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과 작품 하나, 예술을 나누는 공간 갤러리카페 ‘교동’
커피 한 잔과 작품 하나, 예술을 나누는 공간 갤러리카페 ‘교동’
  • 김영하 인턴기자
  • 승인 2020.10.06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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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19일 백명자 사진전을 시작으로 성황리에 카페 열어
전통문화체험관 맞은편 갤러리카페 명소가 만들어지다
매달 바뀌는 전시 작품, 사진부터 회화, 설치 미술까지 선보일 예정

많은 사람이 예술을 ‘권위적이며 난해한, 이해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인식한다. 작품을 어떻게 감상해야 할지 고민하고 전시회에 가는 것을 어렵게 생각하는 것이다. 

카페에서 맛있는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편하게 작품을 감상한다면 어떨까? 바로 구읍 교동리 옥천전통문화체험관 맞은편, 갤러리카페 ‘교동’이 커피와 작품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미술관이 없는 옥천에 음료 한 잔 값으로 매달 색다른 전시회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셈이다. 

롯데리아 인근 찌꼬찌꼬 사진관 대표로 알려진 박미선(50)씨가 남편과 함께 평생 소원이었던 갤러리 카페를 창업하며 ‘일’을 냈다.  이 카페는 그의 사진 인생의 모든 것을 모아 만든 공간과 다름없다. 이런 공간을 그는 예전부터 염원하고 있었고 그 꿈을 비로소 이룬 것. 그 꿈은 모든 주민들과 같이 즐길 수 있는 꿈이기에 더욱 반갑다. 

단조로운 건물 외관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면 입구에 있는 사진 한 점이 눈을 사로잡는다. 이 작품은 ‘백명자’ 작가의 사진이다. 

짧은 감상을 뒤로하고 들어가면 넓은 벽면에 놓인 작품들과 군데군데 놓인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가운데 위치한 데스크, 감각적인 인테리어가 눈에 띈다.

1층은 작품 위주의 갤러리 공간으로, 공간이 세련되고 절제된 색상으로 구성되어 전시된 사진을 더 돋보이게 해주고 있다. 2층은 통유리창으로 이루어진 세 벽면과 작품으로 가득 채워진 한 벽면으로 구성돼 작품과 자연 그대로를 즐길 수 있다. 1층과는 다르게 최소한의 조명과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통해 차 한 잔의 여유를 느낄 수 있다. 3층은 사람들이 소모임, 강의,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무료로 대관하고 있다.

■ 예술인과 대중을 위한 공간을 창조하다

지난 20일 일요일, 전통문화체험관 맞은편에 3층 카페 ‘교동’이 오픈했다. ‘교동’은 사진가인 박미선(50)씨와 장관식(53)씨 부부가 운영하는 갤러리카페이다. 박씨는 금산군 제원면에서 태어나 자랐다. 김천 출신의 남편 장씨와 대전에서 만나 결혼했다. 박씨는 중부대학교 사진학과를, 장씨는 충남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해, 부부 모두 옥천에는 전혀 연고가 없었지만, 왠지 모르게 옥천이 좋았다. 옥천에 연이 닿은 것은 옥천이 지닌 아름다움과 땅의 기운 때문이었다. “저희는 항상 옥천으로 데이트를 왔어요. 사진을 하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예민해요. 그런데 여기 땅의 기운이라고 해야 하나? 그게 저희랑 잘 맞더라고요.”

박씨는 19년 전 옥천에 오자마자 이곳의 부지를 매입했다. 그리고 3년 전 이곳에 있던 가건물을 철거하고 카페를 지었다. 

카페는 예술 활동을 하며 10년간 한국문화예술진흥원 강사는 물론 학교에서 사진 교사로 활동한 박씨의 오랜 노력의 결실이다. “사실 두려움이 많아요. 저희도 카페 운영이 처음이잖아요. 그래도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우리의 뜻이 있으니까 믿고 가보려고 해요.”

박씨가 카페를 준비하며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공간이다. 예술을 하는 박씨에게도 예술은 여전히 잘 모르는 영역이다. 그래서 카페를 매개로 예술을 위한 공간을 제공하고 싶었다. 박씨는 ‘교동’이 예술인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자 예술을 차 한잔 마시면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설립 취지를 밝혔다.

“강의할 때 느끼는 건데 사람들이 사진을 풍경 사진, 인물 사진, SNS 속 인증 사진으로만 생각해요. 그런데 사진의 범위가 굉장히 넓어요. 사람들이 소설이나 수필 쓰듯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것을 사진으로도 표현할 수 있어요. 이곳에서 그런 걸 보여주고 싶어요. 예술이 우리만의 축제가 아닌 모든 사람이 어울리는 축제의 장이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대련, 박미선 作
사진, 그 너머, 박미선 作

■ 사진愛 빠지다

“사실 저희가 소위 말하는 흙수저에요. 사진을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돈이 없어서 제대로 된 카메라 장비도 못 갖췄어요.” 

박씨는 26살, 다른 사람보다 조금 늦은 나이에 사진을 시작했다. 원래 사진에 관심이 있던 박씨와 달리 남편 장씨는 사진에 관심이 없었다. “제가 같이하자고 했어요. 너무 하고 싶은데 혼자서는 자신이 없어서. 당시 농협을 다니고 있던 남편에게 제안을 했죠.” 돈보다는 함께하는 것에 가치를 뒀던 남편 장씨는 이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사진을 좋아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쉬운 것은 하나도 없었다. 옥천에서 처음 시작한 사진관 ‘찌꼬찌꼬’는 3평 남짓에 불과했다. 이곳에서 박씨는 일과 육아를 병행해야만 했다. 365일 쉬는 날 없이 달려왔다. 

“베이비 촬영을 많이 했어요. 보통 부모들이 주말에 쉬니까 주말까지 사진 촬영을 하느라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일했죠.” 하지만, 몸이 힘든 것은 잠시 박씨의 가장 큰 걱정은 바로 아이들이었다. “너무 바빠서 하루에 두 번씩 애들을 살펴보는 것 밖에 못했어요. 일 가기 전에 아이들이 하루 동안 먹을 김밥이랑 주스, 우유를 넣어놓고 갔어요. 해 뜨기 전에 나가서 해지고 깜깜할 때 들어가니까. 그렇게 일 끝나고 보면 집 안이 쓰레기장이 되어 있는 거예요.”

박씨의 이러한 고생은 신기한 우연을 만나 빛을 발하게 된다. 좁은 사진관 내부와 서투른 사진 보정 솜씨 때문에 손님들은 밖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사람들 사이에는 ‘줄 서서 찍는 사진관’으로 소문이 나게 된 것이다. 

“저희가 젊어서 젊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도 있었지만 보정이 미숙해서 줄 서는 걸 ‘여기 잘하나 보다’ 하고 찾아오는 거에요. 지금 생각하면 참 재밌어요.”

박씨 부부는 현재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배움을 갈구했다. 부족한 사진 리터칭 기술을 배우기 위해 대전으로 갔다. 

“수소문해서 대전 용문동의 ‘사진골’에 찾아가 대뜸 ‘가르쳐주세요’ 했죠. 그 기술을 배우는데 500만 원을 달라고 하더라고요. 그 당시에 저희가 100만 원짜리 카메라를 썼는데. 고민 끝에 남편이 사진 복원 기술을 배웠어요.” 

그곳에서 배운 복원 기술은 지금까지도 박씨와 장씨가 사진 작업을 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배움 이후 ‘사진골’ 사장님의 몸이 안 좋아져 사진관 운영이 어렵게 되자 수제자인 남편 장씨와 함께 박씨는 사진관을 인수했다. 

그렇게 옥천의 사진관 ‘찌꼬찌꼬’는 조카에게 물려주고 대전에서 ‘사진찍는 날’을 최근까지 운영했다.

1층 전시된 백명자 작가 작품 네 점
2층 전시된 백명자 작가 작품 세 점
카페 입구에 전시된 백명자 작가 작품

■ 위로와 공감을 전하는 카페

“이 사진은 꽃에 물을 부어 얼린 걸 찍은 거예요. 기포를 일부러 만든 다음 뒤에서 들어오는 조명을 조절해 찍은 거죠. 꽃은 아름답지만 오래 못 가잖아요. 고마움을 영원히 오래 간직하려고 이렇게 얼려서 작품으로 만들었대요.”

설명 속 작품은 카페 입구에 걸린 백명자 작가의 사진이다. 백명자 작가는 박씨에게 큰 영감을 주는 존재이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을 제공한 은인이다. 백명자 작가를 처음 만난 곳은 전국에서 사진 찍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이마고사진학회’에서이다. 

“제가 일이랑 육아에 치여 기계적으로 일하던 때, ‘다른 사람은 행복한데 난 왜 행복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삶이 회의와 우울함으로 가득 차 있었어요. 저조차도 저를 돌보지 않고 있던 때, 백명자 선생님이 장태산에 있는 별장으로 초대를 하더라고요. 밥상을 차려주시고는 1박 2일 동안 푹 쉬고 오라는 거예요. 그 이후로 힘이 생기더라고요. 누군가 저를 사랑하고 있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할 수 있었어요.”

인터뷰를 하는 도중 이 전시회의 주인공 백명자 작가가 카페를 방문했다. 백명자 작가는 “옥천에 미술관도 없고 공간이 많이 부족한데 이 카페가 생겨서 의미 있다”며 “커피 한 잔 마시며 예술작품을 감상하며 자연스럽게 젖어들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 매월 새로운 예술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카페

지난 19일 토요일에 시작된 백명자 사진전 ‘Memory’는 10월까지 볼 수 있다. 갤러리카페 ‘교동’은 백명자 사진전을 시작으로 2년 동안 매월 새로운 사진과 그림 전시 예약이 되어있다.  

카페에 걸리는 작품은 계절에 따라 바뀌어 공간과 분위기를 새롭게 연출할 예정이다. 사진과 회화, 그리고 설치 미술까지 다양한 분야의 작품을 소개해 기존에 접하기 어렵던 예술을 쉽고 재밌게 풀어가려 한다. 전시된 작품은 현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한편 내년에는 사진작가로서의 박미선 씨도 만나볼 수 있다. 박씨는 코로나19로 인해 미뤘던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작년 국제사라예보겨울축제에 초청돼 ‘한국현대 사진전’에 선보인 ‘사진, 그 너머’라는 작품과 최근 작업한 ‘대면’이라는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사진, 그 너머’는 여성을 하나의 인격체가 아닌 단지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 여기는 사회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리고 ‘대면’은 무의식의 나와 현존하는 나와의 대면을 이야기한다. 이처럼 박씨는 사진에 대한 다양한 모험과 실험을 통해 그 속에 자신의 사상과 가치, 인생관을 담고 있다.

“어떤 분이 입구에 있는 사진을 보고 우시더라고요. 그 눈물이 기쁨일 수도 있고 슬픔일 수도 있어요. 예술은 관람자들의 몫이니까. 사람들이 이곳에서 편하게 예술을 즐겼으면 좋겠어요.”

커피 향이 가득한 공간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전시된 작품을 감상하고 SNS에 올릴 예쁜 인증 사진도 찍을 수 있는 곳. 대중과 예술 사이의 간격을 좁히려는 시도가 시도되는 이곳에서 예술이 우리 일상 속으로 자연스레 녹아들기를 바란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교동’의 3층 내부. 무료로 대관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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