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고기·가브리살·삼겹살 전문 ‘고기역’ 정상호씨
대전에 있는 백화점에서 신사복 판매하다 3년 전 식당 열어
우리고장서 나고 자란 동서와 자주 왕래하며 연 닿아

‘내가 먹어 맛있으니 니 입에도 맛있겠지.’ 어떤 손님은 대뜸 반말이냐며 우스갯소리로 얘기하지만, 가게 주인은 이 슬로건이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그만큼 제 손을 거친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드러난다. 소규모 손님들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공간은 그리 넓지 않지만, 아기자기하고 아담한 컨셉으로 다른 식당과 차별을 두고 있다. 메뉴판에 두툼한 ‘칼빵삼겹’, 담백하고 부드러운 ‘가브리살’, 아삭한 식감의 ‘뒷고기’가 소개돼 있다. 책임질 수 있는 음식을 확실하게 보장하겠다는 이 가게만의 뚝심이 느껴진다.

생고기 숯불구이 전문점을 운영하는 정상호(47)씨는 금구리에서 식당을 연 지 이제 3년 2개월이 됐다. 아내 이미경(45)씨와 함께 창업하면서 식당 구석구석, 음식 하나하나 이들의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다. ‘쾌적하고 편안한 공간이 되겠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미경씨가 직접 그린 가게 소개 삽화들이 벽면 액자에 걸려 손님들을 친근하게 맞아주고 있었다. 처음 오픈할 때만 해도 한 달 중 보름 넘게 손님이 안 오면서 이른바 ‘빵친 날’도 많았다. 하지만 단골손님들이 조금씩 생기면서 한 단계 한 단계 나아지는 모습을 체감하고 있다. 지금도 ‘수련기간’이라 생각한다며 겸손함을 보이는 정상호씨를 지난 16일 ‘고기역’ 가게 안에서 만났다.  

■ 윗동서 통해 알게 된 옥천서 노후 즐기고 싶어

상호씨는 이곳에서 식당을 차리기 전에 대전의 한 백화점에서 신사복 판매업을 했다. 20년 가까이 일하면서 대전에 있는 백화점이나 마트 중 안 가본 곳이 없다고 한다. 지크, 엠비오, 지오지아 등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정장 브랜드는 상호씨의 손을 거쳐 갔다. 업계 특성상 회식 자리가 잦았는데 그때부터 식당 일에 관심을 두게 됐다고 한다. 지금은 생업으로 하고 있지만 예전부터 식당을 차려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고.

고향은 원래 경상도이지만 어릴 때 일찍 대전으로 상경했다. 그러다 장야주공아파트가 처음 지어졌을 때 옥천으로 이사 오면서 7년 정도 살았다. 옥천에 오게 된 계기는 우리고장에 나고 자란 윗동서와의 인연 덕이다. 소방서에 근무하면서 당시 문정주공아파트에 살던 윗동서에게 의지를 많이 했고 아내와 함께 옥천에 왕래하는 일이 생겼다. 자연스레 지역에 정이 들었다.

“식당 일은 여기가 처음이에요. 지금은 세종시에 살면서 아내랑 같이 출퇴근하는데요. 큰 애가 고3, 작은 애가 중3이거든요. 여기저기 돈 들어갈 데가 많더라고요. 짧게 잡으면 5~6년, 길게 잡으면 10년이면 아이들한테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 작은 소망이지만 옥천에서 노후를 즐겁게 보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그때까지 길게 바라보며 장사를 하고 있어요. 제가 가게에 매여 있다 보니까 어디 멀리 가진 못 하지만 쉬는 날엔 아이들과 함께 옥천에서 시간을 보내곤 합니다.”

옥천에 연고가 없었던 상호씨는 처음 가게를 인수하고 자리 잡기까지 시행착오를 꽤 겪었다. 체인점으로 일을 시작하면 가게 인테리어부터 유통, 음식 제조까지 준비하기 수월해진다. 그러나 상호씨는 하나부터 열까지 식당 밑바닥 일부터 단계별로 밟고 올라가겠다는 의지가 컸다.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네이버 메인 상단에 광고를 띄워준다는 제안도 있었지만 단호히 거절했다. 매출이 조금이라도 늘어날 거라는 유혹이 있었지만 손님들에게 더 신뢰받는 식당이 되고 싶다는 ‘고기역’만의 철학을 유지하고 있었다.

■ 지역에서 유통하는 신선한 생고기를 공수해

“삼겹살은 보통 원판으로 한판씩 판매하거든요. 원판으로 구매하면 가격이 저렴해요. 대개 비계, 살 골고루 있어야 식감도 좋고 보기에도 좋잖아요. 근데 원판으로 사면 끝 부분에 살만 있거나 비계만 있든가 해요. 그래서 축협 앞에 있는 강산축산에서 조금 비싸긴 하지만 끝 부분을 제거하고 가운데 부분만 구매하고 있어요. 저희 가게는 칼빵삼겹살, 가브리살, 뒷고기가 주요 메뉴인데요. 세 개 업체가 다 다르고요. 국내산 생고기만 사용합니다.”

고기역은 규모가 작은 만큼 고기 신선도를 유지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일주일에 한두 번 도축장에서 공수한 고기를 직접 사 온다고. 삼겹살은 다른 곳에서도 많이 취급하다 보니 차별화가 어렵고, 주로 뒷고기를 먹고 싶어서 오는 손님들이 많다고 한다. 1년, 2년, 3년을 시행착오를 겪으며 버티면서 고기역의 특색을 알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점차 생겼다고. 주로 40, 50대 손님들이 가게를 찾는다고 한다. 

고기뿐만 아니라 후식으로 된장찌개, 누룽지, 김치찌개를 즐길 수 있다. 이중 매콤달콤한 맛의 비빔국수가 별미라고. 가게는 오후 5시부터 오후 12시까지 영업한다. 손님이 없으면 저녁 10시 30분에 일찍 닫고, 일요일에 정기적으로 쉰다. 최근 코로나가 발생하고 식당 홀 손님이 줄어드는 추세 속에 상호씨도 고기를 구워서 배달을 할까 생각해봤다고 한다. 그런데 바로 구워서 먹은 것과 확연히 차이가 나서 배달은 따로 하지 않는다고 한다. 

“손님들이 ‘맛있게 먹었다’고 하실 때 제일 기분이 좋아요. 저희가 특별한 건 많지 않지만 맛있게 드셔주시면 그게 보람인 거죠. 벌이는 얼마 안 돼요. 규모가 크지 않으니 수익적으로 크게 기대를 할 순 없어요. 요즘 또 코로나 때문에 쾌적한 환경에서 드시는 게 중요하잖아요. 저희 가게가 좁아서 조금 아쉽다는 말씀들을 해주세요. 하루에 20팀 정도 기본으로 와주시면 정말 해드릴 수 있는 게 많아질 것 같아요. 물론 손님 한 팀이 두 팀 되고, 두 팀이 네 팀 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니까요. 조금씩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해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미리 예약 전화해주시면 계란찜을 서비스로 드리니까요. 저희 가게 많이 애용해주세요.” 

정상호(47) 이미경(45)
옥천읍 금구리 120-2 / 733-0885
일요일 휴무

 

 

저작권자 © 옥천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