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고래실 주최주관으로 둠벙에서 열린 김하연 작가 강연
국가가 지원하는 중성화(TNR)사업 옥천군은 왜 안 하나
충북도 내 11개 시군 중 8군데는 이미 진행 중

김하연 사진작가.

‘작가’라는 수식어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길고양이 사진을 찍는 사진작가일 뿐만 아니라 ‘길고양이의 아빠’, 초보 캣헬퍼(길고양이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들의 ‘선생님’이기도 하다. 길고양이를 향한 사회 인식에 맞설 때는 ‘시민운동가’라는 수식어가 더 잘 어울린다. 그는 길고양이에 대한 편견과 오해에 반기를 들고 균열을 만드는 사람이다. 누군가에게는 기꺼이 ‘불편한 사람’이 되기를 자처했다. 

15일 저녁6시30분, 지역문화창작공간 둠벙에서 ‘사진으로 보는 길고양이의 삶’이라는 주제로 김하연 작가가 강연을 펼쳤다. 김하연 작가가 옥천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 첫 방문이 이뤄진 것은 2017년 고래실 주최주관으로 지역문화창작공간 둠벙에서 길고양이 사진전을 열 때였다.

■ 옥천군의 황당한 길고양이 정책으로 성사된 세 번째 방문 

 그가 옥천을 다시 방문한 이유는 지자체마다 잘못 시행되는 길고양이 정책을 지적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함이기도 하다. 군은 길고양이가 쓰레기봉투를 훼손해 민원이 제기되자 지난해 11월 ‘길고양이 퇴치 시범사업’을 시작, 옥천농협, 대천리 회관 등에 스프레이형 살충제를 비치하고 주민들로 하여금 이를 사용하게 해 논란이 됐다.(옥천신문 2020년 01월10일자 1521호 ‘군, 길고양이 혐오 조장 시범사업 논란’ 참고)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소규모로 진행된 이 강연에 참석한 인원은 여덟 명. 군의 무지한 대처로 생긴 논란 탓에 강연의 주제는 이미 ‘사진으로 보는 길고양이의 삶’에서 ‘길고양이와 공존하기 위한 삶’에 대한 실천적 고민으로 넘어갔다. 김하연 작가는 ‘함정에 빠지지 마시라’는 말을 강조했다. “캣헬퍼들은 길고양이를 혐오하는 사람들을 설득시키기 위해 길고양이 보호 조치를 해달라 ‘양해를 구하고, 동의를 구하려’ 하지만 방법을 달리해야 한다”는 것이 김하연 작가의 생각이다. 

■ 길고양이 보호 조치, ‘부탁’아닌 합법적인 ‘요구’ 

“정부 정책과 법을 들여다보면 길고양이를 보호하는 일은 행정 기관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볼 수 있죠. 그래서 우리는 길고양이에 대해 그리고 법에 대해 먼저 공부를 해야 합니다” 

동물보호법 제14조는 지자체의 동물 구조 및 보호 의무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길고양이는 이 대상에서 제외된다.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제13조에 따르면 “도심지나 주택가에서 자연적으로 번식하여 자생적으로 살아가는 고양이” 즉, 길고양이는 “개체수 조절을 위해 중성화하여 포획장소에 방사하는” 조치를 받는 대상이다. 김하연 작가는 양해를 구하기보다 이러한 법 조항에 근거해 길고양이 보호 조치를 마땅히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길고양이 급식소를 만드는 건 불법일까요?” 어느 누구도 쉽게 답을 하지 못했다. “2017년에 아주 중요한 일이 벌어집니다. 국회에 길고양이 급식소 네 개가 생깁니다. 법을 만드는 국회가 하는 일인데 과연 불법일까요?”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건 ‘반려동물이 행복한 5대 공약’ 중 하나가 길고양이 급식소 및 중성화(TNR) 사업 확대다. 당선 이후 티에프(TF)팀이 구성되면서 사업은 현실화됐다. 중성화 사업의 경우 옥천군에서 요청만 하면 국비 20%, 도비 24%가 지원된다. 현재 충청북도 내 11개 시군 중 8군데가 이 사업을 진행 중이다. 

김하연 작가는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옥천군의 대처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옥천군이 왜 안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중성화(TNR) 사업을 한다고 하면 국가와 충청북도에서 지원을 해주는 거다”며 “주민들의 요구가 없기 때문이다. 요구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 쥐 개체수 증가, 인수공통감염병 확산은 생태계 파괴한 인간에 대한 역습 

강연은 3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김하연 작가도, 듣는 이들도 지칠 줄 몰랐다. 강연을 들은 조아라(28, 마암리)씨는 “길고양이들이 살아남기 힘든 환경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번 기회에 관련 법에 대한 지식을 배울 수 있어서 더 좋았다”며 “옥천군에 동물보호에 관한 조례가 생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하연 작가의 첫 옥천 방문을 주선했던 우승인씨는 “(이전 강연과) 맥이 완전 달랐다”며 “지역 맞춤형 강연이었다. 그리고 캣헬퍼 모임에서 귀 기울여 들을만한 이야기가 많았다”고 말했다. 올해 옥천에는 옥천마을고양이보호협회(옥마고)가 생겼다. 회원은 스무 명 가까이 된다. 

비단 캣헬퍼들에게만 유용한 정보가 아니다. 김하연 작가는 강연을 시작하며 유튜브 채널 프란에 올려진 “우리가 동물축제를 반대하는 이유”라는 영상을 보여주며 “동물은 동의한 적이 없다”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동물들 스스로 인간의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가 되는 데 동의한 적이 없다는 의미다. 이러한 불평등한 관계의 결과가 코로나, 메르스, 신종플루 등 인수공통감염병이라는 역습이라는 게 김하연 작가의 생각이다. 

이는 길고양이 문제에도 적용된다. “뉴욕에서 몇 년 전부터 쥐 문제가 다시 생겼다. 길고양이를 포함한 유기 동물을 포획해 보호소에 잡아넣는 정책이 되레 쥐 개체수를 증가시키는 결과를 갖고 온 것이다” 여전히 왜 길고양이에 대해 알아야 하고, 그들을 보호하는 법을 만들고 실천해야 하는지 묻는 사람들이 많다. 김하연 작가는 “캣헬퍼라면 5분 동안 그 답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 대답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길고양이 보호 조치는 생태계의 한쪽 당사자인 인간이라면 당연히 고민할 수밖에 없는 문제라는 것.

15일 지역창작문화공간 둠벙에서 열린 김하연 작가의 강연 ‘사진으로 보는 길고양이의 삶’
15일 지역창작문화공간 둠벙에서 열린 김하연 작가의 강연 ‘사진으로 보는 길고양이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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