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동창과 함께 ‘육회한오빠’ 음식점 창업한 김재연씨
향수한우타운 10년 경력의 노하우로 육회·육사시미 직접 만들어
옥천읍 삼양리가 고향, 어렸을 때부터 고깃집을 차려보는 게 꿈

가게 입구 주변에 개업을 축하하는 화환들이 죽 늘어서 있다. 화환에 ‘백종원도 울고 갈 가게’라고 적혀있는 축하문구가 이목을 끈다. 오픈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 이 가게의 이름은 ‘육회한오빠’다. ‘유쾌’와 ‘육회’라는 말이 같이 읽힌다. 가게 주인의 작명 감각이 탁월해 보인다. 안에 들어서자 드럼통테이블 위에 올려진 휴대용 가스버너와 깡통의자가 실내 인테리어와 조화를 이루면서 마치 포장마차를 연상케 했다.

옥천토박이 김재연(33)씨가 삼양리에 육회 전문점을 차린 이유는 명확하다. 옥천에 있는 식당 중에 육회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집은 없었기 때문이다. 중학교 친구인 한상용씨와 얘기를 나누다 ‘장사가 되겠다, 해보자’고 결심이 서서 같이 창업을 준비했다. 원래 1년 전에 가게를 열려고 했지만 중간에 착오가 생겨 미뤄졌다가, 2주 전부터 가게 문을 열기 시작했다. 생애 두 번째로 체인점이 아닌 창업을 준비하기까지 굴곡이 많았던 김재연씨와 12일 육회한오빠 가게 안에서 만났다.

■ 향수한우타운, 음식점, 정육점 거쳐 두 번째 창업

재연씨는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옥천을 떠나본 적이 없다. 삼양리에서 태어난 그는 삼양초등학교, 옥천중학교, 옥천상업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군대를 제대한 그 해에 향수한우타운에 들어가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고기 썰기부터 정육 관리, 주방일, 판매 등을 고루 익혔다. 재연씨는 향수한우타운에 일한 지 2년이 지나 먹자골목에서 ‘어서오소’라는 이름으로 6개월 동안 소고기 전문 음식점을 열었다. 그리고 다른 정육점에서 일하다 다시 향수한우타운으로 돌아와 7년 동안 일했다. 20대 시절을 향수한우타운과 고깃집에서 일을 배우며 모든 열정을 쏟았다.

“제가 23살에 향수한우타운에 들어가서 올해 2월에 나왔거든요. 잠깐 어디 갔다 오고 그랬지만 거의 9년, 10년 정도 있었죠. 워낙 일이 바빴어요. 향수타운에 잠깐 나왔을 땐 계속 똑같은 곳에 있는 것보다 몇 군데 돌다가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이 많았어요. 사람마다 작업하는 성향이 다 다르니까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었죠. 그러다 먹자골목에서 소고기 음식점을 열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고깃집을 차려보고 싶다’는 꿈이 있었거든요. 먹는 걸 좋아하진 않고요. 일찍 사장님이 되고 싶었어요. 이번에 친구와 뜻이 맞아서 육회 전문점을 차렸는데 감회가 새롭네요.”

가게를 열고 일주일을 지내보니 ‘옥천도 이렇게 사람이 많다는 걸 알았다’고 할 정도로 손님들이 꽤 붐볐다고 한다. 익히지 않은 날고기를 부담스럽지 않은 양만큼 먹고 싶은 사람들이 많았다고. 초저녁에는 어르신들이, 저녁 9시부터는 젊은 사람들이 주로 2차, 3차 술자리를 즐기러 찾아왔다. 한우 우둔살 부위로 만든 일반육회부터 고추장육회, 육사시미, 한우라면, 육회비빔밥, 한우물회 메뉴를 맛볼 수 있다. 이 중 사시미와 육회를 합친 육사세트가 잘 팔리고, 특히 사시미는 날것을 좋아하는 어르신들에게 인기 메뉴다.

■ 직접 만져온 고기의 노하우로 손님 입맛 사로잡다

대구를 거쳐 청주에 있는 작업장으로 온 소고기를 하루 쓸 수 있는 양만큼 가져다 쓴다. 육회 고기는 숙성육이라 재고가 남아도 괜찮지만 사시미는 생고기라 하루에 소진될 수 있는 양만큼 가져와야 한다. 가끔 가져올 양을 계산하지 못해 고기가 떨어진 일이 있었다고. 식감은 고기의 결이나 두께, 써는 부위에 따라 달라진다. 재연씨는 이중 양념이 고기맛을 좌우한다고 말했다. 설탕, 소금, 맛소금, 후추를 적절히 조합하고 다진마늘, 참기름, 배를 곁들여 손님상에 육회를 올리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고 한다.

“고기는 전문적으로 골라주시는 분이 갖다주세요. 예전부터 알아봤던 분들이라 꾸준히 연락하며 지냈어요. 그날 가져온 고기를 제가 확인해서 마음에 안 드는 건 따로 말씀드리죠. 보통 생고기는 기본적으로 마블링이 있거든요. 저는 마블링이 없는 걸 선호해요. 그런 쪽으로 요구를 해요. 그리고 소 개월 수가 60개월 이상, 70개월 이상이면 나이 든 소라 보통 60개월 이하를 요구해요. 60개월도 어리진 않지만 제일 먹기 좋은 쪽으로 얘기를 하죠.”

재연씨는 옥천에 있는 많은 청년들이 대도시로 떠나지만 다른 지역에 가볼 생각은 가져보지 않았다고 한다. 그만큼 고향을 향한 애착이 크다. 가게는 오후 5시부터 새벽 2시까지 연다. 당분간 오픈 시기라 쉬는 날 없이 계속 일에 열중하고 있다. 재연씨는 일이 어느 정도 체계가 잡히면 고기 공급이 어려운 일요일에 쉬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예전에 친구들과 볼링 치는 걸 좋아하며 취미생활을 누렸지만 지금은 모든 시계가 가게에 맞춰져 있다. 새벽 장사라 피곤하고 지치지만 아직은 버틸 만하다고. 앞으로 장사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을 전하며 가게를 열 준비를 시작했다. 

“이제 야채도 썰고, 국도 끓여놓고, 고기도 손질해야죠. 육회에 들어가는 고기는 소 엉덩이 한쪽 부위인 우둔살이에요. 우둔살에도 사시미가 나오는데요. 고기가 열이 있어서 상온에 두면 고기가 익어버려요. 원래 붙어있는 고기인데 이렇게 칼집을 내서 열을 빼줘야 해요. 도축장에서 잡자마자 바로 이 작업을 해요. 안 그러면 색깔이 붉은색이 떠야 하는데 적색이 되죠. 1~2시간만 내둬도 못 쓰니 그만큼 예민한 부위죠. 지금은 오픈 시기니까 그저 생각했던 양만큼 나갔으면 좋겠고요. 공간도 넓히고, 사람들도 더 고용하고, 다양한 사이드 메뉴도 발굴하면 좋겠어요. 음식 하나하나 정성을 다해 만들고 있으니까요. 저희 가게 많이 찾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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