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달산 숲길

허형만

산이라고 다 산이 아니어서
전라남도 무안군
승달산을 아는 자는
산을 오른다 하지 않고
산의 품에 안긴다 말 한다
그 말은 맞다 그래서 일까
내가 아는 승달산도
그리운 사람 그리워하듯
날마다 나를 끌어들여
자신의 숲길을 조용히 걷게 하는데
그 때마다 늘 풋풋한 손길
꼬옥 잡고 함께 걷곤 하는 것인데
법천사 처마 끝 풍경소리
적요로 통하는 길 안다는 듯
우리 앞 길 저만치서 손짓도 하는 것인데
숲이라고 다 숲이 아니어서
승달산 숲길은
그렇게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부처님도 눈치 못 채게
가난한 시인의 정수리에
한 됫박이나 퍼붓곤 하는 것인데

허형만 시집 첫차(황금알 간행)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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