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인연합회가 주관하는 무료 기타 교실, 기타도 제공해
매주 목요일, 기타로 하나 되는 귀농귀촌인과 지역주민
동이면 기타강사 이낙순씨 재능기부로 이루어진 수업

수강생들이 노래에 맞춰 코드를 잡고있다.

“사랑하는 마음보다 더 좋은건 없을걸~♪” 

청마리 옻 배움터에 경쾌한 기타 선율과 신나는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이 선율과 소리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면 기타를 치며 노래 부르는 어르신들이 보인다. 

이곳은 매주 목요일 오후 2시에 진행되는, 옥천군 귀농귀촌인과 지역주민이 함께 어울려 배우는 기타 교실이다.  

귀농귀촌인연합회(회장 강강수)에서 산골마을의 문화생활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직접 나선 것이다. 군 예산을 받아서 한 것도 아니고 기획, 준비, 실행까지 전부 자비로 시작한 사업이다. 연합회는 관심과 열정을 엮어내면서 의미있는 만남의 장을 준비한 셈이다. 강습 뿐만 아니라 기타가 없는 수강생들에게 기타도 제공했다. 코로나19로 어디 가지도 못하고 ‘반연금상태’로 지루한 일상을 이어가고 있는 주민들한테는 일종의 큰 사건이었다. 노래방을 가지 않고 이렇게 기타를 직접 치면서 내 리듬대로 노래 부른다는 것이 얼마나 큰 호사인가. 

지리한 일상에 한번 장착된 흥은 나이와는 상관없었다. 기타를 잘 치든 못 치든 같이 어울려 노래를 부른다는 것만으로도 흥이 났다. 

지난 달 17일에 기타 수업을 처음 시작했지만, 김세환의 사랑하는 마음부터 어니언스 편지까지, 수강생들은 벌써 다양한 곡을 섭렵하며 뛰어난 통기타 실력을 뽐내고 있다. 

“예전에 학교 다닐 때 조금 쳤는데 이번에 제대로 배우러 나왔다”며 금수인(68, 동이면 적하리)씨는 기타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금씨는 옥천에서 태어나 죽향초를 졸업했다. 졸업 후 옥천을 잠시 떠나 있었지만 고향이 그리워 귀향하게 되었다. “이렇게 기타를 치니까 옛 생각이 떠오르네요. 너무 재밌어요.”

귀농 당시 즐길 게 없어 막막했던 박연옥(65, 동이면 청마리)씨도 요즘 기타 수업에 푹 빠져있다. “저희가 귀농을 해서 왔는데 노인들만 계시는 거예요. 그래서 기타 교실 같은 문화교실이 있었으면 했는데 이번에 이뤄졌어요.”

기타를 치면서 손가락에 굳은살이 생기고 있지만, 이들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렇게 기타를 배워보니 어떠세요? 코로나 때문에 굉장히 스트레스도 받고 삶이 힘들어졌는데 활기찬 노래도 부르면서 기타도 치니 재밌고 좋죠? 처음 오시는 분들은 모양새에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적당히 잡고 따라 해 보세요.” 

기타를 가르치는 이낙순(71, 동이면 평산리)씨는 열심히 따라오는 수강생들의 모습에 덩달아 즐거워졌다. 이씨는 귀농귀촌인과 지역주민에게 기타를 가르쳐 달라는 연합회의 부탁에 강사비도 받지 않고 수업을 가르치고 있다. 

“귀농귀촌인들이 지역주민들이랑 어울리는 건 어려워요. 그런데 옥천이 발전하려면 귀촌귀농인과 지역주민이 융화되어서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해야 해요. 기타 교실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기꺼이 동참해야죠.”

기타 교실에는 수업을 제법 잘 따라오는 학생도 있지만, 더듬더듬 따라오는 학생도 있다.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기타를 처음 쳐본 백종순(71, 청성면 합금리)씨는 굳어버린 손이 마음만큼 움직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강사의 이야기와 손끝을 놓치지 않는다. 30년 전 수원에서 옥천으로 귀농한 백씨는 지난주 기타 수업을 들은 뒤 목요일만 기다리고 있다. “손도 아프고 코드도 외워야 하지만 너무 재밌어요.”

당초 2시간으로 계획되었던 수업은 수강생들의 열정으로 3시간까지 늘어났다. 귀농귀촌인연합회 사무국장인 김서헌(68, 동이면 적하리)씨는 “기타 교실이 귀농귀촌인과 지역주민들의 요청으로 시작됐는데 다들 재밌어하시니 좋다”며 연합회에서 귀농귀촌인과 지역주민이 어울릴 수 있는 문화의 장을 더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또한 “연합회에서 최대한 지원해 드릴 수 있는 데까지 지원할 예정”이라며 “기타가 배우고 싶다면 누구나 연락 달라”고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돈이 없어서 못한다고 하고, 나이가 많아서 못한다고 하는데 귀농귀촌인연합회의 매주 목요일 기타교실은 이 모든 것을 불식시켰다. 

멋들어지게 지어놓고 방치된 공간 청마리 옻 배움터가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옛날 초등학교의 그 활기 그대로 이제는 지역 주민들이 청마초등학교 학생들처럼 열정적으로 기타를 배우고 있었다. 

청마폐교 운동장을 다 뒤엎을만한 커다란 둥구나무 두 그루가 마을 주민들의 시끌벅적한 기타와 노랫소리를 모처럼 흥겹게 듣고 있는 듯 했다. 청마리 천년돌탑도 솟대와 장승도, 이승복과 정재복 동상도 올해 모든 행사가 취소되어 조용한 마을에 갑작스런 활기를 즐기고 있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교육생이 노래를 부르며 기타를 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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