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에서 나고 자란 비야리 토박이 이소희씨
지역정착형 청년일자리 사업 통해 고교 졸업 후 ‘옥천살림’ 입사
옥천에도 청년들 취향의 즐길거리 많아졌으면

옥천살림에서 일하는 이소희씨

올해 충북산업과학고를 졸업하고 4월부터 ‘옥천살림협동조합’에서 일을 시작한 이소희(20)씨는 요즘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학교 급식관련 회계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데 코로나19로 등교 일정이 자주 바뀌는 탓에 관련업무가 늘었기 때문이다.

선배들과의 나이 차이가 제법 커서 막내 노릇하기도 벅차지 않을까 싶지만 ‘막내라서 힘든 건 하나도 없다’며 당차게 주어진 일을 해낸다. 집에서 3남매 중 막내이기도 하지만, 어르신이 많은 동네에서 나고 자라서 나이가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게 어렵지 않다고 한다. 고등학교에서 배운 내용들이 업무에 많은 도움이 돼서 일도 금방 익숙해졌다고.
“같이 일하는 분들 모두 저를 잘 챙겨주시기도 하고, 또 제가 사는 곳에 어르신이 많다보니까 어릴 적부터 어른과 소통하는 것에 익숙해져서 힘들지 않아요. 집에서도 늦둥이 막내인걸요. 고등학교에서 금융회계를 전공해서 일도 금방 손에 익었어요” 

■ 우연한 기회로 맺은 ‘옥천살림’과의 인연, 이제는 일에 자부심 느껴 

이소희씨의 고향은 군북면 비야리. 아욱과 갓 등을 재배하는 부모님도 비야리가 고향인 옥천 토박이다.

소희씨가 증약초, 옥천여중, 충북산업과학고를 졸업하고 ‘옥천살림’에서 일하게 된 건 지역의 청년이 일자리를 찾아 타지로 떠나지 않아도 되도록 지역 내 기업 취업을 지원하는 ‘지역정착형 청년일자리 사업’을 통해서다. 대학 진학보다는 빨리 사회경험을 쌓고 싶었던 소희씨에게 모교 취업부 선생님께서 ‘옥천살림’에 지원해 보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소희씨와 ‘옥천살림’의 연이 시작됐다.

사실 소희씨는 입사하기 전까지만 해도 ‘옥천살림’이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잘 몰랐다고 한다. 학교에서 먹었던 급식 식재료를 ‘옥천살림’에서 공급한다는 사실도 입사한 뒤에 알았다. 옥천에서 일자리를 찾겠다고 생각한 적도 딱히 없다고. 하지만 지금은 친환경 급식 식재료를 공급하고 로컬푸드 매장을 통해 지역 농산물을 유통하는 ‘옥천살림’에서 일한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지역의 친환경 농가를 돕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뿌듯해요. 아직 일을 배워가는 중이라고 생각하지만, 여기서 일하다보면 보람을 느낄 때가 많아요” 

■ 넓은 세상 궁금하지만 일찍 끊기는 버스 탓에 오늘도 ‘집으로’ 넓은 세상을 느끼고픈 소희씨.

‘직장인’ 소희씨의 첫 번째 목표는 ‘자동차 구입’이다. 평소에 오빠들의 차를 빌려 드라이브 하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코로나19 탓에 대중교통을 이용해 여행을 다니기 어려운 점도 크지만 무엇보다 오후 6시40분에 읍내에서 집으로 들어가는 버스가 끊기기 때문이다. 저녁 시간에 친구들을 만나기 쉽지 않아 차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집에서 넷플릭스 보는 게 취미가 됐지만 빨리 차를 사서 친구들과 좀 편하게 놀고, 여행다니고 싶어요. 시골에 살다보니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너무 불편하거든요. 비야리에서 버스를 타면 자모리에 들려 돌아가는 것도 불편하지만 대전 외곽 버스 합쳐도 하루에 고작 8번 정도만 버스가 있고, 막차도 너무 빨리 끊겨요. 순환버스가 있으면 좋을텐데... 퇴근하고 읍내에서 친구를 만나면 친구집에서 자거나 택시를 타고 집에 가야해서 보통 퇴근하면 막차를 타고 바로 집으로 가요. 첫 차 산다고 하면 부모님이 조금 보태주시겠죠? (웃음)”

■ 청년에게 옥천은 심심해, 젊은 아이디어 가득한 옥천 됐으면 

소희씨는 앞으로 도시 지역에서도 살아보며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다고도 했다. 옥천이 싫은 건 아니지만 여행을 좋아해서 다른 지역의 삶이 궁금하다고 옥천을 떠나 타지에서 일하고 있는 두 오빠의 모습을 보면서 ‘옥천 밖의 삶’에 호기심을 가졌다. 청년에게 옥천은 조금 심심한 곳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여행을 가는 것과는 별개로 옥천에서도 청년의 취향에 맞는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를 찾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하는 소희씨. 옥천에서 사는 청년으로서 ‘청년이 살고 싶은 옥천’을 위한 몇가지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옥천에도 청년들 취향에 맞는 맛집이 좀 생기면 좋겠어요. 놀거리나 문화시설도 부족해서 옥천은 좀 심심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커다란 멀티플렉스 영화관이나 유명한 프랜차이즈 매장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게 아니에요.

청년들의 아이디어로 채워진 소소한 공방이나, 로컬 푸드를 활용하는 예쁜 카페처럼 젊은 아이디어로 생기가 넘치는 옥천이 된다면 타지로 떠난 청년들도 고향을 다시 보게 되지 않을까요?”

넓은 세상이 궁금해 옥천 밖의 삶을 꿈꾸는 ‘막내’ 소희씨지만, 청년이 즐거운 옥천을 고민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 한 켠에는 고향 사랑을 늘 품고있는 듯 했다.

옥천살림에서 일하는 이소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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