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팔라이 숙소는 많이 꿉꿉했습니다. 당일에 숙소를 예약하는지라 가끔씩 거친 잠자리를 만날 때가 있습니다. 평소 숙소에 신경을 쓰지 않는 제게도 이번 시팔라이 숙소는 참기 힘들었습니다. 샤워실 수도꼭지는 잠궈지지도 않고 눅눅한 침대 때문에 잠을 설쳐야했습니다. 저와 달리 동행자들은 개의치 않는 분위기입니다. 예약없이 다니는 여행이라 감수할 부분이기도 합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시팔라이 해변을 거닐다가 망고 하나로 아침을 대신하고 해변가로 나가니 어부들이 단체로 나와 그물질을 하고 있습니다. 

풍찬노숙의 자유 여행이라 마음이 날카로워 서로를 찌른 적도 있었지만 동시에 자기를 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셋째 날 유일하게 편안한 잠자리였던 리조트에서 우리들은 마음의 불편함을 꺼내 놓았습니다. 밤늦게까지 이어진 마음 나누기는 다음 날 아침까지 이어졌고 여행의 피곤함 때문에 마음의 균형을 잃었다는 고백을 하는 이도 있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마음의 빗장을 걸어 잠그는 게 보편적인데 듣는 귀들이 있어서 마음 나누기는 무난한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습니다.

여행 초기에는 시장에 가면 먹거리를 고르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던 참가자들이 있었습니다. 골목시장의 위생을 생각하면 그들이 경계하는 건 당연한 태도이긴 합니다. 그래서 자유여행에는 청결에 관한 강박이 있는 분들은 함께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특히 우리 7-80년대의 이른바 푸세식 화장실의 경험이 없는 이들은 여행지 화장실 사용이 엄청난 시련이기도 합니다. 필리핀에서 4개월 이동학습을 했던 중2 친구들이 사탕수수 농장 주민들 집에서 1주일을 살았던 건 지금 생각하면 친구들에겐 엄청난 시련이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은 학교 좌변식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는 친구들이 점심시간에 본인 집 비데 화장실을 다녀온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먹거리를 조심하던 이들이 편안하게 식당을 찾아가서 아무렇지 않다는 듯 음식을 주문하고 식사를 합니다. 목적지로 가는 길에 눈에 띄는 마을의 노천식당으로 들어갔습니다. 마음이 짠하기도 했던 건 대부분 여행의 중요한 구성 요소 중 하나가 먹거리인데 한쪽은 포기할 수밖에 없는 여행의 조건 때문이었을 겁니다. 사실 필리핀은 먹거리보다는 자연환경이 큰 강점입니다.  

1월은 우기 기간이라 잊을만 하면 스콜이 내립니다. 여행기간 동안 스콜을 만나기 어려웠습니다. 마지막 도착하기 전에 비를 흠뻑 맞으며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말했던 참가자의 소망이 통했는지 우리들의 여행의 묵은 먼지를 지울만큼 스콜이 샤워처럼 내렸습니다. 3박 4일의 여행 소감은 위 한 장의 사진으로 충분합니다.

출발 전 발렌시아 광장에서 열리는 선데이 플리마켓에 참여하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각자 챙겨 온 옷들은 제법 많아서 트렁크 2개 정도가 나왔고 여행을 마친 후 일요일에 발렌시아 선데이 플리마켓에 참여했습니다. 옷을 다 팔고 난 후 광장 바닥에 앉아 플리마켓에서 사 온 음식들로 아침식사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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