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냥이들과 공존을 꿈꾸는 옥천마을고양이보호협회
옥천읍 커피생각을 근거지로 뭉쳐
인식변화와 공간,정책의 필요성 제기

 

‘월간 옥이네 2020년 2월호에서 특집으로 다뤘던 길고양이 관련 기사를 통해 보도된 사진’ 

 

“자려고 누우니 고양이가 하도 울어대서 한숨도 못 잤어요”. “멀쩡한 쓰레기봉투를 자꾸 터트려 놔서 골치에요” 길고양이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심지어 이들을 돕고자 나서는 캣헬퍼들 마저 인근 주민들의 멸시 대상이 되기 일쑤. 어느샌가 도로 위의 길고양이들은 혐오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처음부터 이들의 터전이 거리였던 것은 아니다. 1970년대 정부 주도로 진행되었던 ‘쥐 퇴치 운동’이 시발점이었다. 쥐를 잡아먹는 고양이의 개체 수를 인위적으로 늘려 집고양이 수가 급증한 것이다. 이후 쥐가 어느 정도 사라지니 고양이가 대거 버려지며 길고양이가 된 것. 이외에도 개체 수 증가 요인으로 재개발, 유기 등이 뽑히는 걸 보면 고양이는 억울하기만 하다. 원치 않게 길거리로 내몰렸으나 오히려 혐오의 대상이 돼버렸다.
말이라도 하면 사정이라도 물어볼 텐데 ‘야옹’ 소리에 담긴 한을 온전히 이해할 수가 없다. 사람의 욕심과 필요로 개체가 늘어난 길고양이들은 우리의 공존 대상이 되었다. 공존엔 상생이 우선. ‘서로 도우며 함께 삶’이라는 상생의 뜻을 실천하려는 이들이 있다. 옥천읍 커피생각을 근거지로 똘똘 뭉친 “옥천마을고양이보호협회”의 전민영 씨와 권선경 씨, 박누리 씨, 김기연 씨를 만나보았다.
코로나19 때문에 개개인으로 각자 활동하다 다수가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 아직 다양한 의견이 교류되지 않아 저마다 꿈꾸는 이상향이 달랐다. 방법론의 차이일 뿐 이들이 바라는 것은 살아있는 것에 대한 존중으로 맞닿아 있었다. 상생과 공존의 옥천을 꿈꾸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뿌리 깊은 인식

캣헬퍼들은 주변의 ‘인식’과 싸우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본인들에 대한 인식이다. 측은지심에서 비롯된 순간 감정적인 온정으로 책임감 없이 행동하는 일부 캣헬퍼들의 행동이 전체가 되어 혐오의 대상이 됐다. 주변인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외진 곳에 급식소를 차리고, 장소를 깨끗하게 유지하려 노력해보지만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비난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길고양이를 싫어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인 쓰레기봉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급식은 필요하다. 쓰레기봉투를 훼손하는 주된 이유는 먹을 게 있나 찾기 위함이다. 일반 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를 같이 배출하는 옥천군의 경우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박누리 씨는 “옥천에서 환경미화 업무하시는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고양이 밥자리가 있는 곳과 없는 곳의 차이는 확연하다고 하시더라고요”라며 “오히려 본인들이 업무를 하는데 있어서 캣헬퍼 분들이 밥을 주시니 훨씬 좋다고 하셨어요”라 말했다. 밥을 준다고 이 문제가 해결될까 싶지만 실제로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주변 주민분들과 갈등이 생길 때마다 이러한 이유로 설득해보려 하지만, 한번 생긴 염증을 긁어내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사회 전체에 각인돼버린 인식과 고정관념은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깊게 박혀있었다. 옥천마을고양이보호협회의 회원들은 이런 인식을 뿌리 뽑기 위해 지자체의 태도가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급식소와 TNR

군은 지난해 11월, 살충제를 활용한 ‘길고양이 퇴치 시범사업’으로 앞장서 혐오와 확대를 조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론의 몰매를 맞아 금새 중단되었지만, 군이 길고양이 문제를 어떻게 여기는지 알 수 있던 사건이었다. 길고양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사회문제라기보단, 귀찮은 민원 정도로 여기고 있던 것. TNR사업과 급식소 사업의 진행은커녕 예산 책정조차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길고양이 문제와 캣헬퍼들과 인근 주민들의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TNR과 급식소 사업이 절실히 필요하다. 낯선 단어인 TNR은 Trap(포획), Neuter(중성화 수술), Return(방사)의 약자로, 길고양이 개체 수 조절을 위해 시행하고 있는 중성화 사업을 의미한다. TNR은 길고양이 개체 수 증가를 방지해, 사람과 길고양이가 공존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때 항상 같이 병행되는 것이 급식소 사업이다. 적절한 장소에 급식소를 설치, 사료를 공급하여 길고양이들을 유인한 뒤 중성화(TNR)을 진행하는 것.

이들은 전주를 예로 들며, 지자체가 나서서 TNR과 급식소 사업을 진행할 때 사람들의 인식이 변화할 수 있음을 주장했다. “전주 같은 곳은 시청에 급식소를 만들어놔요. 일반 주민들이 업무를 보러 많이 오잖아요.”라며 “오며 가며 급식소를 보고, 우리가 같이 보호해야 할 대상이라는 것을 자연스레 인식하게 되는 거예요”라 말했다. 결국 사회문제 해결과 공존을 이루기 위해선 지자체 단위의 움직임이 필요한 것이다.

옥천마을고양이보호협회의 회원들은 지자체와 민간단체의 협력 또한 강조했다. 급식소의 경우, 설치 이후 일일이 군이 나서서 관리하는 것이 힘들다. 이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옥천마을고양이보호협회 같은 민간단체이다. 김기연 씨는 “저희는 늘 준비가 돼 있거든요. 도와드릴 수 있고, 봉사할 수 있고.”라며 “공직에 계신 분들이 움직여주시고 허락만 해주시면 사람을 모아서 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는 상황이니, 도움을 주시길 바라고 있어요”라 말했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틀만 정해진다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나설 이들이 줄을 서고 기다리고 있다.

■ 상품이 아닌 생명으로  

옥천에 동물보호소는 어디 있을까? 옥천동물병원이 보호소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을 뿐, 보호에만 전념하는 보호소는 없다. “동물병원도 최선을 다해서 봐주시죠. 그리고 옥천의 어느 동물병원도 이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아요. 그런데 바빠도 너무 바빠요” 회원들은 옥천동물병원이 지역의 반려동물을 케어하는 것만으로도 바쁜 상황이라 말한다. 그들은 동물병원이 유기동물만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니 관리가 소홀할 수 있거나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보호에만 전념할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박누리 씨는 동물복지 선진국으로 알려진 독일의 경우를 이야기했다. 독일엔 티어하임(Tierheim)이라는 공간이 존재한다. 이는 ‘동물(Tier)의 집(heim)’이라는 의미를 지닌 민간 동물보호시설이다. 오갈 데 없는 동물들을 티어하임에서 보살피며, 동물들은 살처분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독일 전역에서 약 1,000곳이 운영되고 있으며 입양률은 90%가 넘는다. 어느 곳에서나 동물 분양이 가능한 우리나라와는 달리 독일은 티어하임이라는 유기견 보호소와 정부 허가 분양소에서만 분양이 가능하다 독일은 동물법으로 동물 케이지의 최소 면적을 동물 크기에 따라 정해 놓고 펫샵에서는 동물 판매가 금지되며, 용품만을 판매한다.

권선경 씨와 전민영 씨는 “꼭 보호소 이름이 아니더라도 그런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곳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죠”라며 “저희는 이게 지역사회의 훌륭한 교육장소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렇다면 어떤 면에서는 옥천만의 선진 사례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죠” 라 말했다. 반려동물이 상품에서 벗어나, 생명 그 자체가 존중받을 수 있는 공간을 꿈꾸고 있는 것. 그런 공간이 아이들에게 선한 영향과 생명존중을 배울 수 있는 교육의 장이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그래서 여기 커피생각을 민간 보호소로 만들자는 이야기를 사장님이랑 저랑 둘이서 나눴던 적도 있어요. 옥천에 보호소가 안 만들어진다면 사장님을 설득해보려고요. 하하”

동네마다 분위기가 다르다. 사람 그림자만 보여도 고양이들이 도망가는가 하면, 처음 보는 사람한테도 와서 품에 안기는 곳이 있다. 이들은 길고양이가 동네 사람들의 인심을 보여주는 척도 아닐까 생각한다고. 어른들은 어린이들의 거울이 된다. 어린이들 눈에 비추어지는 모습 속 혐오와 공생 중, 무엇이 더 이로울지는 뻔하다.

반려동물 양육인구가 천만이 넘어가며 바야흐로 펫코노미 시대가 도래했다. 반려동물 시장이 확대되고 반려인구가 증가하는 것에 반해 사람들의 의식은 그 상승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반려동물 수와 유기동물의 수가 함께 증가하고 있는 현재. 광명면 뿐 아니라 암면에도 관심이 필요하다. 옥천마을고양이보호협회의 회원들은 암흑면을 밝게 비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모두 길고양이를 생각하는 마음은 같았지만, 그 방법은 조금씩 달랐다. 이들은 9월 15일 18시 30분, 소금쟁이 책방에서 열릴 김하연 작가의 강연을 들은 뒤 방법을 좁혀나가길 꿈꾸고 있다. 강연에선 길고양이와의 공존을 위해 지역사회가 함께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이야기 나눌 예정이다. 생명과의 공생에 관심이 있는 누구나 참여하여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좋을 듯하다. 

‘월간 옥이네 2020년 2월호에서 특집으로 다뤘던 길고양이 관련 기사를 통해 보도된 사진’ 
‘월간 옥이네 2020년 2월호에서 특집으로 다뤘던 길고양이 관련 기사를 통해 보도된 사진’ 
‘월간 옥이네 2020년 2월호에서 특집으로 다뤘던 길고양이 관련 기사를 통해 보도된 사진’ 
‘월간 옥이네 2020년 2월호에서 특집으로 다뤘던 길고양이 관련 기사를 통해 보도된 사진’ 
‘월간 옥이네 2020년 2월호에서 특집으로 다뤘던 길고양이 관련 기사를 통해 보도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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