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 드물던 청산향교, 아이들 웃음소리로 ‘활짝’
인적 드물던 청산향교, 아이들 웃음소리로 ‘활짝’
  • 김영하 인턴기자
  • 승인 2020.09.25 11:2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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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초등학교 3-4학년 학생들 17일 향교에서 다양한 문화체험
9천500만원 예산으로 문화재 활용사업, 전주 한 업체 위탁받아 진행
문화재 활용사업, ‘일회성’ 아닌 ‘일상성’ 고민해야 한다는 과제도

 

사실 ‘모셔 놓은’ 문화재는 활기가 없다. 정물과 같다. 박제된 전시물처럼 흠칫 보거나 기껏해야 거니는 게 전부다. 단순 보존의 의미를 넘어 활용할 수 있다면 조금 더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온고이지신’이란 것은 ‘옛 것을 제대로 알고서 새로운 것을 안다’는 뜻이니까 어찌됐든 활용하면서 몸으로 받아 안아야 한다. 

9월17일 청산향교는 그런 면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아이들의 기운을 받아 살아났다. 아마 향교 전체가 깜짝 놀랐을 것이다. 아이들의 밝은 기운들이 곳곳에 입혀졌으니 말이다. 오랜 동안 갇혀있고 눌러있던 숨결이 반가와서 버선발로 나왔을 성 싶다. 청산초등학교 학생들이 잔뜩 방문했기 때문이다. 떠들석하게 무사팀, 미인팀, 선비팀으로 나뉘어 다포에 바느질도 하고, 먹을거리 간식인 곶감 오림도 만들고, 다도도 배웠다. 돌아가면서 하는 체험은 공간도 다르고 선생님도 달라서 움직이면서 하는 재미가 있다. 복장도 한복으로 모두 갈아입었다. 정말 옛날 그대로의 모습처럼 향교가 살아난 것이다. 그 날 향교는 한마디로 ‘계’를 탄 셈이다. 

이는 ‘향교서원 문화재활용사업’ 9천500만원의 예산을 받아 전주한옥마을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해 본 전통문화컨텐츠연구소에서 진행하는 것이다. 코로나19 때문에 늦춰지긴 했지만, 9월부터 11월까지 학생부터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청산향교, 선비의 품격’(현대와 끊임없는 대화를 나누다)이란 주제로 준비한 메뉴를 풀어 헤친 것. 

왁자지껄 아이들은 벌써부터 재미나다. 바로 지척에 있지만 문이 닫혀 있어 왠지 들어가면 안 될 것 같아, 건물의 기에 눌려 한번도 찾아가보지 못한 향교에 첫 발걸음을 디딘 아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낯설게 느끼지 않고 너른 잔디밭과 한옥 안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미인팀은 모시와 바늘을 손에 들고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있다. “지금 만드려는 건 다포에요. 다포가 뭔지 알아요? 다포는 찻상 위에 올리는 거에요. 차를 흘렸을 때 물기를 빨아들여줘요.” 아이들은 선생님을 따라 직접 모시에 리본을 달아본다. 서툴지만 바느질을 하는 아이들의 얼굴에는 설렘과 재미가 가득하다. 이렇게 의(衣)문화 체험이 끝나면 아이들은 열심히 한 것에 대한 보상으로 엽전을 받는다. 서하원(11) 학생과 최우진(10) 학생은 “바느질은 처음이라서 어렵지만 재밌다”, “차 따르고 마시는 거 처음인데 재밌다”며 전통문화체험을 즐겼다.

무사팀은 곶감 오리기를 하고 있다. 아이들은 폐백 문화 이야기를 들으며 한국의 식(食)문화를 체험한다. 아이들을 인솔하는 박미리 선생님은 “전통문화에 대해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아이들이 직접 체험해보면 우리 문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것 같다”며 “체험과 교육이 동시에 이뤄지는 것에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에는, 선비팀이 찻잔에 차를 따르고 있다. 아이들은 어떻게 차를 따르는지 배우며 한국의 예(禮)를 배운다. 아이들과 함께 한복을 입은 임아름 선생님은 “경험해보기 힘든 체험인데 학교 근처에 이렇게 체험해볼 수 있는 곳이 있어서 좋다”고 밝혔다.

세 개의 프로그램 체험 후 모은 엽전으로는 선생님에게 선물을 살 수 있다. 선물을 위해 아이들은 열심히 프로그램에 임한다. 자연스레 아이들의 인성 교육도 이뤄지는 것이다.

프로그램이 다 끝나면 대동놀이가 시작된다. 공동체 어울림마당을 통해 아이들은 공동체 의식을 함양한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전통문화콘텐츠연구소 김소영 대표는 “아이들이 청산향교를 방문해보는 것은 처음이다. 가까이 있음에도 여기를 잘 모른다. 지역 문화를 이용해 잊혀가는 전통놀이를 체험함으로써 우리의 소중한 전통놀이문화를 보전하고 계승, 발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 현재 옥천의 초중고 학생들만 오지만 내년에는 전국의 학생들도 와서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의 체험은 “21세기 허황옥, 조선에 빠지다”를 주제로 진행됐다. 이외에도 “중봉, 우암과의 끊임없는 대화”와 “약관! 인생의 무게를 쓰다”를 주제로 우암, 중봉 문화유산답사 및 조선시대 과거시험 체험프로그램과 전통 성년례 체험프로그램이 각각 진행된다.

모처럼 들썩이는 향교가 어르신들은 반갑다. 청산향교 윤석훈(78, 청산면 효목리) 전교는 “이제야 사람이 사는 것 같다. 그 동안 이 곳을 찾아오는 사람이 많이 없었는데 이번 행사를 통해 아이들 목소리가 들리니 참 좋다”고 말했다. 

이번 사업은 문화재청, 충청북도, 옥천군의 예산으로 치러졌다. 과제는 남았다. 한번 하는 맛보기 행사가 아니라 꾸준히 지속적으로 살아나야 한다. 향교가 일상적인 아이들 교육,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하는 고민이 나온다. 

지역문화 한 관계자는 “이번 처럼 큰 돈 들일 필요 없이 일상적으로 옥천에서 하는 행복교육지구 사업으로라도 향교라는 공간이 활용되었으면 좋겠다”며 “일회성으로 막대한 예산을 사용해 한번 보여주고 마는 사업이 아니라 지역 기관이나 단체에서 꾸준하게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하면서 발전시켜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일반인 대상 프로그램은 9~11월 매주 토요일에 진행되며 학교, 동아리, 단체 등은 9~11월 중 상시 협의해 일정 조율이 가능하다. 본 프로그램은 무료로 진행된다. 또한, 옥천읍에서 청산향교까지 셔틀버스를 운영한다고 하니 신청을 통해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체험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아이들이 다포에 바느질을 하고 있다.<br>
아이들이 다포에 바느질을 하고 있다.
아이들이 다포에 바느질을 하고 있다.<br>
아이들이 다포에 바느질을 하고 있다.
옛날 바느질 도구<br>
옛날 바느질 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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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prog 2020-10-05 18:46:28
체험 활동을 통해 전통도 배우는 일석이조 문화체험이네요.
기회가 되면 참여해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