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성면 마장리 귀촌한 김재석·이미혜씨 부부
2년 전 첫째 이어 올해 1월 둘째 아이 '규리' 출산

고담이네 가족사진. 
고담이, 규리네 가족사진. 

청성면 마장리에 주민들의 축복속에 2년만에 또 새 생명이 태어났다. 1월14일에 태어난 아이의 이름은 김규리. 아이는 서울에서 2016년 12월 청성면 마장리로 귀촌한 김재석(49), 이미혜(36)부부의 첫째 김고담(18년 1월18일)에 이은 둘째다. 규리라는 뜻은 별이름 규, 좋을 리자로 미혜씨 친정어머니가 공들여 지어주신 이름이다.

동네 주민에게는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마장리를 고향으로 품고 살 새 생명이 또 태어났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규리는 2020년 청성면 전체에 출생신고 된 유일한 아이기도 하다. 마장리 육경환 이장은 “지역을 기억할 아이가 태어났다는 건 매우 귀중한 일”이라며 “코로나 때문에 집에 동네 주민들과 가보진 못하지만, 정말 기쁜 소식이다. 고담이 부모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부부는 자녀들이 동네주민의 관심을 한 눈에 받을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한다. “태어났다는 이유로 특별한 존재가 되는 거잖아요. 고담이랑 규리가 행운이죠. 애들이 자연에서 얻는 것도 많아요. 친구 애들을 보면 서울숲에 돗자리 하나 피고 노는데. 저희는 산과 들을 가리지 않고, 자연 속에서 생명이 자라나는 것을 배우죠. 그런 탓에 친구네도 한 번 놀러 오면 안 가려고 해요.”

집안의 행복이 늘어난만큼, 교육과 의료 등 자녀 양육 필수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생각은 더 커졌다. 병원에 가고, 교육받기 위해서는 더 많이 아이들과 도시로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기본재를 충족하기 위해 아이들과 도시를 출퇴근하다시피 한다는 부부는 경제적 논리로 의료와 교육을 접근하면 농촌에는 남아날 아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고담이가 데였는데, 응급실 가는 데 1시간이 걸려요. 급하게 치료를 요하면 정말 답이 없죠. 일상의료도 마찬가지에요. 산부인과는 물론 소아과도 없어요. 대전으로 가거나 청주까지 가야 하고요. 인근 보건소에는 애들 백신도 없어요.”(김재석 씨)

“어린이집도 차를 태우러 가는게 30분씩 걸리거든요. 끝나고 나면 동네에서 마땅히 또래 학부모들과 교류할 장소도, 사람도 없고요. 유일하게 오는 친구가 서울이나 대전 산후조리원 동기, 차량으로 엄마들이 이동 가능한 사람들이죠. 농사짓는 엄마들은 애들 데리고 애들 친구네 놀러 갈 수도 없죠. 지금 상황이 이런데 어린이집이고 학교고 아이가 줄면 모두 문 닫는다고 하면, 여기 누가 남아있겠어요.”(이미혜 씨)

너무 좋은 만큼, 불편한 점도 많다는 고담이, 규리 엄마아빠. 그들는 불편함을 견뎌야 한다는 이야기보단, 어떻게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을지 함께 이야기하고 개선해나갈 학부모들이 인근에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선 모래알처럼 작게라도 흩뿌려진 학부모들이 늦게까지 자녀를 함께 돌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간이 되면 열리고, 시간이 되면 닫히는 학교공간이 아닌 순수 엄마들의 공간 말이다. 그런 장이 만들어지면, 다양한 농촌 학부모의 고민을 털어놓고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작은 공동체에 있어도 한 사람으로서 누릴 수 있는 기본. 아프면 치료받고, 때에 맞게 교육받을 수 있는 건 지켜지면 좋겠어요. 저야 이동권이 충분하지만, 그렇지 못한 집도 많거든요. 모든 아이들이 행복한 청성면이 되면 좋겠어요. 농촌 학부모들이 그런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고, 주장할 수 있는 학부모가 모이는 공간이 있으면 조금씩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거구요. 불평이 아니라, 비판이 되고. 요구가 되고, 정책이 바뀌고. 그러다 보면 우리 고담이와 규리가 클 때는 이 곳이 조금 더 나은 곳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고담, 규리네 집. 청성면 마장리에 새생명이 태어났다. 
고담, 규리네 집. 청성면 마장리에 새생명이 태어났다. 
활짝 웃는 규리 모습을 보면 피로가 풀린다는 엄마. 
낮잠시간이 되면 칭얼거리지 않고, 쑥 잠에 드는 순둥이 규리.
아빠 김재석씨가 규리를 재우고 있다.
30년만에 마장리에 태어난 새 생명으로 지면에 보도됐던 고담이가 벌써 훌쩍 크고 말도 곧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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