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방문한 대전대 운동장서 쓰러진 시민 발견하여 CPR 실시
지난 7일 대전동부소방서에서 하트세이버 인증서 받아
“같은 사고가 생기면, 언제든 나서서 도울것”

명지훈 주무관.

선택의 순간이 모여 그게 삶이 되고, 인생이 된다는 말이 있다. 명지훈 주무관(33. 옥천읍)의  그 날의 그 일도 무수한 선택 속에 우연히 발생하였다. 그날은 지난 3월 2일. 여느날처럼 명씨 형제는 대전대학교 근처의 즐겨찾던 카페를 방문했다. 차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고, 동생과 집으로 돌아오는길, 그날따라 동생이 평소에 가지 않던 운동장을 한 바퀴 돌자는 제안을 수락했다. 그곳에서 의식 잃은 시민을 발견했고, 동생과 심폐소생술을 하여 그를 살려냈다.

■ 선명하게 생각나는 그 순간

초봄의 찬 기운이 남아있던 지난 3월, 명지훈 주무관과 그의 동생 명성훈씨는 대전대학교 운동장 트랙을 산책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뒤에서 ‘퍽’하는 소리가 들렸다. 처음에는 운동을 하던 사람이 발이 걸려 넘어졌을거라 생각했지만 혹시나 고령 주민이면 부상을 입었을 수 있을거라 생각되어, 조심스레 다가 갔다. 50대 중년의 남성이 의식불명의 상태로 바닥을 바라보며 쓰러져 있었다. 몸은 경직되어 있고, 자가호흡을 힘겨워 했다. 당황했지만 몸이 반응했다. 누구나 직장에서, 예비군 훈련에서 한번 쯤은 심폐소생술을 배웠을 것이다. 명 주무관도 그 중 한명이었다. 정신없는 와중에 신고를 하고, 동생과 역할을 나눠 심폐소생술을 했다. 동생은 소방안전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하여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동생이 윗옷을 올려 흉부압박점을 찾아  흉부압박을 시작했다. 명 주무관이 말린 혀를 펴내 기도 확보를 한 뒤, 구강 대 구강으로 호흡을 불어 넣었다. 영화처럼 호흡이 돌아오지는 않았다. 거칠던 호흡마져 멈췄다. 이렇게 사람이 죽을 수 있구나 생각했다. 환자의 가족으로 보이는 분이 당황하며 소리치며 울었다. 그러던 중 누군가가 나와보라고 했다. 교대자가 능숙하게 흉부압박을 시작하고 곧이어 구급차가 도착하였다. AED(자동심장충격기)를 사용하여 환자 의식이 돌아왔다. 들것에 실려가는 환자를 보고 ‘다행이다’라는 생각 뿐이었다. 환자의 자녀분들이 사례를 하고 싶다고 했으나, 완곡히 거절하고 집으로 돌아가려 했다.  능숙하게 심폐소생술 하던 분이 다가왔다. 그는 비번 근무중이던 소방관으로 체력유지를 위해 운동을 나왔다가 심폐소생술에 동참하게 된 것. 소방관이 하트세이버 제도에 대해 설명하고, 추천해 준다며 명씨 형제의 연락처를 적어갔다. 이상한 날이었다.  “집에 돌아와서 현관문을 열였는데 티비 속 드라마에서 심폐소생술하고 있는거에요. 순간 소름이 돋았어요.”

■ 주민에 봉사한다는 공직자의 자세 잊지 않을터

지난 7일 명씨 형제와, 비번 중이던 소방관, 도와주던 시민들은 대전 동부소방서에서 하트세이버 인증서를 받았다. 명 주무관은 “같은 상황이 발생할 경우 망설이지 않고 도와줄 것”이라며 “모르는 사람을 도운 거잖아요? 저도 언젠가는 누군가 한테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명지훈 주무관은 대전에서 나고 자라 산내초, 충남중, 남대전고를 졸업한 뒤, 전북대 경제학과를 나와 옥천 공무원이 되었다. 

“옥천 주민분들이 배려심이 많은 것 같아요. 막히는 출근길에도 먼저 가라고 손짓해 주셔서 감사해요”라고 말하며 “전 국민이 코로나19 때문에  힘든데, 읍사무소 직원들 모두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니 조금만 알아주셨으면 감사하겠다고”말했다. 헌법 7조에 나와있는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라는 조항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명지훈 주무관의 앞으로 옥천 공직생활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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