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찬통에 담아낸 청산의 온정
반찬통에 담아낸 청산의 온정
  • 이두범 인턴기자
  • 승인 2020.09.25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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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들을 위한 반찬배달사업 ‘활기찬 밥상’ 시작
청산 내 자매식당, 인천식당, 평양식당, 우리집밥 참여

청산면지역사회보장협의체(위원장 강수배, 이하 지사협)가 청산 이웃들을 위한 반찬배달사업인 ‘활기찬 밥상’을 시작했다. 독거노인 등 지역 내 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의 식사를 위해 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나선 것.

활기찬 밥상은 청산 내 형편이 어려운 가정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반찬나눔사업이다. 매주 수요일 청산면 내 식당에서 마련한 반찬을 지사협 회원들이 해당 가정으로 배달하는 방식이다. 청산면에 따르면 청산 내 저소득층 4가구가 수혜 대상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모두가 힘든 상황 속 △자매식당 △인천식당 △평양식당 △우리집밥 식당 4곳이 봉사에 참여했다. 남을 돕는 게 이로운 일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막상 행동으로 실천하기엔 망설여진다. 정작 이들은 별거 아니라 말하지만, 수혜 대상에겐 영웅 같은 존재일 터. 네 식당 중 인천식당의 최인이(61) 대표와 평양식당의 육수연(58) 대표를 만나보았다.

■ “옥천에 내려온 거? 후회 많이 했지. 왜? 진작 내려올걸” 

최인이 씨가 청산에 적응하는 것은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줄곧 도시에서 지내다가 마주한 청산은 낯선 모습이었기 때문. 저녁 8시만 되면 깜깜해져 사람 구경하기 힘든 분위기가 참 힘들었다. 같은 시간에 인산인해를 이루던 인천과 비교돼 더욱 그러했을 터. 막연한 고요가 싫었고, 어둠이 두려워 네온이 그리웠다. 겉으로 보기에 굳건해 보이는 그이지만 외로움과 향수로 눈물로 지새운 밤도 여럿이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했던가. 적응하고 보니 하루라도 더 빨리 올 걸 후회가 된다. 도시에서 살며 월세와 카드값에 쫓겨 숨 가쁘게 달려왔다. 오랫동안 쫓기다 보니 그게 당연한 줄 알았건만. 벅차던 발걸음과 호흡이 가다듬어지자 숨이 탁 트였다. 청산의 조용한 분위기는 여유가 되었고, 맑은 공기와 한적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게 됐다. 마음이 편안해서일까. 반찬 나눔을 권유 받았을 때 잠깐의 고민도 필요하지 않았다.

청산과 보은 사이로 귀농 귀촌했으나 수익이 뚝 끊길 수는 없었다. 고민하다 그가 여태 해왔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식당을 차리기로 결심했다. 그도 그럴 것이 최인이 씨는 인천에서 줄곧 송아지 매운 갈비찜 식당을 운영해온 베테랑. 하지만 청산에서 같은 메뉴를 하기엔 적합하지 않았다. 다른 식당들과 겹치지 않은 메뉴를 찾아보다 결정한 게 주꾸미와 부대찌개. 두 가지 메뉴를 주력으로 승부한다. 그렇다고 매일 와서 드시는 손님에게 주꾸미랑 부대찌개만 드릴 순 없는 법. “매일 주꾸미, 부대찌개, 주꾸미, 부대찌개 먹으면 힘들잖아. 그럼 내일은 김치찌개 해줄게요. 동태찌개 해줄게요. 편의를 봐주지. 그럼 다른 손님들이 뭐라 하는데, 매일 오는 사람은 한 번씩 바꿔줘야 한다고 하죠”

“식당 자랑? 자랑할게 뭐 있어. 내가 먹을 음식 그대로 나가는 거예요” 오랜 시간 식당을 운영해온 그의 운영 철학은 거창할 게 없었다. 최인이 씨는 “내가 못 먹는 음식은 남들도 못 먹어”라며 “당연히 음식도 재활용 안 하죠. 젓가락 안 댔어도 사람 침이 튀걸랑. 그건 내가 철칙으로 하지”라 말한다. 뭐니 뭐니 해도 청결과 위생이 식당의 미덕인 것.

버리는 반찬들은 최인이 씨의 닭 사료로 쓰이기에 아깝지도 않다. 그냥 지금처럼 건강히 청산에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최인이 씨. 본격적으로 청산에서 펼쳐질 그의 인생 제2막을 기대해본다. 

주소 : 옥천군 청산면 지전1길 35
문의 : 043-733-6110

 

■ “아유 좋죠. 조금이라도 남한테 도움을 준다는 게 기분 좋더라고요. 그렇잖아요?”

여느 때처럼 새벽 4시에 일어나 아침 장사 준비를 시작한다. 다른 식당보다 유독 빠르게 아침 손님을 받아 새벽 5시부터 문을 열기 때문. 간혹 멀리서 청산에 있는 현장까지 오시는 분들이 식사를 거르신다는 이야길 듣고 일찍부터 가게 문을 열기 시작했다. 아침 장사를 마무리하고 좀 쉬려하니 청산 면사무소에서 전화가 왔다. 청산 내 저소득층 가구에게 반찬을 나눌 식당을 구한다는 전화에 별다른 고민 없이 수락했다. 평양식당의 육수연(58) 대표의 이야기이다.

보은이 고향이지만 정작 맞닿아 있는 청산이란 곳은 머릿속에서 흐릿했다. 고향을 떠나 경기도 부천에서 지낸 20여 년 시간이 길어 잊고 지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던 그가 청산에 식당을 차리고, 장사를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을 터. 생전 가정주부로 지내다 엉겁결에 시작하게 된 식당 일은 쉽지 않았다. 우여곡절을 느낄 틈도 없이 흐른 시간, 뒤돌아보니 벌써 4년이 지났다. 바쁘게 살다 보니 느끼진 못했지만, 자연스레 청산 사람이 되었다.

식당 일은 처음이지만 손맛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육수연 씨는 “우리 집에서 하는 건 다 자신 있죠”라며 “닭볶음탕, 능이백숙, 순두부. 메뉴판에 있는 건 다 맛있어요”라 말한다. 좋은 맛은 좋은 재료에서 시작하기 마련. 보은에서 농사를 짓는 친동생 덕분에 모든 재료는 국내산이고 신선함이 보장된다.

육수연 씨의 보람은 맛으로부터 비롯된다. 손님이 식사한 뒤에 맛있게 먹었다고 해주는 말이 그렇게 기분이 좋다고. 몇몇 분들은 청산에서 공사가 끝나 본가로 돌아간 뒤에도 다시 찾아와주신다. 식당 일은 쉴 틈이 없지만 이런 순간들이 육수연 씨에게 재미를 느끼게 한다.

“아이참 너무 쑥스럽네~ 매번 하는 반찬 조금 더해서 드리는 게 뭐가 대단한 일이라고요”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인데, 관심이 수줍다. 힘이 닿는다면 언제까지라도 이 자리를 지키고 싶다는 육수연 씨. 부디 청산에서 오래도록 맛을 선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주소 : 옥천군 청산면 지전길 49-8
문의 : 043-733-5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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