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묻은 묘목도 친구끼리 맞들면 낫다
흙 묻은 묘목도 친구끼리 맞들면 낫다
  • 이성민 인턴기자
  • 승인 2020.08.26 1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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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평농원 노수호씨 아들 노승평씨 묘목 농사를 배우기 위해 미국 오리건주에서 농부 생활
대전에서 나고 자란 김정수씨 공무원 대신 농업을 택해
NBS에 ‘두 남자의 찐한~ 묘목 이야기로 방영’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이 있다. 그 가벼운 백지장 드는 일도 힘을 합치면 훨씬 쉽다는데, 힘든 농사일을 친구와 맞들어 나아가면 서로에게 얼마나 힘이 될까? 환평농원의 노승평, 김정수씨는 친구 사이다. 군북면에 위치한 환평농원은 묘목에 관심이 있는 옥천사람이면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만한 농장이다. 환평농원의 원래 주인은 부소담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노수호씨다.  블랙스타, 으뜸골드를 개발해낸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묘목 전문가이지만 부소담악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해 아들에게 묘목 일을 물려주었다. 아버지에게 묘목에 관한 기술을 배웠지만, 4년 차 농부가 이를 완벽히 수행하기는 어려운 법, 노수호씨의 지원군으로 친구 김정수(32, 판암동)씨가 나섰다. 4년 전 풋살 모임에서 친구가 되어, 함께 농사일한 지는 2년째다. 이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참으로 즐거워 보인다. 옛말에 ‘친구끼리 같이 일하는 것 아니다.’라는 말이 있지만, 이 말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 뿌리깊은 농원

환평농원은 4대째 내려오는 뿌리 깊은 농원이다. 유성구 일원에서 농사를 지으시던 증조할아버지, 이를 이어받아 과수원을 하시던 할아버지, 종묘 연구와 묘목 산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 신지식인 농업인으로 선정된 아버지 노수호씨, 형 노승왕씨와 동생 노승평씨가 물려 받았다고. 환평농원은 최신 품종 도매전문 납품업체라고 소개한다. 최신 품종을 택한 이유는 지리적 한계를 해결하고 묘목의 안정적인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환평농원은 군북면에 있다. 이원 묘목 시장 인근에 위치한 여러 농가에서 가격을 비교하며, 저렴한 묘목을 찾는 소비자가 군북면까지 올 이유는 없었기 때문. 아버지 노수호씨는 묘목을 직접 수입하여 과실수를 판매하고, 블랙스타, 으뜸골드, 고리황도 등 10여 종에 이르는 신품종을 등록했다. 다품종 소량생산의 방식이 통했다.

■ 내 동료가 돼라

노승평씨는 대학시절 농사를 짓지 않기로 다짐하고 있었다. 옥천에서 나고 자랐지만, 학창 시절은 대전에서 보냈다.

공부도 곧잘 했다. 판암초, 충남중, 고려대학교를 졸업했다. 서울에서 취업하고 싶었다. 대학 동기들이 그러하듯 대기업에서 인턴십을 하며 보냈다. 큰 꿈을 가지고 들어간 대기업에서 느낀 점은 부당함이었다. 한밤중에 퇴근하기가 일쑤였다. 몸도 지치고, 정신적으로 너무나 힘들었다. 그길로 퇴사를 결정했다. 그러던 중 아버지가 사업차 미국의 거래처에 방문하게 되었다. 언어를 전공했기에 통역에는 자신이 있었다. 미국 오리건주 농장에 가 보니, 미국의 농업환경이 궁금했다. 서울에서 학교에 다니며 짬짬이 아버지의 일을 돕지만, 호기심이 생겼다. 피고용자의 삶을 살며 전문적인 종묘 기술을 배웠다. 꽤 적성에 맞았다. 한국에 돌아와 기술을 아버지에게 전수해 드리고, 다시 한번 취업 준비를 할 생각이었다. 학원을 등록하고, 문제집을 구매한 그날 밤 술을 마시고 생각에 잠겼다. 묘목 업을하며 가족과 함께 일할까? 취업을 할까?. 학원등록을 취소하고 책을 팔았다. 농업을 택하기로 했다.

김정수씨는 대전의 대흥초, 대전중, 남대전고를 나와 논산의 대학을 졸업한 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시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매주 찾던 풋살장에서 노승평씨를 만나게 되었다. 동갑의 나이로 금방 친해졌다. 농번기에는 손이 부족하여 풋살을 하는 체력 좋은 친구들이 도와주러 왔다. 김정수 씨도 용돈을 벌 겸 자연스레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즐겁게 일하다 보니 자연스레 같이 일해 보자는 제안이 들어왔다. 공무원보다 농사를 짓는 것이 꽤 즐거웠다고. 그래도 그간 준비했던 공무원 시험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았다. 공무원 시험에 떨어지면 와서 일하겠다고 말했고, 김씨는 운 좋게 떨어졌다고 한다. 이제는 2년 차 농부이지만 평생의 업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친구에서 동료가 되었다. 두 친구의 일하는 방식은 조금 다르다. 노승평씨는 일의 효율을 따져서 진행하지만 김정수 씨는 고민한 시간에 한 번 더 해보는 스타일이다. 방법은 다르지만, 방향을 같아 서로의 방식을 존중해 가며 일해 나간다. 친구가 된 지 4년째지만 우애가 깊다고 소문이나 한국 농업방송에서 연락이 와 ‘두 남자의 찐한~ 묘목 이야기’를 출연했다.

■ 드론, 굴삭기, 퍼실리테이터 강사까지

4년 차 농부지만 배울 점이 아직도 많다.  환평농원이 보유하고 있는 품종은 500여 가지. 통역하기 위해 공부했던 농업 지식과 미국 묘목 농장에서 배운 지식과 다른 점이 너무나도 많다. 미국과 땅의 비옥도, 경사도, 필지 모양, 온도, 습도가 달랐다. 미국에서 가져온 묘목을 같은 방식으로 키우면 우리나라 기온과 습도에 적합하지 않아 병들기에 십상이었다. 3대째 내려오는 묘목 농사의 비법도 아직은 일부만 습득한 상태이다. “아버지는 나무 색깔만 봐도 상태를 아셔요. 저희는 초록색으로 보이는데 아버지는 노란색으로 변했다고 하시고, 조언도 많이 해 주세요” 그렇지만 이들은 기존의 지식을 습득하는 것에 멈추지 않고, 농장에 새로운 변화를 주고 있다. 농어촌체험지도사 교육과정을 받고, 드론을 이용한 방제작업, 농어촌 퍼실리테이터 강사, 굴삭기 운전기능사를 취득하여 새로운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근에는 오동나무 씨앗을 직접 미국에서 가져왔다. 땅은 있지만 어떠한 나무를 식재할 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가져왔다고. 그도 그럴 것이 오동나무는 단기간에 급속도로 성장하는 나무다. 목재를 만드는 좋은 재료로, 과실수보다 손이 덜 가 고령농에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묘목 농사는 가을이 육체적으로 가장 힘든 시기라고 한다. 묘목이 심어진 밭은 대형 트럭이 접근하기 어려운 구조다. 그렇기에 두 친구가 진입이 가능한 소형 사륜구동 트럭에 흙이 잔뜩 묻은 묘목을 싣는다. 온몸이 휘청거린다. 이러한 작업을 여러 번 반복한다. 풋살로 다져진 체력 덕분일까? 힘들어도 잘 이겨낸다. 두 친구의 꿈은 소박하다. 그저 묘목이 잘 자랄 수 있게 날씨가 안정적이고, 사건 사고 없이 몸 건강히 묘목 농사를 지내면서 살고 싶다고

환평농원
군북면 환평리 357번지
043)733-7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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