆자리 손님과 스스럼 없이 십년지기가 되는 마음편히 마실 수 있는 곳이다.

이런 이자카야가 우리나라에 수년전부터 대거 상륙하여 일본과는 전혀 다르게 영업을 하고 있어 필자를 어리둥절케 한다.

프랑스의 카페, 독일의 맥주집, 영국의 펍, 일본의 이자카야 처럼 주머니 걱정없이 부담없게 마시며 서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선술집이 한국에는 어디에 있는지 왠지 주막처럼 멀어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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