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 출신 박문현 대표 학창시절 잡던 지네로 퇴직 후 제 2의 삶 꿈꿔
옥천 지네는 예로부터 약효가 좋아 높은 가격을 받아
옥천읍 출신 아내 조정원씨는 든든한 조력자

군 농업기술센터에 곤충 관련 세미나가 있다면 당장 가서 지네에 대해 강연을 진행할 수 있을 만큼 지네에 대한 척척 박사가 있다. 안내면 월외리 출신 옥천 지네 농장 박문현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대전에서 박넝쿨수학학원을 운영하던 출향민으로 지난 2004년 옥천신문과 인터뷰에서 노년에는 옥천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던 그가 퇴직을 준비하며, 고향 옥천의 귀향민으로 살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그의 귀향 아이템은 어려서부터 채집했던 지네. 박씨와 지네와의 인연은 40년이 넘어간다. 예로부터 옥천에서 채집된 지네는 그 약효를 인정받아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가격을 받았다. 박대표는 학창 시절 지네의 습성을 연구해 가며 안내면 인근의 산을 다니며 전략적으로 잡았다고. 지네를 판 돈으로 용돈을 쓰고 남은 돈으로 자전거와 시계를 살 정도였다. 충북대 재학 시절 옥천 출신 아내를 만나 결혼하였고, 대학 졸업 후 운영하던 학원은 승승장구하여, 사교육의 중심인 강남에서 성공적으로 학원도 운영했지만,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항상 가슴 한편에 남아 있었다. 두 명의 자식도 다 장성하여, 이제는 선산에서 노년의 삶을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 학원을 운영하며 집에서도 지네에 대한 연구를 계속했던 그이기에 노년의 삶에 대한 경제적 두려움은 없다. 옥천 최고, 충북 최고의 지네 농장을 꿈꾸며 제2의 전성기를 준비하기 위해 옥천과 대전을 바쁘게 오가고 있다.

■ 옥천 출신 소년 소년, 부부가 되어 돌아오다

박씨는 옥천에서 4남 4녀 중 차남으로 태어나 자랐다. 안내초(50회), 안내중(23회), 대전 대신고를 나와 충북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방송통신대에서 영문학도 전공했다. 충북대학교를 다니며 학생회장에 출마도 했지만, 낙마했다고. 한때는 법학을 공부하며 고시를 준비했었다. 그 후 학원 강사와 학원 원장으로 교육자의 삶을 살았다. 대전 둔산동에서 검정고시 학원을 운영하여 늦깎이 학생들을 가르쳤고, 서울 삼청동에 살며 강남에서 학원도 운영했다. 이제는 대전의 학원에서 수학 명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퇴직을 앞둔 나이지만 강의 실력이 어디로 갈까? 지금도 박대표를 찾는 학생들로 학원은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그의 아내 조정원(58)씨는 옥천읍 오대리 출신이다. 박씨가 대신고 재학 시절, 버스에서 그녀를 만났다. 그녀는 옥천여고 교복을 입고 있었고, 첫눈에 반했지만 부끄러움에 말을 못 걸었다고. 운명이 이런 것일까? 고등학교를 졸업 후 충북대학교에 입학하였다. 대학 동기들과 디스코를 추러 청주 시내에서 놀러 나갔을 때, 지나가는 조씨를 마주쳤다. 박씨는 함께 있던 동기들을 먼저 보내고 조정원씨를 향해 뛰어갔다. 붙잡아 설득한 끝에 교제에 성공해 결혼에 골인하여 슬하에 두 명의 자녀를 두게 되었다.

■ 지네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

박 씨는 학창 시절 지네를 잡아 전국을 다니며 지네를 매입하는 상인에게 팔았다. 지네는 본래 충북 괴산이 유명하지만, 옥천 지네는 괴산 지네에 약효가 뒤지지 않아 높은 가격을 받았다고. 어린 시절 지네를 잡아 용돈을 쓰고 남는 돈으로 자전거, 시계를 구매했다. 고향을 떠나 학원을 운영할 때에도 고향의 산을 찾아 직접 지네를 잡아 아파트 베란다에서 키웠다. 키우던 지네가 사육망을 뚫고 나와 온 집안을 돌아다니던 때도 있었다. 파리조차 무서워하던 큰 딸 덕에 온 집안이 난리가 났었다고. 

어린 시절에는 지네를 잡으러 다니며 서식지를 찾아다녔고, 도시에서는 지네와 한 지붕 아래에 살았다. 이러한 이유로 박대표는 지금 당장 지네에 대한 논문을 써도 될 정도로, 지네의 습성에 대해 이해도가 높다. 박문현 대표는 “속설에는 지네가 그늘지고 습한 곳에 산다고 말하는데, 지네는 통풍이 잘 되는 곳에 있어요”라며 “산에 올라가 주변을 바라보면 지네가 있을 곳이 다 보여요”라고 말했다. 지네는 6월 중순부터 산란에 들어가 7월까지 산란을 하고, 처음 산란을 하거나, 나이 든 개체는 산란 시기를 못 맞춰 때로는 초 겨울까지 산란을 한다며, 지네에 관한 지식을 뽐냈다.

산란 시기의 먹이 조절, 부화 시기, 시기별 특징에 대해 막힘없이 풀어냈다. 지금도 계속 산에오르며 지네가 모이는 산란 장소에 대한 특성을 연구하고 있다. 지네 농장 한편에는 지네 실험실도 만들었다. 네 칸으로 나눠 각각의 다른 환경을 만들어 지네의 산란을 관찰하고 있다. 지네의 먹이인 귀뚜라미도 직접 산란을 받아, 먹이로 제공한다고.

박대표는 “지네는 고령농 혹은 직장인이 퇴근 후 소일거리로 돌볼 수 있지만, 부가가치는 큰 산업”이라고 말했다. 박대표의 지네 농장에는 3동의 지네 사육장이 있다. 각각의 동은 박 대표와 두동생의 것. 세종과 청주에 사는 동생들은 짬짬이 시간을 내 지네를 돌보러 온다. 손이 많이 가지 않기 때문에 사육하는데 문제없이 키워낸다. 박대표 또한 손쉬운 지네 산업의 특성상 본업인 학생을 가르치는 일에도 충실하다. 지네를 키우면서도 수업 준비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어 믿고 찾는 학생과 학부모가 많다. 

■ 옥천 지네 타운을 꿈꾸다.

작년에는 지네 1200마리를 분양했다. 생물 지네는 한 마리당 1만원을 받았기 때문에 그 금액은 1200만원 가량. “지네는 손이 많이 가지는 않지만, 알에서 출하하기까지 3년의 시간이 걸리고, 먹이를 잘못 공급할 경우 동족끼리 잡아먹는 상황이 생겨요” 박씨는 지네 사육에 관심있는 이들에게 기꺼이 지네 사육에는 노하우를 알려줄 생각이다. “제약회사, 화장품 회사,지네 동충하초 농장, 지네 먹은 닭을 파는 식당에서 구매 전화가 끊이질 않아요.”

그도 그럴 것이 지네는 신농본초경, 본초강목, 동의보감, 향약집성방 등 각종 고서에 그 약효가 소개되어 있고, 농촌진흥청에서 왕지네에서 분리한 스콜로펜드라신(scolopendrasin)이 아토피성 피부염에 효과가 있어 화장품으로도 개발하고 있을 만큼 그 약효가 증명되었다. 단백질 함량이 누에와 비슷하고, 필수 아미노산, 불포화지방산을 함유하고 있다. 지네의 수요는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 양은 지난 2015년 기준 약 110만 마리로 추정되고 비공식 불법 수입량을 포함하면 약 30톤에서 50톤 가량으로 추정되고 있다. 

박대표는 “사람들은 지네를 혐오스러운 절지동물이라고 생각하지만 농사를 방해하는 해충을 잡아 먹는 익충이기 때문에 주변의 농가에 해를 끼치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여러모로 익충인 지네특성 덕분에 지난해 7월 25일 농림축산부 고시에 의거하여 왕지네는 가축으로 지정되었지만, 다른 가축에 비해 지원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다른 가축군은 축산 선진국으로 견학도 다니고, 연구도 활발해요. 지네에 관한 연구는 그에 비해 활발하지 않아 아쉬워요.”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박대표가 아니다. 5년 차 베테랑 농부이지만, 지리산곤충생태학교를 운영하며 약용 지네로 연 1억 이상의 고소득을 내고 있는 윤철호씨를 찾아가 정보를 교류하며 국내 지네 농사의 내실을 다지고 있다.  “지역에서 지네에 대한 강연 요청이 있다면 어디든 달려가 강의할 수 있어요.” 그는 30년 경력의 베테랑 강사이자 생물학 전공자. 박대표의 지네 농장을 시작으로, 옥천에 지네 타운이 생겨 질 좋은 지네를전국을 넘어 전세계에 공급하는 날이 오기를 기원하는 바이다.

주소: 안내면 월외 3길 산17-8

전화: 010-5013-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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