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혜 (군북면 비야리 이장)

저는 옥천군 군북면 비야리 이장 신선혜입니다. 7월 30일 발생한 폭우로 인하여 수해를 당한 우리 비야마을에서는 크고 작은 민원이 23건 발생했습니다. 이재민 2건, 도로붕괴 및 통행불편 5건, 하천이나 구거부실로 인한 농작물피해 6건, 밭둑 전봇대 무너짐이 3건, 산사태로 인한 피해 7건 등입니다. 이런 아수라장속에서 한 달 가까이 지내다 보니 몸도 맘도 다 지칩니다. 그런데 면사무소 직원들 특히 산업팀에서는 군북면 전체를 아우르라고 노고가 많았던 점들을 헤아리지 못하여 이제야 글이라도 써 봅니다. 겨우 지자체가 해야 할 것은 지자체가 개인이 해야 할 것은 개인이 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아간다고 생각했는데, 옥천에 코로나19확진자가 생기면서 그날 일들이 묻혀져 가버리니 안타깝기만 합니다.

2020년 7월 30일 새벽, 요란한 천둥소리와 번개가 번쩍이고 창을 때리는 폭우소리에 공포와 두려움을 느끼던 중 갑자기 핸드폰이 울려 받아보니, 5시 25분, 앞집 아주머니의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이장님, 우리 집에 물이차서 어떻혀“ 두려움이 가득찬 울부짖음이었습니다. 남편을 앞세워 가보니, 마당에 물이 한 가득 찬 상태에서 하마와 같은 물살이 집안으로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골목길이 토사와 부유물로 막혀 물살이 모두 집으로 밀려들고 있었고, 물이 빠지지 못해 순식간에 벌어진 긴급한 상황이었습니다.

남편이 허리 가까이 차있는 물을 헤치고 들어가더니, 잠시 후 아주머니를 업은 채 나왔습니다. 아주머니를 집으로 모셔 함께 안정을 취한 다음 면사무소 산업팀장님의 핸드폰에 글만 남겼습니다. “아랫집이 침수되어서 사람을 업고 나왔어요. 어떻하면 좋아요?” 했는데 바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이장님 우리가 지금 비상근무중이니까 걱정마세요. 사람이 중요하니까 이재민을 마을회관에 대피시키고 급하면 연락주세요.” 라는 그 말에 아 벌써부터 비상근무를 하고 있으니 안도가 되었습니다.

이후부터 시작된 주민들의 폭우피해민원이 신고 될 때마다 면직원에게 상황이 이러저러하니 빨리 좀 해결해 주세요, 뭔가 맡겨 놓은 듯이 해결해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군북면에서는 그런 일들이 너무 많다보니 전 직원이 나누어 일을 맡아도 결정적인 해결은 산업팀장의 몫이 되었습니다. 우리 마을 만해도 민원인들이 자기밖에 모르고, 막무가내인 분들은 면에 찾아가서 따지고부터 봅니다. 여기저기서 빗발치는 민원을 해결해야 하는 산업팀장님은 무슨 죄가 많아서일까요??

이런 상황에서 내가 할 일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기보다 모두 정부에서 알아서 해 주기를 바란다는 점이 민심을 더 사납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우리 비야마을의 경우, 천재지변에 대처하기에는 너무 취약한 상태입니다. 여기저기 난개발을 해놓고, 분양도 되지 않은 채 방치하면서 배수로도 제대로 안되어 있는 곳이 태반입니다. 비만 오면 도로가 물바다가 되고 토사가 밀려오면서 통행을 막고, 도로가 유실되고, 전봇대가 넘어질 지경입니다. 이것이 누구의 탓인지 물어봐야 소용없습니다. 다만 현재 담당부서가 책임을 떠안고 있을 뿐입니다. 이런 상황을 잘 아는 나로써는 이번 물난리를 겪으면서 산업팀장님이 너무 고생을 한다는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몇 날을 밤샘치기하고 이저 저리 발로 뛰고 민원인의 악다구리를 몸으로 받아야 하는 스트레스는 어디에서 보상받아야 한단 말인가요?. 본디 김영걸 팀장님은 천성이 착하고 열정이 많은 분인데 이런 일을 겪으면서 실망과 낙담이 쌓이지 않을까 걱정이 될 뿐입니다. 아직 장마로 인한 피해복구도 응급조치만 된 상태인데, 코로나19로 인하여 연일 우리사회가 갈등 속에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이럴 때 일수록 서로 조금씩 참고 남을 배려하는 자세가 절실한데 현실은 그렇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서로 격려하고 창찬하면서 힘을 합쳐 이 난관을 헤쳐 나갈 수 있기를 바라는 간절한 심정에서 이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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