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시네 복숭아’, 귀촌1년 만에 로컬푸드직매장 입점
제초제 사용 않은 친환경 농법, 당도 높이는 데 한 몫
농업기술센터서 배운 인터넷 활용법, 입소문 역할 톡톡히

어떤 일이든 기반이 탄탄해야 한다고 했다. 큰 나무는 깊은 뿌리가 필요하고, 건물을 지으려면 단단한 골조를 세워야 한다. 일의 종류와 분야를 떠나 꼼꼼한 계획을 바탕으로 한 밑받침이 없으면, 단숨에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도중에 되돌아간 이들만 한 트럭이라며 만만찮다는 귀농귀촌이지만, 여기 귀촌 약 1년 만에 판매량 안정화는 물론, 로컬푸드직매장에 입점한 농가가 있다. 바로 곽중섭(48) 대표와 그의 아내 김미정(46)씨가 운영하는 ‘각시네 복숭아’가 그 주인공이다.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부부농부가 당당히 명함을 내민 비결이 있다고 한다. 

■ 고향이 그리워 귀향한 ‘게으른 농부’.

이웃과의 소통과 온라인판매를 위해 개설한 블로그에 들어가 보면 ‘게으른 농부와 그의 아내’라는 별칭이 눈에 띈다. ‘웬만큼 부지런해서는 하루일과의 반도 못 끝내는 게 농부의 일상이라는데, 게으른 농부라고?’ 마냥 인자한 미소만 가득 품은 주인장에게 어쩌다 이런 짓궂은 별명이 붙었는지 무척 궁금해진다. “제가 원래는 이원에서 나고 컸는데, 대학 가면서 대전으로 나갔었어요. 거기서 한창 직장 다니다가 귀향을 마음먹고도 6~7년 간 준비를 한 거죠. 일이랑 병행하다 보니까 남들 다 풀 뽑고 일 새로 시작할 때 저는 꼭 한 박자씩 늦더라고요. 그래서 집사람이 우스개 소리로 저보고 게으르다고. 게으른 농부가 되었네요. 허허.” 

어릴 적부터 아버지(곽상균)가 운영했던 복숭아농장 일을 도우며 어깨너머로 알음알음 일을 배웠다. 대전에 나가서도 바쁜 와중 때가 되면 어김없이 찾아와 일손을 덜어드리곤 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정리했던 복숭아밭이 그리워 다시금 땅을 일구고 좋은 묘목을 알아보았다. 제 아무리 어릴 적 기억이 있다고 해도 일이 손에 익기가 쉽지는 않을 터. 함께 고생하는 아내를 봐서라도 곧 죽어도 실패는 없다는 마음으로, 그렇게 온전히 7년을 준비기간으로 쏟았다. 농업기술센터 복숭아대학까지 다니며 퇴근 후 왕복 1시간을 달려 농장 일을 손보고 자정이 다 되어서야 집에 도착했다. 그리고 작년 이맘때 즈음, 비로소 농부로서 모든 준비가 끝났다는 확신을 가지고 고향에 자그마한 터를 잡았다. 곳곳에 보이는 게으른 농부라는 애칭은, 성공적인 귀향을 위한 그의 노력을 역설적으로 대변하는 것만 같다.

■ 과즙 팡팡! 당도는 물론 친환경 농법으로

복숭아도 그가 있어야만 탐스럽게 익어가듯이,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그의 정성 덕에 불과 1년여 만에 로컬푸드직매장에 입점하는 호사가 생기기도 했다. 7년간의 노력이 보상을 준 셈이다. 지역을 대표하는 직매장인 만큼 엄격한 심사로 입점조건 또한 까다로운 데, 제초제를 쓰지 않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곽대표는 말한다. “직매장 인증센터에서 시료를 체취해서 잔여농약이랑 제초제 쓰임 유무를 검사해요. 저 같은 경우는 친환경 농업을 한다고 3~4년 전부터 제초제 사용을 전혀 안 했는데, 그게 도움이 많이 됐죠.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풀을 일일이 뽑는 게 제일 고되기는 해요. 그래도 오히려 덕분에 당도가 좋아져서 소비자들도 좋아하시더라고요.” 곽 대표는 경쟁력 있는 상품이 되기 위해 양이나 가격보다는 품질을 높이는 방법을 택했다고 말했다. 또, 입점 후에도 기술센터에서 열리는 교육에 꼭 참석해야 한다. 하루 이틀 남짓의 짧은 일정이지만, 연간 교육 일정이 자주 없기에 기회가 될 때 미리 참여하는 것이 좋다. 이렇듯 농부와 매장 측 모두 깐깐하고 섬세한 관리가 이루어짐으로써 소비자도 마음 놓고 로컬푸드를 접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 온라인판매 일등공신, 1일 1개 포스팅

아내 김미정 씨 역시 남편을 도와 십시일반 힘을 보탰다. 농장 작업은 물론, 인터넷 홍보와 택배판매를 위해 날이면 날마다 글을 올렸다. 농업기술센터가 주관하는 e-비즈니스 교육을 이수하며 일명 ‘100일 포스팅(글쓰기)’, ‘1일 1개 포스팅’을 통해 매일 글 쓰는 연습을 했다. 서툰 솜씨지만 블로그 이웃들을 위한 작은 이벤트도 개최하며 고객관리에도 힘썼다. 그로인해 타 지역 사람들도 블로그를 보고 택배주문을 넣는 일이 흔해졌다. 소소한 일상 이야기와 더불어 수확과정을 처음부터 볼 수 있으니 소비자는 안도감과 함께 왠지 모를 친근함도 느낀다. 내가 먹을 복숭아가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 사진과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평범한 일상도 재미있게, 같은 말도 기분 좋은 투로 글을 올리다보니 어느덧 블로그 이웃이 800명이 훌쩍 넘는다. 블로그 판매의 특성상 입소문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품질에 특히나 자신이 있는 부부에게는 이 또한 강점이 되었다. 이에 김미정 씨는 “요즘은 시기상 택배주문이 대부분이잖아요. 그런데 이런 여름철에는 아주 작은 흠집도 도착하고 보면 썩어있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 걸 방지하고자 애초에 검수부터 유난스럽게 하죠. 조금만 못 미친다 싶어도 바로 못난이상품으로 빼버려요”라고 말한다. 혹 택배를 받고 실망하는 고객이 생길까 늘 구매자의 입장에서 고민한다는 이들을 보니, 이토록 단골이 많아진 이유를 알 것도 같다. ‘각시네 복숭아’, ‘곽 씨 성을 가진 사장님과 그의 부인 (각시)’의 중의적 상호를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미정 씨의 탁월한 센스와 글 솜씨가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 게으른 농부? 요즘 제일 바쁜 농부!

어찌 보면 여름 한 철 나면 한가해지겠거니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상은 사계절 내내 숨 돌릴 틈이 없다. 수확이 끝나면 가지치기, 겨울에는 거름 주고 봄에는 꽃을 솎아내느라 일 년 내내 밭에서 살다시피 한다. 재배종만 해도 10여 가지. 용택골드, 일명 망고황도와 더불어 대자황, 단호장, 양호장 등 시기마다 품종에 따른 매출도 천차만별이다. 현재 규모는 유목을 포함하여 약 6천여 평정도. 머지않아 보다 규모를 키우고 체험농장 프로그램 개설도 계획에 있다. 복숭아 외 여러 종목을 병행하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곽 대표는 이렇게 답한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저는 여러 개를 같이 하면 집중이 안 되더라고요. 오히려 한 가지만 하다보면 전문성이 생기잖아요. 한 10년간은 복숭아에만 집중하고, 후에는 이 분야의 나름 전문가가 되는 게 목표예요.” 이러한 아버지의 뜻을 이해라도 한 듯 1남 1녀 중 막내아들은 10살 무렵부터 경운기를 몰고, 사춘기 중학생 딸도 당연한 듯 일손을 돕는다. 곽 대표는 아이들만 원한다면 복숭아농업을 쭉 이어가고 싶다고 소망한다. “아버지가 기반을 다져놓으신 게 저한테는 큰 도움이 되었죠. 대전에 살면서도 줄곧 고향이 그리웠어요. 이제는 저도 탄탄한 밑받침 역할을 할 터이니, 나중에는 우리 아이들도 함께 3대 째 이어가는 가업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각시네 복숭아 블로그 주소: https://blog.naver.com/elves2990/222040922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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