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_ 시시콜콜 시골잡지 ‘월간 옥이네’ 서효원 취재기자가 지난 7월 열린 옥천로컬푸드 생산자 교육에 참석한 후 그에 대한 감상을 기고해왔습니다.

옥천에 내려와 방문한 곳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을 고르라면 ‘옥천로컬푸드직매장(이하 직매장)’을 꼽겠다. 옥천에서 생활하며 가장 흥미로웠던 곳 중 한 군데를 고르라고 해도 직매장을 꼽겠다. 옥천에서 가본 카페 중 가장 맛있는 커피를 파는 곳을 고르라 해도 직매장의 ‘뜰팡’을 꼽겠다. “당장 내일 아침, 소중한 사람의 밥상을 차려주기 위해 장을 보러 가야 한다. 어디로 가겠느냐?” 묻는다면 역시 고민 없이 직매장을 고르겠다.

나는 지금껏 직매장에서 복숭아, 막걸리, 콩 국물, 딸기잼, 식빵, 모닝빵, 요거트, 애플민트, 옥수수와 소고기를 샀다. 직매장에는 내가 수없이 들었다 놨다 한 아로마 향초와 도마도 판매한다. 옥천에 온 지 한 달. 그동안 많은 농산물과 가공품을 구입한 곳이지만, 아직도 이곳이 정확하게 무엇을 살 수 있는 공간인지. 어떤 기준으로 들여놓은 식자재를 판매하는 곳인지 잘 모르고 있었다.

“도대체 ‘옥천로컬푸드직매장’은 어떤 공간일까?” 그 답을 찾기에 앞서, 먼저 내가 옥천에 내려와 한 달 동안 직매장을 방문하면서 흥미로웠던 점과 해결하지 못했던 의문점 몇 가지를 적어보겠다.

1. 이곳에서 판매하는 농산물과 가공식품은 모두 옥천에서 재배한 것이다.
2. 판매 중인 농산물과 가공식품에 재배 농가 혹은 재배한 이의 이름이 적혀있어 출처가 분명하다.
3. 애플민트나 식용 꽃, 아로니아처럼 흔하지 않은 특이한 품목은 갈 때마다 보았지만 양파, 마늘, 당근 등 매일 식사에 ‘꼭’ 필요한 농산물은 때론 찾아볼 수 없었다.
4. 같은 크기의 다른 매장보다 눈에 보이는 직원의 수가 적다.
5. ‘특이한 모양’(상품 가치를 의심하게 하는)의 호박을 판매하는 걸 본 적 있다.
6. 비슷한 품질과 비슷한 크기, 같은 종의 농산물처럼 보이는데도 가격 차이가 있다.
7. 이곳에서 구매한 식자재만으로는 일주일 식사가 가능할 것 같지는 않았다(다른 마트에 비해 판매하는 농산물의 종류가 적다).
8. 하지만 옥천 사람들은 이곳에 자주 방문하며, 이곳을 몹시 자랑스럽게 여긴다.
9. ‘옥천살림 협동조합’이라는 단체의 정체는 무엇인가.
10. 이곳의 농산물은 금방 팔려나가고, 재고가 바로바로 채워지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11. 옥천 모든 농가의 농산물이 이곳에서 판매될 수 있는 것인가?
12. ‘친환경’을 강조하는 이곳의 농산물은 제초제나 농약을 일절 사용하지 않는 걸까?
13. ‘옥천로컬푸드’의 기준은 무엇인가?
14. 직매장 하루 수익은?

위 열네 가지는 내가 7월 말 열린 ‘2020 로컬푸드 신규 생산자 교육’ 강의를 듣기 전 가지고 있던 직매장에 대한 의문점 혹은 흥미로운 점이다. 이번 교육을 통해, 이에 대한 대부분의 답을 찾을 수 있었다. 

1,13) ‘옥천푸드’란? 생산자에게는 적정 가격을 보장하고, 소비자에게는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옥천군’에서 생산, 가공돼 직거래 등을 통한 2단계 이하 유통단계를 거쳐 주민에게 공급되는 농식품.

2) 도매시장과 공판장에서는 누가 어떤 것을 먹는지, 어떤 것을 재배하여 파는지 알 수 없지만, ‘직판장’은 지역의 아는 사람이 생산자이며 소비자일 확률이 크다.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이름과 재배 농가를 밝힌다. 직매장에서는 소비자와 생산자가 대면할 수 있는 장을 만들도록 노력한다.

3,7) 현재 직매장은 판매 ‘거점’ 역할을 한다. 직매장에서 ‘모든’ 종류의 농산물을 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 직매장 측에서는 대파, 양파, 마늘 등 사계절 필요한 품목이 매일 판매되기를 원하며, 계절에 맞는 품목 재배도 장려한다고. 2~3월에는 미나리, 5월에는 참외, 6~7월에는 멜론 등이다. 직매장은 농가의 협의를 이끌어 연중 필요한 품목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기획생산을 장려한다. 

2020년에는 안정적인 운영과 학교급식 전 품목 공급을 목표로 생산계획을 수립했다. 운영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는 ‘부족 또는 없는 품목’의 생산과를 조직, 그중에서도 필수 품목(급식 납품 가능하며 가정에서도 사계절 내내 필요한 감자, 깐마늘, 대파, 양배추, 당근 등)을 우선 조직했다. 품목 조정 기술교육 역시 진행한다.

5, 6) 진열, 판매 상품은 농가에서 직접 결정한다. 상품 가치가 조금 떨어지는 것이라도 ‘옥천푸드’ 인증을 받았다면 저렴한 값에 판매하기도 한다. 소규모 농가 역시 판매에 참여하기 때문에 품질의 높낮이가 비교적 크고, 그에 따라 가격 역시 조정한다. 가격도 농가 생산자가 직접 정한다.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 각각의 농가와 개개인이 신중하게 결정한다.

9) 현재 ‘옥천살림협동조합’이 직매장 위탁 운영을 맡고 있다. 운영위원회는 옥천살림/생산자회 인원, 가공협동조합, 행정, 소비자(모니터링), 전문가로 이루어져 있으며 ‘옥천살림협동조합’ 소속 최승일 센터장이 현재 직매장 센터장 업무를 맡고 있다. 

‘옥천푸드’ 인증을 받게 되면, ‘옥천살림협동조합’ 가입 권유를 받는다. 1구좌 출자금은 5만원, 지불 시 준조합원의 자격을 얻는다. 가입과 동시에 조합원이 되며, 주인의식을 갖고 활동할 수 있도록 참여를 격려한다.

11) ‘옥천군민’에 의해 ‘옥천군’에서 재배되어 ‘옥천푸드’ 인증절차를 거쳐 출하약정을 한 상품만 직매장에서 진열, 판매할 수 있다. 인증 신청 전 사전교육을 우선 이수하고, 읍면사무소에서 신청서를 작성, 인증 신청을 한다. 옥천군농업기술센터 기술지원과가 인증 업무를 담당한다. 

12) 농산물 인증 기준은 잔류 농약 허용기준 이하 농산물(농수산물우수관리 기준(GAP)에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농산물)이며, 제초제는 사용할 수 없다. 축산물 인증 기준은 국가에서 인증한 무항생제, 유기축산, HACCP인증을 받은 축산물이며 양봉 혹은 식용 곤충의 경우 시험성적서를 필요로 한다.

수산물의 경우, 현재 2개 법인에서 다슬기로 수산물 인증을 받았다. 수산물안전성조사 또는 시험성적서 결과 적합 수산물이 해당하며, 자연산의 경우 중금속 검사를 양식의 경우 항생제 검사를 받게 된다.

14) 2019년 일 평균 매출은 650만원. 2020년 하루 매출은 1,000만원 정도(뜰팡 매출 포함). 하루 250명에서 400명, 주말에는 650명 정도가 방문하며, 방문자 수 대비 소비자 민원이 적다. 현재 직매장 입고 품목은 약 464개. 소비자 회원은 5,800여명이다. 판매 농가는 작년 164농가에서 올해 약 200농가로 증가했다. 

2020년 로컬푸드 생산자 신규교육에는 “‘옥천푸드’ 인증을 받기 위해”, “직매장에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옥천으로 이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농산물이 어떤 과정으로 판매, 재배 되는 지 알아보기 위해”, “옥천 농산물에 대한 호기심으로” 등 저마다의 이유를 가진 약 30명의 신규교육자가 참석했다. 

교육자의 나이 역시 다양했다. 부모님의 농사를 돕거나, 인증과정에 어려움을 느끼는 부모님을 위해 교육장을 찾아온 30대, 40대가 있었으며 50대, 60대 중년층 역시 많았고, 70대로 보이는 주민도 제법 눈에 띄었다. 
“옆집에서 자기들 농산물 가져다 파는 김에 나두 교육 받구 인증받으면 내 땅에서 쬐끔 나는 것두 같이 진열해준다구 하잖어. 그래서 온거여. 이런 교육이 있는 거를 몰랐잖어.”

교육장에서 만난 한 할아버지의 말씀. 아니나 다를까 교육에서도 “아무리 가까운 사람일지라도 친척, 옆집 등에서 생산한 물건은 절대 팔아줄 수 없다. 오로지 인증과정을 통과한 자신의 물품만이 판매 가능한 것”이라 강조한다. 할아버지가 힘들게 이곳까지 찾아와 누구보다 열심히 교육에 참여하는 이유다.

또한, 위탁을 맡은 ‘옥천살림 협동조합’과 ‘직매장’은 개인농, 소농, 여성농 등 대농이 아닌 작은 농가가 자신의 땅에서 농사지어 자신의 지역에서 판매하고 상생할 수 있도록 돕는다. 친환경 농사와 인증에 대해 젊은이들보다 소식에 늦을 수밖에 없는 어르신들께 국가 혹은 기존 인증단체보다 더 ‘가까운 곳’에서 교육하고, 양성하고, 인증하여 판매를 돕는다.

로컬푸드 생산자 신규교육에 참여해, 그간 직매장에 대해 가지고 있던 많은 의문을 해결했다. 작은 땅에서 재배한 작물일지라도, 그 가치를 인정받아 더 많은 옥천인의 밥상에 올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제는 “내가 사고 싶은 모든 것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직매장을 찾지는 않을 것이다. 구입하려던 물건이 없더라도 이전보다 크게 실망하는 법은 없을 것이다. 이제는 이곳에서 무언가를 ‘산다’는 것 외에 더 소중하고 새로운 가치가 조금씩 보일 것도 같다. 

자신이 재배한 농산물을 직접 포장하고, 진열하고, 자신이 누구인지 그 이름을 밝히며 물건을 판매하러 이곳을 찾아오는 이들의 마음을 존경한다. 오늘은 여름이 제철이라는 통통한 옥천 포도를 사러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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