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동품의 진한 향수 냄새가 물씬 나는 ‘미래경매장’
조 대표는 제주도에서 27년 간 가구 공장 운영, 옥천읍행복복지센터 옆에서 화원 운영도
가격표가 붙어있는 상설 판매장도 위치해 있어 누구나 쉽게 골동품에 입문할 수 있어
골동품뿐만 아니라 생활용품도 경매에 나와

옥천읍에서 군북면으로 가는 길, 매주 목요일, 일요일 12시마다 전국에서 트럭이 모여든다. 입구를 지키는 커다란 호랑이 석탑을 지나 경매장에 들어서면 경매를 진행하는 목소리가 쉼 없이 울려 퍼진다.

경매장이라 하면 말끔히 정장을 입은 경매사의 조율 속 구매자 간 치열한 가격 경쟁이 이뤄지고, 경매 봉이 내는 ‘탕탕탕’ 소리와 동시에 높은 낙찰액이 결정되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런데 미래 경매장의 모습은 이와 사뭇 다르다. 모자를 눌러 쓴 경매사 앞에 놓인 상품은 북. 아랑곳하지 않고 목장갑을 낀 채로 북을 치며 노래한다. 한자가 가득 적힌 고문서를 경매할 때면 오히려 손님들이 그 뜻을 해석해가며 경매를 진행한다. 필름카메라는 직접 만지며 상태를 파악하고, 누가 그렸는지 모르는 병풍을 펴 두고 “명절 때 제사 지낼 때 뒤에 펴두고 지내면 좋겠다”고 말한다. 농약 통, 삽자루, 절단기 같은 익숙한 친구들도 경매 물품으로 출현하며 뚫어뻥 구매를 권유하며 구매자들에게 한번 뚫을 때마다 삼만 원씩 받을 수 있다고 권유하는 경매사. 자유로운 분위기 속, 대부분의 낙찰가는 오히려 시작가보다 낮게 형성된다. 

경매장을 지나 건물 안쪽으로 들어가면 상설골동품 판매장이 있다. 가게 한 편에는 골드스타의 라디오, 변진섭과 김세레나와 같이 명가수의 목소리가 담긴 LP판이 수북이 쌓여있고  카페에 두면 어울릴법한 커다란 기린 동상,  국사책에서 볼 법한 불상과 옥비녀가 한 공간에 놓여있다. 이 공간을 골동품에 대한 안목이 깊은 보은 출신 조 대표(70, 군서면)와 아내 김 씨(66)가 손수 가게를 꾸려나가고 있다. 

■ 향수 냄새가 물씬 나는 ‘미래경매장’

골동품 경매는 매주 목요일, 일요일 12시부터 열린다. 경매는 신장교(64, 옥천읍)씨가 한다. 신 씨는 가양동에 골동품 가게를 운영하며, 매장에서 판매할 물건 구매를 위해 들린 손님이었다. 우연히 마이크를 잡아 경매를 진행하였고, 인연이 되어 직업이 되었다고. “생활용품, 장구, 성인용 기저귀 등 없는 게 없어요. 만물상이죠” 일반인들도 집에서 쓸 일 없는 물건이 있다면 가지고 와 판매한다. 구매자가 나타났을 경우 경매장에 수수료 10%가량을 납부한다고. 낙찰된 가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판매를 거부해도 된다. 경매에 참여하면 좋은 물건을 싸게 살 수도 있다. 인터넷 최저가 6만 5000원짜리 자전거가 3만 원에 낙찰되기도 한다. 상설 판매장은 매일 운영을 한다. 오전에는 주로 배달을 다니고, 12시에 가게 문을 연다. 가까운 곳은 조 대표가 혼자 배달을 다니고 서천, 부여, 경기도 화성 같은 장거리 배달은 항상 두 부부가 함께 배송한다고.

조 대표는 미래경매장은 ‘향수 냄새가 물씬 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예전에 고향 집에서 보던 물건, 골동품을 보면 그 안에서 향기가 느껴진다고 한다. 조 대표는 옥천 사람들의 향수에도 빠져있다. 옥천에서 14년가량 살며 겪은 옥천 사람들에 대해 “사람들이 심성이 온순해요. 경매하다 보면 큰 소리가 나올 법도 한데 사람들이 큰 소리 내는 것을 싫어하죠.”라고 말하며 “군이 교차로 근처 보행자 도로 있는 풀들을 깔끔히 제초하여 보행자도 편안하게 거닐 수 있는 옥천이 되면 좋겠다”고 지역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 가구 전문가의 손길로 재탄생 시킨 고가구

남편 조 대표와 아내 김 씨는 보은군 탄부면 한 동네에서 나고 자랐다. 조 대표는 제주도에서 잘나가던 가구공장 사장님 출신이다. “아내랑 결혼하고 1년 뒤 제주도로 가서 가구 장사를 했어요. 그 당시에는 제주도에 가구 공장이 없었죠. 매장도 운영하고, 가구 공장도 운영했어요.” 제주도 관광 붐이 일어났을 시기 이곳저곳에 호텔과 여관이 생겨났다. 맞춤 가구 제작 의뢰가 들어왔고, 가구 제작 솜씨와 사업 수단이 좋아 손님이 많았다고. 27년간 곧잘 운영하던 가구 사업도 IMF 외환위기 여파를 피해갈 수 없었다. “가구 장사를 정리한 후 고향 보은으로 돌아가 장사를 시작하려 했죠. 상권을 분석해 보니 대전과 인접한 옥천이 더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되어 옥천읍 행정복지센터 옆에서 화원을 운영 했었죠” 그러던 중 북대전에 목 좋은 자리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대전으로 이전해 화원을 운영했다고. 조 대표의 취미인 골동품 수집을 위해 들린 경매장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하던 조 대표와 아내 김 씨는 화원을 정리하고 골동품 경매장을 운영하기로 했다. 

골동품 경매장은 두 부부에게 천직아다. 가구점과 가구 공장을 하며 기른 안목과 기술력을 가지고 경매장으로 오는 품질 좋은 가구를 구매해 손질한다. 경매장 안쪽에 위치한 상설 판매장에는 조 대표의 손길이 닿은 고가구와 골동품이 자리 잡고 있다. 상설 판매장은 가격 정찰제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인테리어, 소품에 관심 있는 일반 소비자도 편안하게 들러 둘러볼 수 있다. 매주 찾아오는 단골도 있는데 대부분이 인테리어에 관심이 있는 카페 사장님이다. “대전 선화동에 가면 ‘오늘 여기 우리’라는 카페가 있어요. 골동품 카페인데 대부분의 소품이 저희 가게에서 구매한 물건이죠” 전문가의 영역이라는 골동품 가게에 일반 소비자들이 거리낌 없이 찾는 이유는 깔끔한 실내 환경 덕이다. 다른 경매장과 가장 큰 차별점이 청결이라고 말하는 김 씨는 “수많은 골동품이 오고 가기 때문에 조금만 신경 쓰지 않으면 이곳저곳에 먼지가 쌓여 금방 지저분해지기에 십상이니, 매일 쓸고 닦기가 바쁘다”고.

옥천미래경매장
충북 옥천군 군북면 이백6길 3 
010 6609 8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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