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설헌 시

 

 

 

 

 

 

 

 

 

 

 

哭子(곡자-자식을 위해 통곡함)

해맑은 가을 호수 옥처럼 새파란데
秋淨長湖碧玉流
      
연꽃 우거진 곳에 목란배를 매었네
荷花深處擊蘭舟

물 건너 임을 만나 연꽃 따 던지고
漨郞隔水投蓮子

행여 누가 봤을까 한나절이 부끄러워
惑被人知半日羞

 

채연곡(采蓮曲)

지난해 사랑하는 딸을 잃고
올해는 사랑하는 아들 잃었소
서럽고도 서러운 광릉 땅이여,
두 무덤 마주 보고 나란히 솟았구려.
백양나무 가지 위 바람 쓸쓸히 불고,
도깨비 불빛만 무덤위에 번뜩인다.
지전을 살라 너희들 혼백 부르고,
무덤 앞에 물 부어 제사 지내네.
가엾은 남매의 외로운 영혼,
밤마다 서로 어울려 노닐겠구려.
뱃속에는 어린애 들었지만,
어떻게 무사히 기를 수 있을까.
하염없이 황대사를 읊조리다 보니
통곡과 피눈물로 목이 메이네. 

허난설헌은 조선 중기의 시인이다. 교산 허균의 누이였던 난설헌은 조선의 5문장을 낸 명문가에서 태어나 행복한 유년기에 맘껏 타고난 재능을 키웠으나 안동 김씨 가문으로 시집을 가서 불행하게 살다 27세의 나이로 요절한다. 그녀는 유폐 되다시피 한 시집살이 중 오직 시작을 삶의 유일한 희망으로 삼고 살았다. <채연가>는 그녀의 못다 이룬 사랑에 대한 꿈이고 <곡자>는 어려서 세상을 떠난 두 자식에 대한 피 끓는 모정이다. 난설헌의 짧은 생애에서 깊고 아름답게 씌어진 주옥 같은 시들을 읽는 것은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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