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 청소년, 자립의 깃발을 꽂다
옥천 청소년, 자립의 깃발을 꽂다
  • 유하빈 기자
  • 승인 2020.10.16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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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바리스타 개발 메뉴 ‘신데렐라 칵테일’ 드시러 카페 둠벙 오세요”

“따뜻한 아메리카노 연하게 한 잔 주세요”
주문을 받은 청소년 바리스타 유현빈(18, 충북산과고2)이 연하게 탄 아메리카노와 함께 에스프레소샷을 따로 담아 내왔다. 원하는 농도를 맞춰 마실 수 있게 센스를 발휘한 것이다. 유현빈 학생의 작은 배려에서 ‘청소년 자립카페’를 5개월여 동안 직접 운영하며 갈고닦은 여느 바리스타 못지 않은 실력은 물론 가게를 운영하는 주인장의 모습을 보았다.
자립카페에서 바리스타 교육을 담당했던 마을카페 티률 지관민 대표도 이 모습을 보고 “처음에는 믹서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던 아이들이 정말 일취월장 했다”며 미소지었다.
청소년자치배움터 징검다리학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된 ‘청소년 자립카페’ 프로젝트가 지난 10일 오후3시 마무리됐다. 청소년 자립카페는 평소 커피와 음료에 관심이 많고 카페 운영을 해보고 싶은 생각을 가진 청소년들을 위한 체험 기반 진로탐색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 청소년 자립카페는 지난 6월13일 처음으로 지역 청소년 바리스타 10여명이 모여 실습, 재료 준비 등의 과정을 2주간 거친 뒤, 2개 팀으로 나누어 7월4일부터 매주 토요일 낮 12시부터 4시까지 지역문화창작공간 둠벙을 운영했다.
지역문화진흥원이 지원하는 ‘2020 생활문화공동체만들기’ 지원 사업을 통해 진행한 청소년 자립카페는 지역문화활력소 고래실이 기획하고 마을카페 티률 지관민 대표와 옥천전환교육작당모임 소속 김연경 마을 교사가 교육을 담당했다. 

■ 교실서 배울 수 없는 소중한 경험, 매출액 나눠 가지며 노동의 가치도 배워

첫 발은 어른들과 함께 내딛었지만 ‘자치’와 ‘자립’이라는 단어에 걸맞게 매주 토요일이면 청소년 바리스타들은 스스로 음료를 만들고 고객을 접대했다. 이뿐만 아니라 직접 자체 메뉴를 개발하고 음료에 쓰일 청을 만들기도 했다.

청소년 바리스타들은 운영에 참가한 시간에 비례해서 매출액을 나눠가졌다. 자립카페가 벌어들인 돈은 180여만원. 가장 많은 시간 참여한 유현빈 학생은 20만원을 받았다. 이 또한 ‘자치’와 ‘자립’교육의 일부다. 프로젝트를 기획한 고래실 장재원 국장은 “노동 가치인 돈, 임금의 쓰임을 스스로 결정하는 것도 자립카페 취지의 연장선에 있다”며 “잘 고민해서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일에 쓰길 바란다”고 말했다. 

청소년 바리스타들은 교실에서 할 수 없는 경험을 했다는 점에서 만족감을 표했다. 자립카페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진로에 대해 더욱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김민용(17, 충북산과고1) “사실 처음에는 카페 일이 별 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힘들다는 걸 느꼈다. 자격증 과정에서는 배울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청소년 자립카페를 함께한 ‘어른’들도 옆에서 이들을 지켜보며 많은 것을 느꼈다. 기회만 충분히 주어진다면 청소년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이날 둠벙을 찾아 자립카페 청소년 바리스타들의 모습을 본 조아라(28, 옥천읍)씨는 “청소년 시기에 이렇게 풍성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좋다고 생각한다. 일을 즐기는 청소년 바리스타들의 모습이 보기 좋다”며 프로젝트 취지에 공감했다.

김연경 마을교사도 “그 동안 청소년들에게 무언가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것이지 기회만 있다면 얼마든지 해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시간이었다”며 “어른들이 청소년들에게 기회도 주지 않고 ‘어리니까 안 된다’는 편견을 갖지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 ‘메뉴 콘테스트’서 실력 뽐내, 우승작은 카페 둠벙 고정메뉴로

지난 10일에는 자립카페 운영을 마치고, 청소년 바리스타가 모두 모여 메뉴 콘테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청소년 바리스타들은 커피메뉴는 물론 자두스무디, 패션후르츠레몬에이드, 생귤주스 등 다양한 음료를 선보였다. 이들 중 심사위원인 지관민 대표가 선정한 우 승직은 김민용 학생이 준비한 ‘신데렐라 칵테일’. 얼음과 함께 간 파인애플을 오렌지주스, 레몬즙과 섞어 만든 창작 메뉴다. 

지 대표는 “위생과 맛, 제한 시간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콘테스트를 위해 개인적으로 준비해 온 셰이커(음료를 넣고 흔들 때 사용하는 칵테일 제조 기구)를 준비해 온 열정을 높이 평가한다”며 신데렐라의 칵테일을 우승작으로 선정했다.

김민용 학생은 “맛있게 마셔주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는 마음으로 준비했는데 우승까지 하게 돼서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우승작 신데렐라의 칵테일은 김민용 학생의 이름과 함께 둠벙 고정 메뉴에 들어갈 예정이다.

■ 청소년 자립카페, 업그레이드된 ‘시즌2’로 이어지길

자립카페에 참여했던 이들은 모두 이 프로젝트가 계속해서 이어지길 원했다. 더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더 많은 청소년과 경험을 공유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현구 학생은 “기회가 된다면 다음 자립카페에도 참여하고 싶다”며 “더 많은 친구들과 자립카페만의 체험을 공유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관민 대표도 “일회성 사업으로 그치지 않고 계속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자립카페 시즌2에서는 음료 제조와 접대 뿐 아니라 재료구입과 관리, 회계 등 카페 영업 전체를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성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장재원 국장도 청소년 자립카페가 ‘시즌2’로 이어지길 원했다. 장 국장은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한 이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시즌2를 기획하고자 한다”며 “주말 아르바이트를 이번 기수 친구들에게 맡기고, 새로운 친구들은 위한 교육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방식을 고려해보겠다”고 말했다.

 

“청소년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세요”

청소년 자립카페 바리스타 교육 담당 마을카페 티률 지관민 대표 인터뷰

자립카페 이름 맞게 실제 카페 운영 모습 따와

자립카페 2탄은 장보기·회계정리도 넣을 예정

“선생님, 우리가 하고 싶다고 이야기해도 (학교에서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해요.”

옥천중학교 진로체험 멘토링을 4년간 준비하며 인연을 쌓아온 ‘제자’들이 지관민 대표를 찾아왔다. 바리스타 교육을 계속 이어가고 싶지만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한계를 경험한 청소년이 문을 두드린 것. 반가웠다. 벽에 부딪혔다고 해서 포기하지 않고 방법을 찾으려 애쓴 흔적이 보였기 때문이다. 마을카페 티률 지관민 대표가 청소년 자립카페 바리스타 교육을 담당하게 된 배경이다. 

“학교 탓이라고 할 수 없어요. 학교라는 공간 자체가 가지고 있는 한계는 인정해야죠. 포기 하지 않고 저를 찾아와준 청소년들이 대견하고 한편으로는 안타깝고 여러 감정이 들었어요.”

제자들의 고민을 들었으니 해결 방법을 찾아야 했다. 직접 운영하는 마을카페 티률이 있다지만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싶어 하는 모든 청소년을 아르바이트로 쓸 수는 없었다. 코로나19 장기화 속에 인건비 지출을 무한정 늘릴 수 없는 탓이다. 제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여기저기 고민을 털어놓고 다녔다. 여러 사람의 역량과 의견이 모이면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 기대했다. 그리고 응답이 왔다.

“고래실 장재원 국장이 둠벙에서 주말마다 청소년과 함께 카페 운영을 직접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했어요. 저희집(카페 티률)은 아르바이트 쓰거나, 어떨 때는 문 닫아놓고 주말마다 둠벙으로 향했죠.”

자립카페는, 커피 내리는 실습 교육이 아니라 카페를 직접 운영하는 진로 교육에 가깝다. 그랬기에 엄격했다. 커피 내리는 것은 물론 접시에 담는 것, 서비스까지 실제 카페 운영과 동일하게 진행했다. 마지막 수업이 있었던 10일 메뉴 개발 시간도 마찬가지. 5분 안에 개발한 음료를 만들어 손님상에 내야 했다. 주방 안에서 벌어질 수 있는 손 데임, 베임 등은 크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음료 한 잔 만들 때 손님들이 주구장창 기다려 주지 않아요. 엄격해야죠. 어른들이 걱정을 너무 많이 해요. 안전하게 주방기구를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면 척척 해내요. 척척 해낼 수 있다고 믿어주는 게 제 교육법입니다.”

여느 체험 프로그램은 달랐다. 가장 다른 점은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청소년이 일한 만큼 노동의 대가를 가져갔다. 8명이 받아간 주말 노동 대가는 180만원 정도다. 평균 22만원 상당이다. 

“이번 프로그램으로 경제관념도 확실히 달라졌다고 봐요.”

지관민 대표가 그리는 청소년 자립카페 2탄은 무엇일까.

“첫 번째 자립카페에서는 재료가 준비 된 상황에서 음료나 샌드위치 등을 만들어서 손님에게 서비스 하면 됐어요. 2탄에서는 직접 장도 보고 회계장부도 정리하고 더 업그레이드 해야죠. 자립카페와는 별개로 이렇게 바리스타 교육을 받은 청소년들이 팀을 이뤄 대회도 나갔으면 좋겠어요. 바리스타 대회는 청소년도 참여할 수 있거든요. 그런 청소년이 있다면 옆에서 도와주면서 같이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청소년이 직접 만든 직업체험이 남다른 이유

고래실 장재원 국장 인터뷰

청소년 교육에는 청소년 목소리가 담겨야

둠벙, 자립카페 통해 진정한 청소년 공간으로 거듭나

기획단계부터 징검다리학교와 함께한 고래실 장재원 협력국장은 진로탐색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청소년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게 가장 먼저라고 생각했다. 대다수 진로 교육이 청소년을 위한 교육이라면서 정작 청소년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이었다. 그렇게 수집한 청소년의 목소리 중 하나가 ‘청소년 자립카페’였다. 마침 카페 둠벙이 있어 교육·체험 공간도 제공할 수 있었다.

“대다수 진로체험 교육이 어른의 시선에서 프로그램을 만들어 놓고 아이들이 선택하게 하죠. 하지만 우리는 아이들의 수요를 먼저 파악하고자 했어요. 학교에서 바리스타 교육을 받아 본 친구들이 이제 실제로 카페를 운영해보고 싶어 하더라고요. 그래서 둠벙을 이 친구들에게 맡겨보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부터 출발한 프로젝트가 ‘청소년 자립카페’였습니다.”

‘자립’이라는 단어를 넣은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청소년에게 ‘체험’을 넘어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는 생각이 자립카페에 담겨있다. 

“ ‘자립’에는 말 그대로 청소년들이 ‘스스로 서 볼 수 있는’ 기회라는 의미를 담았어요. 배움과 체험의 단계에 그치지 않고 직접 현장에서 판단해보며 이 일이 정말 하고 싶은지 고민할 기회를 주는 거죠. 만약 카페 일이 맞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고 해도 헛된 시간을 보낸 게 아니에요. 맞는지 안 맞는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이죠. 수익금을 나눠준 것도 그런 생각에서 나온 아이디어에요. 노동의 가치를 배우고 임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스스로 판단하는 것도 교육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해요.”

바리스타 교육을 받은 적이 있는 이들을 중심으로 카페를 운영한다고 해도 실제로 카페를 경영해본 적이 없는 청소년들에게 카운터를 내준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터. 하지만 장 국장은 ‘청소년 공간’을 지향하는 둠벙이기에 청소년이 운영해보는 것도 청소년 공간 확장의 일환이라는 생각에 과감하게 시작했다고 말한다.

“17년도에 처음 카페 문을 열 때부터 청소년들을 위한 문화 허브, 청소년이 환대받는 공간을 지향했어요. 청소년에게 전 메뉴를 1천원씩 할인해 주기도 하고, 19년도에는 ‘놀면 뭐하니 둠벙 만화카페’라는 이름으로 국민은행 지역사회 혁신프로젝트 공모사업에 지원해 청소년 친화 공간으로 탈바꿈하기도 했고요. 이때부터 청소년이 손님이 아니라 주인으로 자리하는 둠벙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청소년들이 주방을 맡는 건 어떨까 생각해 왔어요.”

장재원 국장은 청소년의 만족도가 높았던 만큼 앞으로 청소년 자립카페 ‘시즌2’를 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번에 자립카페를 운영해본 친구들에게 주말 아르바이트를 맡기고, 새로운 친구들이 현장 실습을 하는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 

“공교육 과정에서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징검다리학교에서 할 수 있었어요. 학교 밖에 있는 공간에서 학교 밖의 교육자들이 힘을 모았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옥천에 자리 잡도록 관심가져 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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