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금강유소년야구클럽’ 유소년 야구의 장을 열다
프로에 도전할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까지 도맡아

 

이원야구장에 기합 소리가 울려 퍼진다. 방망이와 공이 맞닿아 타격음이 들려오면 어디로 공이 올지, 어떻게 잡아야 할지 판단해야 하기에 늘 초긴장 상태. 때문인지 다들 스텝이 분주하다. 조그만 야구공이 어찌나 얄미운지. 잡았다 생각하면 글러브 옆으로 빠지고 낙하지점을 찾아 기다리면 항상 더 멀리 뻗쳐나간다. 아쉬운 마음에 애꿎은 글러브만 툭툭 쳐보기를 반복할 뿐이다. 
지난 13일, 첫 대회 출전을 대비해 수비 특훈이 진행되고 있는 이원야구장을 찾았다. 옥천에서 야구라 하면 사회인 야구가 먼저 떠오르지만, 어째 선수들의 신장이 아담하다. 
옥천 유일 유소년 야구단인 ‘옥천금강유소년야구클럽’은 명일 있을 첫 대회 출전을 위하여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장마 직후 무더웠던 날씨도 아이들의 야구 사랑을 막기엔 역부족인가 보다. 스무명이 족히 넘어가는 아이들 모두 날씨에 얼굴이 익어 시뻘개졌지만 입가엔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공을 잡다 넘어지고 부딪혀도 무엇이 그리도 좋은지. 야구에 푹 빠진 모습을 보면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해맑게 야구를 즐기는 배경엔 교육자의 영향도 분명 있을 터. 한때 옥천 최초의 프로야구 선수를 꿈꾸던 소년은 감독이 되어 다시 이원에 자리했다. 옥천금강유소년야구클럽의 감독 김형태 씨를 만나보았다.

■ 옥천 최초의 프로야구 선수

야구와의 인연은 거창할 게 없이 시작됐다. 이원초등학교에서 친구들끼리 모여 야구를 하던 것이 흥미가 생겨 프로선수를 꿈꾸게 됐다. 옥천엔 야구부가 없어 대전에 있는 신흥초등학교 야구부에 입단해 본격적인 선수 생활이 시작됐다. 대학 리그까지 뛰며 프로의 벽을 두드렸지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부상을 겪은 허리는 갈수록 상태가 악화됐고 프로 진출은 무리일 것이란 판단이 들었다. 결국 평생을 함께 해오던 배트와 글러브를 내려놓았다. 

프로를 포기한들, 그의 인생에서 야구를 배제할 순 없었다. 대전의 신흥초등학교와 유천초등학교 야구부에서 코치로 몸담으며 후배 양성에 힘썼다. 또한 옥천 다이나믹스의 창단 멤버로 대회에서 숱한 우승들을 경험하기도 했다. 

■ 소년에서 감독으로

사회인 야구를 통해 만나게 된 지인들이 유소년 친구들을 교육해보면 어떻겠냐고 권유했다. 당시 옥천의 야구 인프라는 ‘열악’ 그 자체였다. 18년 이원야구장이 생기기 이전엔 전용구장조차 없어 사회인 야구인들은 보은과 금산, 대전으로 원정 경기를 나서야 했다. 어린이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야구에 관심이 있다 한들 배우기 위해선 대전까지 가야 했다. 야구장이 생기고 난 뒤 성인들의 상황은 좋아졌다지만, 어린이들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 야구를 전문적으로 배웠고, 초등학교 코치 경험이 있던 김형태 씨에게 유소년 야구단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유소년을 감독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잘못된 지도는 아이들의 진로에 즉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한 야구에 들어가는 노력은 물론 비용 또한 문제이다. 김형태 씨는 모든 과정을 경험했기에 부담감과 책임감 또한 막중했고 쉽사리 선택하지 못했다.

깊은 고민이 무색하게 옥천 금강 유소년 야구 클럽은 갑작스레 시작됐다. 사회인 야구에서 만난 지인분들과 거창정밀 대표님의 지원은 큰 힘이 됐다. 일주일에 두 번, 목요일과 토요일에 수업을 진행한다. 옥천의 아이들은 도시로 가지 않아도 야구를 배울 수 있게 됐다. 입소문이 났는지 대전의 야구부 친구들까지 레슨받으러 찾아온다. 한때 꿈이었던 옥천 최초의 프로야구 선수는 이제 후배들에게 양보하려 한다. 그의 바람은 자신이 가르친 제자가 프로 데뷔하는 것이라고.

■ 잘하기보단 즐길 수 있기를

옥천 금강 유소년 야구 클럽은 실력에 의존하여 선수단을 구성하지 않는다. 승리에 집착하기보단 모두에게 야구를 경험해주고 싶기 때문. 지도의 방향성을 묻자 김형태 감독은 “그냥 야구 하는 걸 좋아하도록 해야지. 실력을 키우려고 강압적으로 다가가면 별로 재미없어해요”라며 “다들 야구를 사랑하고 즐거워해야 커가면서 점점 좋아지죠”라 말했다. 그의 대답은 다소 권위적으로 느껴졌던 감독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예체능 분야에선 못하면 맞고, 욕먹는 것은 당연하다시피 여겨진다. 그게 너무 싫었다. 적어도 자기가 지도하는 아이들만큼은 좀 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즐겁게 야구를 했으면 좋겠다 싶었다. 무더운 날씨에도 마냥 행복해하는 아이들을 보면 김 감독의 바람대로 되어가는 듯하다.

김형태 감독은 야구를 진지하게 준비하고 싶은 아이들에게 신흥초등학교 야구부 입단 테스트 기회를 제공한다. 야구부에 입단하고 싶어도 방법을 몰라 고민하는 아이들 혹은 학부모에겐 더없이 좋은 기회이다. 지인인 프로선수들도 옥천으로 초대해 프로에게 직접 야구를 배울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려 한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은 다 해주고 싶다는 김형태 감독. 옥천 출신의 프로야구 선수를 머지않아 볼 날을 기대하며, 내일 있을 옥천 금강 유소년 야구 클럽의 첫 대회를 응원해본다.

 

‘콜드게임으로 졌지만, 잘 싸웠다’

첫 대회 출전에서 용인 히터스에 8:0패배

경기 경험 쌓고 첫 승을 위하여 질주

14일 서울 장충리틀야구장. 추적추적 내리는 비가 오히려 고맙다. 상대하게 될 용인 히터스는 고학년으로 구성됐으며 숱한 우승 경력을 자랑하는 강력한 우승 후보. 언더독인 우리 입장에서 상대의 실책을 바랄 수 있는 비는 고마운 존재였다.

1회 초 선두타자로 나선 조이현 군이 볼넷으로 출루에 성공하며 경쾌한 시작을 알렸다. 연이은 두 명의 타자들이 삼진을 당하며 2사 1루의 상황. 집중력을 놓지 않은 옥천 금강의 타자들이 연달아 볼넷 출루에 성공하여 2사 만루의 찬스를 만들었다. 기선을 제압하고 경기를 리드할 수 있는 상황. 타자의 배트가 공을 빗겨나가며 아쉽게 찬스가 무산됐다. 

1회 말, 위기 뒤엔 기회가 따라온다 했던가. 실점 상황을 겨우 넘긴 히터스의 타자들은 매서운 공격으로 옥천 금강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수비에서 아쉬운 장면이 있었으나 우승후보인 히터스의 타선을 1실점으로 나름 성공적으로 틀어막는 데 성공했다. 

2회 초 1점을 뒤진 옥천 금강 유소년 야구 클럽의 공격. 김태양 군의 볼넷 출루와 곽윤철 군의 내야안타, 이준서 군의 볼넷 출루로 2사 만루. 안타 하나면 역전까지 노릴 수 있는 좋은 찬스를 맞이했지만, 상대 투수의 구석을 찌르는 패스트볼에 조이현 군의 배트가 헛돌며 아쉽게 좋은 찬스가 마무리됐다.

2회 말, 앞선 두 번의 만루 찬스를 살리지 못한 탓인지 아이들이 급격히 흔들렸다. 연이은 실책과 콜플레이 미스가 겹치며 내리 7실점을 하게 됐고. 8점 뒤진 상태로 3회를 맞이하게 됐다. 

대회 규칙상 3이닝 이후부턴 8점 차 콜드게임으로, 1점을 내지 못하면 경기가 종료되는 불리한 상황에서 이닝은 시작됐다.

3회 초 정이훈 군이 볼넷으로 선두타자 출루에 성공하며 공격의 포문을 열었다. 이후 김성준 군의 볼넷과 곽용민 군의 땅볼 출루로 2사 1, 3루. 안타 하나면 당장의 패배를 모면할 수 있는 상황. 타석에 나선 이지완 군이 투수의 패스트볼에 삼진으로 물러나 8:0 콜드게임으로 게임이 종료되었다.

“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말이 적합하다. 첫 대회 출전과 더불어 비교적 어린 나이라는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호시탐탐 득점 기회를 노리며 끝까지 경기를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첫술에 어찌 배부르랴. 지금처럼 야구를 사랑하고 즐길 줄 안다면, 9월에 있을 부여군수배 전국유소년야구대회에선 분명 승전보가 들려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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