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을

편집자주_ 동이면 목사리에 살다가 충주로 이사가신 이가을 동화작가가 옥천주민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시를 매주 싣습니다. 함께 읽으며 시심을 키우는 코너가 되었으면 합니다. 

꽃잎 

김수영


누구한테 머리를 숙일까
사람이 아닌 평범한 것에
많이는 아니고 조금
벼를 터는 마당에서 바람도 안 부는데
옥수수 잎이 흔들리듯 그렇게 조금
  
바람의 고개는 자기가 일어서는 줄
모르고 자기가 가 닿는 언덕을
모르고 거룩한 산에 가 닿기
전에는 즐거움을 모르고 조금
안 즐거움이 꽃으로 피어도
그저 조금 꺼졌다 깨어나고
  
언뜻 보기엔 임종의 생명 같고
바위를 뭉개고 떨어져 내릴
한 잎의 꽃잎 같고
혁명 같고
먼저 떨어져 내린 큰 바위 같고
나중에 떨어진 작은 꽃잎 같고

나중에 떨어져 내린 작은 꽃잎 같고.

                         
 민음사 /김수영 시선 / 거대한 뿌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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