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진 씨, 아동 전문 미술교습소 올해 3월 개업
소수정원 개별 맞춤 수업으로 인기

옥천은 문화와 예술의 고장이라 하나 정작 지역 내에 그렇다 할 인프라가 없다. 미술관은커녕, 교육도서관 전시실이 사라진 이후 마땅한 전시공간마저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황이다. 옥천에서 나고 자란 예술인이 많은 것에 반해 예술인을 위한 공간이 없다. 이러한 상황 속 상설 미술관이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 됐다.

어른들의 실정도 이러한데 아이들은 오죽하랴. 넉넉지 못한 환경은 어린이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아이들은 미술에 흥미를 느껴도 이를 발전시킬 공간이 부족하다. 문화와 예술의 고장이라 하기엔 열악한 환경이다. 아이들에게 뛰어놀 공간이 필요하듯, 예술에 대한 흥미를 활동으로 발전시킬 공간 또한 필히 필요하다. 선택지는 다다익선이다. 모자란 것보단 당연히 폭넓은 것이 이롭다. 

이런 상황 속 아이들을 위한 미술교습소가 생겼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김예진 씨가 운영하는 “진아트 미술교습소”는 올해 3월, 장야초등학교 바로 맞은편에 자리 잡았다. 코로나19 대유행과 개업이 겹쳐 좀처럼 수강생이 모이지 않아 고생도 했다. 좌절하고 있기보단 내실을 다졌다. 자투리 시간을 수업 커리큘럼에 몰두했다. 초중 교과서와 각종 전시회 혹은 미술관을 넘나들며 영감을 얻었다. 때문일까? 별다른 홍보 없이 어머님들의 입소문만으로 제법 수강생이 모였다. 

줄곧 대전에서 나고 자란 김예진 씨가 옥천에 미술교습소를 차린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을 터.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미술 밖에 할 수 없었던, 미술 할 운명이었던 것 같아요”

어렸을 적 선생님의 한마디 말은 격언이 되어 삶의 이정표가 될 수도 혹은 독언으로 남아 상처가 될 수 있다. “미술에 되게 재능 있다”라는 선생님의 한마디 말은 김예진 씨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미술은 자연스레 꿈이 됐고, 미술 관련 학부를 졸업한 뒤 석사를 취득해 평생 걸어갈 길이 되었다. 

계속해 마음에 남아있던 선생님의 한마디와 미술학원에서의 4년간 경험은 김예진 씨에게 교육자라는 꿈을 품게 하였다. 자신도 한마디 말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보통은 교육대학원 졸업 이후 임용고시에 도전하지만, 김예진 씨는 학원 강사로 일할 때의 기억이 눈에 밟혔다. 학원의 딱딱한 커리큘럼은 아이들이 흥미를 느끼기 불가능할 정도로 지루했다. 분명 형형색색의 그림이 그려지는 공간이지만 정작 아이들의 낯빛은 무채색으로 보였다. 자신이 직접 기획하면 더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미술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을 키워줄 자신이 있었다.

결국 스스로 커리큘럼을 기획하고 강의할 수 있는 교습소를 차리기로 결심했다.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던 중 옥천이 눈에 들어왔다. 줄곧 지내던 대전에 반해 옥천에는 아이들이 미술을 접할 공간이 부족했다. 지역이라서 미술을 접할 기회 자체가 부족하다는 것이 부당하게 느껴졌다. 미술을 꿈꾸거나, 꿈꾸지 않아도 재미있어하는 친구들에게 선택의 가짓수를 늘려주고 싶은 마음에 옥천에 자리했다.

“아이가 토끼를 그렸는데 돼지 그린 거야? 너무 귀엽다라 하면 상처가 될 수 있잖아요. 그런 거까지 신경 쓰이는 거예요” 선생님이 되고 나니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럽다. 행여나 아이들의 감수성을 해칠까, 마음속으로 몇 번을 되뇌고 나서야 입을 뗀다. 김예진 씨의 고민과 진심이 아이들에게 닿았을까. “선생님 덕분에 그림 그리는 게 재밌다”라는 말은 큰 보람이 된다.

■ 자기 마음대로 

최근 있었던 일 중, ’깜짝 놀랐던 나‘를 생각해 한 장면으로 담아보자! 고민이 될 법도 한데 친구들의 펜 끝엔 걱정이 없다. 거침없이 스케치를 하고 나니 각자의 장면들이 눈에 들어온다. 수영장에 가서 놀랐던 일, 여행길에 고라니를 만나 놀랐던 일 등 사연들은 저마다 다르고 다양하다. 

“경험한 일들을 기억해서 그려보니 옛날 기억이 더 또렷하게 생각나 좋았어요!” 장야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 중인 오유나 학생은 해돋이를 보았던 기억을 그려냈다. 일찍 일어나 바다에 가는 과정은 고됐으나, 처음 마주한 해돋이는 피곤함을 날릴 정도로 놀라웠다. 구름과 해가 섞인 풍경이 너무 멋있어서 그리고 싶었다고.

“가을이가 고라니가 돼있는거예요!” 가을이는 장야초등학교 5학년에 재학 중인 오유민 학생이 키우는 강아지의 이름이다. 털이 많이 자라 미용을 맡겼는데, 너무 짧아져서 고라니 같았던 모습이 놀라워 잊히지 않아 그려보았다.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은 공통적으로 “경험했던 일들을 제 마음대로 그릴 수 있어서 너무 재밌었다”라고 말했다. ’자기 마음대로‘야말로 진아트 미술교습소의 교육관을 관통하는 키워드이다. 학생들은 자신의 표현이 평가받는 것에 익숙하다. 옳고 그름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와 평가는 학생들의 표현을 막을뿐더러 흥미를 갖기 어렵게끔 한다. 저마다 풀어내는 생각들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 마땅하다. 때문에 김예진 씨는 평가를 배제하고 모든 학생들의 표현을 존중하려 한다. 그림 실력보단 흥미와 자신감이 먼저이다. 흥미와 자신감이 생긴다면 실력은 자연스레 따라온다는 것이 김예진 씨의 철학이다. 

진아트 미술교습소는 단순 미술만 가르치는 곳이 아닌. 학생들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성장의 공간‘이었다. 개개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한마디의 무게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환경 속. “학생들이 그저 좋은 추억으로 회상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라는 김예진 씨의 바람은 현실이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주소 : 옥천군 옥천읍 장야4길 24 1층 1호 진아트미술교습소
문의 : 0507-1332-1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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