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영 작가 (청성면 예곡리)

 

국화과 두해살이 풀인 왕고들빼기는 키가 2미터까지 자라는 들풀입니다.

2미터 가량 자란 왕고들빼기를 만나기란 흔치 않지만 큰 덩치의 왕고들빼기를 만나면 분명 들풀에 불과한데도 함부로 하면 안 될 것 같은 묘한 위압감이 느껴집니다.

줄기를 둘러 겹겹이 자란 우아한 창모양의 입은 마치 원주민의 독특한 장식품같이 아름답고 잎 위쪽으로 줄기와 가지 끝에 원추 꽃차례로 달린 연노랑색의 꽃은 가을볕을 한껏 받아 수수하지만 환하고 밝습니다.

보통 추석 즈음이 되었을 때 왕고들빼기 꽃이 피어납니다. 꽃이 지고나면 갓털이 달린 검은 씨앗을 맺고 가을과 함께 커다란 몸이 조금씩 스러져 갑니다. 검은 씨앗은 그 해 가을에 부지런히 터를 잡고 발아해 로제트 어린잎의 형태로 겨울을 납니다. 

씨앗을 맺는 효율성면에서 왕고들빼기는 망초나 다른 풀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뿌리 조각조차 남기지 않을 커다란 장식적인 몸을 왕고들빼기는 왜 굳이 만들었어야 할까 생각해보면, 개체의 다양성이라는 답 이외는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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