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안부 / 문정문학 5집 / 이흥주
푸른 바람 솔향기 실어
나그네 가슴시린데
당재 날망 주막집 막걸리 한 사발
온갖 시름 내린다
발아래 휘도는 금강, 고개에 걸린 구름 한 조각
가을 녘 햇빛에 가물거리는데
심천장 가는 길
옛날 큰길로 서던 추억이 바람소리로 쓸쓸하다
콩 서너 말 등에 얹어 장 보고
고무신 몇 켤레 자루 속 넣어 넘나든 고개
굽이마다 절은 행수
나그네 가슴 쌓인 세월의 흔적 노을 속으로 맴돈다
세정골, 메주골 발아래 동네
오솔길 오가며 정 쌓던 고개 마루
제 밑 가로지르던 고속도로마저 옆으로 눈 돌리고
나그네 발길 뜸해지니
새소리 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