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호 (62, 옥천읍 교동리)
옥천군 도시계획위원, 한남대 행정학과 교수

옥천은 참 좋은 곳이다. 여러 가지 발전 잠재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옥천은 또한 여러 가지 문제점도 갖고 있다. 장래에 대한 확실한 비전이 없는 점이 그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세계 어느 곳에도 잠재력이 없는 곳은 없다. 그런데 지역의 발전은 오히려 잠재력이 없는 곳에서 일어나기도 한다.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을 때, 어려운 상황 그 자체가 오히려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 

스위스는 정밀공업이 발전한 나라이다. 그런데 스위스는 18세기까지만 하더라도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다. 영토는 좁고 인구도 적었다. 지하자원도 없었고 산악지형이어서 활용할 땅도 많지 않았다. 

정밀공업은 많은 철을 요구하지 않는다. 산업화 시대에 영국과 같은 나라는 많은 석탄과 철광석, 거대한 공장과 노동력이 필요한 제조업에 충실하였다. 그러나 스위스는 정밀공업에 특화하고, 금융산업, 관광산업에 투자하여 남들이 부러워하는 강소국이 되었다. 

프랑스 꼬냑지방도 어려움을 극복하여 세계적인 선도지역이 되었다. 꼬냑은 샴페인과 같이 술의 한 종류이지만, 그 술을 생산하는 지방의 이름이기도 하다. 술의 이름을 그 지방의 이름에서 딴 것이다.  

꼬냑지방에서 꼬냑이란 독특한 술이 개발된 것은 꼬냑지방이 가진 약점 때문이었다. 꼬냑지방은 세계적인 포도주 생산지인 보르도 인근에 위치하고 있다. 불과 150Km 정도 떨어져 있다. 

꼬냑지방에도 넓은 평야가 있어서 포도가 많이 재배되고 있다. 그러나 꼬냑지방에서는 양질의 포도주를 생산할 수 있는 포도가 재배되지 않는다. 꼬냑에서 재배한 포도로 만든 포도주는 질적으로 보르도 포도주와 경쟁이 안된다. 그래서 꼬냑 지방에서는 포도주를 한 번 더 가공하여 다른 술, 즉 꼬냑을 만든다. 

포도주를 두 번 증류하여 생산한 꼬냑 원액, 즉 오드비를 참나무 술통에 넣어 숙성시킨다. 처음 생산한 오드비는 알코올 농도가 70도를 넘는다. 그러나 참나무 통에서 숙성되는 기간에 오드비의 알코올 농도가 점차 떨어지고 참나무 향이 스며들어 맛과 향이 좋아진다. 꼬냑을 양조하는 꼬냑 마스터들은 2년 이상 숙성된 오드비 수십 종류를 섞어서 꼬냑을 생산한다. 그래서 세계적인 맛과 명성을 가진 술, 꼬냑을 생산한다. 

프랑스 꼬냑지방에는 꼬냑을 생산하여 세계적으로 판매하는 꼬냑하우스가 있다. 우리에게도 알려진 헤네시, 마르텔, 캄푸스 등과 같은 꼬냑하우스 모두가 거기에 있다. 사실 유럽연합EU)은 법으로 꼬냑 이외의 지방에서는 꼬냑을 생산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꼬냑시는 옥천 보다 규모가 적어, 약 2만 명의 인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지역은 세계 굴지의 꼬냑하우스를 갖고 있다. 그들은 각기 500명에서 1,500명 정도의 종업원을 고용하고 있다. 그들의 일부는 그 지역에서 포도농장을 경영하거나 포도주를 양조, 혹은 증류하고, 또 다른 일부는 파리, 런던, 뉴욕, 토쿄 등에서 꼬냑을 홍보하거나 유통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꼬냑에는 또한 많은 포도농가들이 포도나 포도주, 혹은 오드비를 꼬냑하우스에 공급하고 있다. 큰 꼬냑하우스는 약 1,500호의 농가로부터 그러한 제품을 공급받고 있다. 또 그 지방에는 술병을 제조하는 업체, 참나무 술통을 납품하는 업체 등이 활동하고 있다. 꼬냑산업은 엄청난 파급효과를 내면서 꼬냑 지방을 세계적인 지역으로 만들었다. 꼬냑지방은 토질이 좋지 못한 약점을 극복함으로써 오히려 더 유명해졌다. 전화위복이 되었다고 할까?

옥천도 꼬냑과 닮은 점이 있다. 포도를 많이 재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꼬냑지방의 포도와 마찬가지로 옥천의 포도는 특별한 포도가 아니다. 부가가치도 높지 않다. 그러나 옥천은 강점도 있다. 산천이 수려하다. 이름 그대로 물길이 부드러운 옥천(沃川)이다.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옥천은 실제로 자연이 아름다운 곳이다. 금산이나 공주 등 대전의 주변 지역을 둘러 보더라도 옥천만한 곳이 없다. 옥천은 온통 푸른 산이고 부드러운 물길이다.  

옥천은 또한 풍부한 역사를 갖고 있다. 백제와 신라의 경계지역이었기 때문에 삼국시대에는 국가간 경쟁이 심했던 곳이었다. 또 조선시대 최고의 유학자였던 송시열 선생의 출생지이기도 하다. 임진왜란 때에는 여기에서도 의병운동이 활발하였으며, 개화기에는 정지용 시인을 배출하였다. 옥천은 또한 현대사의 한 장면을 장식했던 박정희 정권과 연계된 장소이다. 

옥천에는 좋은 사람, 좋은 주민들이 있다. 그들의 활동이 있다. 옥천 사람을 왜 좋다고 하는가? 필자가 옥천에 와서 사람들을 만나보고 그렇게 느꼈기 때문이다. 물론 모두가 좋은 사람인 것은 아니다. 옥천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산다. 

필자가 가진 그러한 인식은 지극히 단편적이고 주관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판단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옥천 사람들은 타 지역 사람 못지않게 자부심과 자존심이 강하다. 그래서 자기 주장이 확실하다. 지역이 뿌리 깊은 역사를 갖고 있기 때문일까? 그런데 자기 주장이 확실하면 오만하기 쉽다. 그러나 다행히도 옥천 사람들은 오만하지 않은 것 같다. 

옥천 사람들은 또 지역에 강한 애착심, 혹은 정체성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지역에 대해, 지역의 뿌리에 대해 알고자 하는 의욕이 있어 보인다. 옥천군 평생교육원, 옥천문화원, 옥천 향토사연구회, 옥천 향교 등과 같은 기관의 활동을 보면 그렇다. 또 지난 12년 동안 필자가 옥천에서 살면서 지역의 다양한 주민과 이웃들을 접촉해 보고 그렇게 느꼈다. 

옥천 사람은 반듯한 것 같다. 비굴하지 않다고 할까? 식당에서 종업원을 만나보면 대부분이 주인의식을 같고 일하는 것 같다. 주인은 주인 같이 일한다. 그러나 종업원은 종업원 같이 일 할 수밖에 없다. 종업원은 보통 주인의식이 없다. 종업원은 손님에게 친절한 것처럼 흉내를 내기도 한다. 그러나 주인은 진실로 친절하다. 손님은 보통 피부로 그런 것을 느낄 수 있다. 옥천의 크고 작은 마트나 음식점에서 그렇게 느꼈다. 사실 종업원이 주인의식을 가지는 것은 쉽지 않다. 종업원은 주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옥천 사람들은 좀 다른 것 같다. 

옥천 사람들은 부유한 것 같다. 타 지역에 비해 소득이 실제로 더 높은지에 대한 객관적 지표를 보지는 못했다. 그러나 옥천 사람들은 가난하게 살지 않는 것 같다. 농촌이라고 하면 어렵게 살겠지 하는 선입관이 있다. 그러나 옥천의 거리에는 외국산 자동차도 많이 다니고 있고, 개인적으로 만난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사는 것 같지 않게 보였다. 다들 여유가 있어 보인다. 혹시 부자가 아니라도 구차하게 살지는 않는 것 같다. 

옥천 사람들이 또 하나 좋은 것은 여야가 적절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잘 모르는 외부인들은 옥천 사람들은 완전 “보수”라고 생각하기 쉽다. 박 정희 정권과의 연계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그렇지는 않은 것을 잘 알고 있다. 혹시 어떤 진보적인 사람들은 모두가 자기 편이 아닌 점을 불평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제3자의 입장에서 볼 때, 어느 한 쪽으로 너무 치우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사는 옥천, 많은 잠재력을 가진 옥천은 또한 약점도 가지고 있다. 즉, 문제점도 많다는 것이다. 문제점을 이야기 하라면, 수 십가지를 이야기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역개발학도인 필자에게 딱 한 가지만 이야기하라면 “비전”, 지역의 미래에 대한 구상이 없다는 점을 제시하고 싶다. 

지역의 미래에 대한 비전이 없는 것은 비단 옥천만의 일이 아니다. 사실상 대부분의 지역이 그렇다. 또 지역의 미래에 대한 비전이 없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저 그렇게, 되는 데로, 세태의 변화에 따라 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오늘날과 같이 사회가 격변하고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는 지역주민들이 지역에 대한 현실을 공유하고 비전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출산율 감소, 인구의 노령화, 농어촌 공동화 등과 같이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산적한 문제들을 극복할 수 있는 비전이 필요하다. 그러한 비전을 향해 함께 노력하면서 지역의 정체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군민들이 미래의 불확실성, 혹은 불안을 희망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한다면 우리가 더 행복해 질 수 있고, 지역의 미래는 밝아진다. 

옥천의 비전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필자가 옥천의 비전에 대해서 지적하면 어떤 이들은 그렇게 되묻곤 한다. 아니 우선 스스로에게도 그렇게 묻게 된다. 사실 지역의 비전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본 사람도 쉽게 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나는 생각한다. 옥천의 비전은 나 혼자 설정해서 내가 제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옥천은 군민의 대부분이 공유할 수 있는 비전, 합의된 비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합의된 비전을 위해서는 함께 논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또 시안, 혹은 모델도 필요하다. 묘목, 포도, 복숭아의 고급화, 고부가가치화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또 우후죽순 같이 새워지는 축사, 축산업은 그대로 좋은가? 

좋은 사람들이 사는 옥천, 많은 잠재력과 문제점을 동시에 가진 옥천의 희망적 미래를 위해 합의된 비전을 설정해야 한다. 그를 위해서는 적절한 과정과 대안이 필요하다. 필자는 옥천에 살고 있는 한, 앞으로도 그러한 논의를 계속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프랑스 꼬냑 지방의 꼬냑하우스 등에 관한 사진입니다. 포도를 고부가가치화기 위해 포도주를 만들었으나 품질이 좋지않아 증류를 두번이나해서 원액을 만들고 “오드비”라고 하는 원액을 만들고, 그를 참나무 통에 숙성시키고 숙성된 것을 섞어서 꼬냑을 양조합니다. 꼬냑지방에서만 꼬냑이 생산되는데, 도시는 인구 2만 규모이고, 큰 업체, 헤너시, 마르텔 등은 1500포도농가로부터 포도, 혹은 포도주, 오드비 등을 납품 받는다고 합니다.<br>
프랑스 꼬냑 지방의 꼬냑하우스 등에 관한 사진입니다. 포도를 고부가가치화기 위해 포도주를 만들었으나 품질이 좋지않아 증류를 두번이나해서 원액을 만들고 “오드비”라고 하는 원액을 만들고, 그를 참나무 통에 숙성시키고 숙성된 것을 섞어서 꼬냑을 양조합니다. 꼬냑지방에서만 꼬냑이 생산되는데, 도시는 인구 2만 규모이고, 큰 업체, 헤너시, 마르텔 등은 1500포도농가로부터 포도, 혹은 포도주, 오드비 등을 납품 받는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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