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남초 김옥경 교장

안남초 김옥경 교장.
안남초 김옥경 교장.

올해 초 안남초에 부임한 김옥경(56)교장은 교장실에 있을 틈이 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다. 점심시간, 수업시간 가릴 것 없이 학교 곳곳을 돌아다니며 방역과 학교관리에 촉각을 기울였다. 학교가 끝나도 일정이 빡빡하다. 코로나로 대규모 행사가 없고 소규모로 사람을 만나야 하는 탓에 일일이 안남의 지역주민을 다니면서 얼굴을 비추고 학교를 알리고, 학교 안팎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함께 해결책을 찾는다. 그를 만나본 지역주민은 그를 20년 만에 안남을 ‘선택’해 들어온 반가운 교사라고 칭한다.

그와 안남초의 인연은 1996년에 시작됐다. “아름드리 느티나무 아래서 학생들과 수업했던 기억이 선해요. 학교에 왔을 때 너무 반가운 마음이 들었죠. 바뀐 건 학생 수에요. 그때는 학생들이 꽤 됐는데, 지금은 아이들 이름 하나하나를 금방 부를 수 있는 정도로 줄어들었어요.”

그는 작은학교가 큰 학교 못지않게 학생에게 좋은 교육환경을 구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준별 수업은 물론, 학교 문밖만 나서면 곳곳이 자연학습 체험장이다. 올해는 자전거와 디지털 카메라도 구매했다. 모든 순간을 찍고, 학생들이 인화할 수 있는 기회까지 주기 위해서다.

학교 구성원이 한 마음으로 노력하지만, 단꿈을 꾸기는 역부족이다. 갓난아이의 울음소리를 잃어버린 농촌. 예비 입학생이 없다. 그대로 두면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을 구비한 작은학교라도 폐교의 길을 걷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김교장이 제시한 돌파구는 ‘살 집’이다. 자연친화 시대에 작은학교에 관심을 가지고 지역을 찾는 학부모들이 있기 때문. 그는 이런 학부모들을 위해서 괴산군 청안면 부흥리 제비마을처럼 ‘월 5만원’의 관리비만 내면 살 집을 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학기만 해도 입학문의가 2번이나 왔어요. 교무실로 방문하셔서 수업까지 듣고 가셨죠. 애들도 너무 좋아하고, 학부모도 좋아하시는데. 살집을 알아보다가 결국에는 못 찾으셨다고 하더라고요. 만약 괴산처럼 교육이주 가족에게 주는 집이 있었으면 학생들과 두 가족이 안남에 자리잡는 건데 말이죠.”

이런 정책으로 폐교위기에 있던 괴산 백봉초가 살아난처럼, 옥천에도 관련 정책이 추진됐으면 하는 바람을 꺼냈다. 지역소멸의 마지막 보루라는 것에 함께 공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농촌에서 진행되는 많은 사업들이 미래에 지역에서 터를 잡고 살아갈 아이들을 중심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학교가 없어지면 이를 이용할 수 있는 다음 세대가 없기 때문이다. 그는 지역사회와 함께 안남초가 학생수가 늘어나는 학교가 되는 꿈을 꾸겠다고 덧붙였다.

“소속과 직급 관계없이 아이들이 있는 곳에서 일하는 모두가 같은 기관, 동료라고 생각해요. 학부모는 물론, 안남 배바우 도서관과도 같은 기관이라 생각하고 허물없이 소통할 예정이에요. 앞으로도 언제든 교장실을 찾아주세요. 저도 자주 찾아갈께요.”

안남초 김옥경 교장 탁자에는 '양심사탕'이 올려져있다. 책을 읽는 학생들이 들어와 교장선생님에게 책을 읽은 소감도 전하고, 각종 고민도 털어놓는다. 교장실 문턱이 낮아지는 것을 좋아한다는 김교장이다.
안남초 김옥경 교장 탁자에는 '양심사탕'이 올려져있다. 책을 읽는 학생들이 들어와 교장선생님에게 책을 읽은 소감도 전하고, 각종 고민도 털어놓는다. 교장실 문턱이 낮아지는 것을 좋아한다는 김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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