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면 출신 이영숙 원장 “요양보호사는 복지 체계 속 윤활유 같은 존재”
저렴한 교육비로 수준 높은 교육을 제공하여 9년째 성업 중
요양보호사는 인생에서 가장 외로운 순간에 함께 있어 주는 직업

‘재판한다. 판사, 변호한다. 변호사, 범인 잡는 형사~’ 가수 윤수현의 노래 ‘천태만상’ 가사의 일부이다. 많은 ‘사’짜 직업이 나오는 노래 가사 중 빠진 직업이 있다. 누구나 늙고, 걷지 못하고, 스스로 먹지 못할 ‘때’가 온다. 모두가 외면하고 싶은 그 ‘때’, 유병장수(有病長壽)하는 나를 돌봐 주는 ‘사’짜 직업. 판사, 검사, 변호사도 아닌 요양보호사다.

이 직업은 구직자의 입장에서도 꽤나 매력적인 편. ‘학벌, 나이 제한 없음, 시급 만 원 이상(주휴수당 포함), 근무시간 협의 가능, 00명 모집, 다만 요양보호사 자격증 필수’, 채용 공고를 보면 이들이 전문적이지 못하리라 생각하기가 쉽다. 그렇게 생각하면 오산이다.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전문 교육기관에서 160시간의 교육을 받고, 80시간의 실습을 해야 한다. 그 후 1년에 4번 시행하는 시험을 통과해야 요양보호사가 될 수 있다.

옥천에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한 전문 교육원이 있다. 안내면 인포리 출신인 이영숙(54, 옥천읍) 원장이 운영하는 ‘옥천 요양보호사교육원’이 바로 그곳이다. 통계청의 2018년 발표에 따르면 3개 이상의 만성 질환을 가지고 있는 노인은 51%라고 한다. 노령 인구가 많은 옥천에 요양 돌봄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니 지역에 전문 요양보호사를 교육할 시설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이원장은 고향을 위해 옥천에 요양보호사 학원을 설립했다. 이원장은 요양보호사교육원을 배움의 한을 푸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바쁜 일상생활에 치여가며 농사를 짓고, 식당에서 서빙하며, 집안일에 치여 살던 사람들이 교육을 받으러 와요.” 이원장의 학원에서 바쁜 삶에 치여 잠시 가라앉았던 배움이 요양보호사 교육을 만나 수면 위로 떠 오르고 있다.

■ 국가자격증이자, 전문직 요양보호사,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꿈

요양보호사 자격 취득은 교육 160시간, 실습 80시간, 교육비는 45만원, 한 달간의 전문 교육을 받은 뒤, 10일간의 현장실습이 이뤄지는 다소 고된 일정. 실습은 옥천 관내에 있는 재가센터와 시설 요양원에서 직접 어르신을 돌보며 실무 경험을 한다. 그 후 보건 의료인국가시험원에서 시행하는 국가 자격 시험을 치른다.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을 객관식 오지선다형으로 본다. 각각 만점의 60% 이상의 득점할 경우 합격이다. 자격증을 취득한 뒤 기관에 취업하여 요양보호사로 일하거나, 재가요양보호사로 활동한다. 혹은 전문적인 봉사활동을 할 수 있다. 가족 중 노인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자가 있다면 가족에게 요양을 제공하며 방문 요양 급여를 신청해 살림에 보탬이 될 수 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이 교육에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이 모인다. “교육생의 나이는 20대에서 80대까지, 초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사람, 대학원을 졸업한 사람 혹은 봉사에 뜻이 있어 전문적인 봉사를 하고 싶은 사람까지 모두가 ‘동기’가 되어 공부하고 있어요.” 그 중 다수의 수강생은 5060 세대 여성. 지금까지 살아오며 자격증 하나 없이 살아와 서러운 이들에게 요양 보호사 교육은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한 집안의 엄마 혹은 아내가 사회 구성원으로 발돋움할 기회이기 때문이다. 살림하며, 농사를 지으며 책 한 권 조차 읽을 시간도 없던 그들에게 요양보호사라는 전문직 도전은 삶의 활력을 불러일으키고, 배우지 못한 한을 푸는 기회이다. 매 기수 교육이 끝나 시험 결과를 통보할 때면 항상 이 말이 나온다. ‘이렇게 열심히 공부할 기회가 있었더라면, 이렇게 안 살고 있었을 것이라고.’

어느덧 옥천에서 교육원을 운영한지 9년의 세월이 지났다. 30기수가 배출되었고, 매 기수 수강생들은 교육을 받은 뒤 ‘제 삶이 달라졌어요’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그 이유는 240시간 동안 이뤄지는 전문 교육 때문. 관절염, 고혈압, 당뇨 질병에 대한 특이성에 대해 배우고, 직업윤리, 간호학적 기초지식, 의사소통 및 여가 지원 방법에 관해 공부하기 때문. 교육 과정에서 다른 이들에게 적용되는 것 보다 본인의 건강과 가족의 건강에 대해 돌이켜 볼 수 있고, 고된 식당일, 집안 농사일을 돕는 것보다 조금 편하게, 사회 구성원으로 자긍심도 가지고 생활비에 도움이 된다고.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는 말을 증명하듯 지난 시험에는 81세 할머니가 요양보호사 시험에 합격했다. 할아버지가 거동이 불편하여 장기요양보호 등급을 받아, 할머니가 재가 요양보호사가 되기 위해 학원을 등록했다고. 이제는 재가 요양보호사로 매달 60만원 가량을 수령하게 되어 자녀들의 부담을 덜어 행복해하셨다고 한다.

■ 고향 옥천에 요양보호사교육원이 사라지다.

이영숙 원장은 안내면 인포리에서 태어나 안내초(42회)를 졸업한 뒤 고향을 떠났다. 청주 현도면 출신인 남편을 만나 결혼하여 두 아들을 낳았다. 목회자의 길을 걷던 남편은 영동의 성결교회의 목사가 되었다. 그곳에서 사회에 환원하는 삶을 실천하고 싶었다. 요양보호사라는 직업에 대해 알게 되었고, 사회복지 체계의 작은 나사라 생각되어 이를 알리고자 영동에서 요양보호사 교육원을 설립했다. 그러던 중 2011년도에 옥천으로 학원을 옮겼다. “기존에 옥천에 있던 요양보호사학원이 경영 악화로 폐원했다는 거에요. 요양보호사 교육을 희망한다는 전화가 군청으로 계속 온다는 거에요.”  고향의 복지 수준이 떨어질까 두려운 마음에 옥천으로 학원을 옮기기로 결정했다. 돈을 좇았다면 교육생이 부족한 옥천을 올 이유는 없었을 터. “사회에 환원한다는 마음으로 수강료도 다른 지역에 비해 5만원이나 저렴하게 운영하고 있어요” 쉽지 않은 결정이다. 옥천 요양보호교육을 독점하고 있는 상태에서 남들보다 저렴한 가격을 유지한다는 것은 사회에 환원하고 함께 살아가자는 그의 신념이 들어나는 대목이었다.  처음에는 옥천 보건소 앞에서 학원을 운영하다가 지금의 자리로 학원을 옮긴 지 5년가량 되었다. 그간 영동에서 출퇴근을 한다며 생활했지만 23년간 목사 생활을 하던 남편은 얼마 전 퇴직을 하게 되어 작년에 옥천으로 이사와 군민으로 살고 있다. 아버지를 따라 목사가 된 큰아들은 부산에 살고 있다. 음악 선생님이 된 작은 아들은 청주에서 근무하고 있다. 작은아들은 옥천이 익숙하다. 옥천에서 선생님으로 근무했기 때문. 그렇기에 어머니의 고향인 옥천으로의 귀향을 환영했다고. 이원장은 “옥천에 돌아오니 너무 행복해요, 고향을 떠나 살았을 때는 차를 타고 지나가다 옥천이라는 표지판만 봐도 반갑고 즐거웠는데, 살고 있으니 얼마나 좋겠어요?”라고 말하며 고향에 살며, 사회에 환원하는 삶에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 고향의 경제 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이 있다. 보은 일자리 센터와 연계되어 있어 이번 기수에는 18명의 교육생이 옥천과 보은을 오가며 수업을 듣고 있다. 교육 기간 동안 교육생들이 주변에서 양손 가득 장을 보고, 근처에서 식사한다. 또한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지급하는 지원금을 지역에서 소비하여 지역 경제의 활성화를 일으키기 때문.

■ 요양보호사의 책임과 긍지

모든 교육을 강사에게 위임할 수 있지만, 이영숙 원장은 직접 나서 수강생들에게 요양보호사로서 책임과 긍지에 관해 이야기 한다. “우리가 한 어르신을 섬기는 것은 나라의 복지가 발전하는 것입니다. 우리 요양 보호사들은 복지라는 큰 체계에 소외계층에 있는 분들을 위한 나사못이 돼야 해요.”라고 말하며, “어르신들의 정서적, 신체적, 생활적 부분을 모두 챙겨주는 일이니, 자긍심을 가질 것”을 강조한다.

교육원에서 수업을 듣고 있는 오영주(옥천읍) 교육생은 이원장의 말에 동의하며 봉사하는 마음과 노후를 위한 준비를 위해 가벼운 마음으로 교육원을 찾았지만 교육을 받으며 요양보호사로 책임감의 무게를 느끼고 있다. “자칫하면 한순간의 실수로 어르신이 크게 다칠 수 있어요, 이를 예방하기 위해 진지하게 교육에 임하고 있어요” 그의 표정에서 요양 보호사 교육을 받는 교육생으로서 자긍심이 느껴졌다.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 시기에 각기 다른 삶을 살아온 남을 돌보며 일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요양보호사란 직업은 노인 세대와 세대 차이에서 오는 커뮤니케이션의 문제, 중증 치매 환자를 돌보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은 정서적 상처를 얻기도 한다. 하지만 한 사람이 인생에서 가장 외로운 순간에 나타나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보살핌을 제공하는 일에 대한 긍지와 보람은 이루 말할 수 없을 터. 요양보호사에 대한 현실적인 처우 개선으로 요양보호사의 증가를 통한 복지 사각지대의 감소가 이뤄지길 기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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