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최대 3만원, 기저귀 등 생필품도 추가 지원
치매안심센터 강은주 팀장, ‘함께 돕는다는 게 큰 행복’
7월부터 송영서비스 실시로 편리한 방문검사 및 재활치료 제공

달라졌다. ‘치매’란 질병이 보건소 안에 숨어있을 때와 완전히 드러났을 때의 풍경은 달라졌다. 상처난 것을 치유하지 못하고 자꾸 숨기게 되면 곪아터진다. 치매는 사회적으로 아픈 질병이다. 관계에 대한 기억을 잊어버린다는 것은 얼마나 무서운 일이던가. ‘치매’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순간 관계가 끊어지고 스스로에 대한 믿음도 저버리게 된다. 어떤 질병보다 사회 안에서 두려운 질병 이름을 걸고 문을 연 순간, 공포와 불안이 스멀스멀 사라지고 있는 지도 몰랐다. ‘치매’ 옆에 ‘안심’이 붙었다. 치유를 하면 늦출 수 있고 조금씩 회복될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치매안심센터는 ‘안심’을 하게 해주는 데 방점을 찍었다. 두려움에 벗어나 같이 울고 언제나 그 자리에 서 있으면서 공감과 극복의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창피해하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는 것, 정면 승부해서 맞서고 서서히 받아들이거나 극복하는 것. 이것이 중요하다.  

대부분이 ‘신체’ 건강에만 촌각을 세우지, ‘정신’ 건강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하다. 정신과 관련된 질병에 쉬쉬하는 것이 사실이다. 부끄럽고, 창피하게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감기에 걸리면 병원에 가고, 또 정기적으로 신체검진을 받는 것처럼, 정신도 마찬가지로 주기적인 검사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 그 중에서도 특히 ‘치매’는 당사자가 발병 사실을 숨기는 경우가 많고, 오래 방치했을 경우 완치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치매안심센터는 첫 돌을 맞아 그렇게 빛나고 있었다. 

옥천군치매안심센터에서 60세 이상 옥천군민의 정신건강을 위해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그 간 보건소에 소속되어 진행되었던 것이 지난 해 6월 치매안심센터로 분리 독립하며 올 해 첫 돌을 맞았다. 이전에는 보건소 내 정신건강보건팀 중 하나로 활동했으나, 독립과 동시에 센터와 팀 명칭도 함께 바뀌었다. 그간 녹록치 않은 재활치료 공간과 시설이 아쉬웠다면, 현재는 군민의 입장에서 더 실속 있고 편리한 ‘전문 치매관리센터’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강은주 치매관리팀장(56)은 1년 동안 많이 배웠고 정말 주민들한테 필요한 기관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 치매예방수칙 3.3.3 즐길 것, 참을 것, 챙길 것. 초기 발견이 중요

어떤 증상을 치매라고 할 수 있을까. 흔히 착각하는 것이, 치매환자는 가족과 지인을 식별하지 못하고 마치 어린아이처럼 행동해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정도가 심하다면 위와 같은 경우도 있겠지만, 강은주 팀장은 치매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버리라고 주문한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치매는 한 순간에 사람이 돌변하여 생뚱맞은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잠깐 잠깐 순간의 기억을 잃다가 그 텀이 길어지는 것이 보편적인 증상이다. 발병 원인 또한 스트레스, 혈관성, 알코올성 등 다양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완전한 예방은 어렵다. ‘초로기’라고 하여 만 60세 이하, 즉 약 45세에서 60세 사이에서도 발병하는 경우가 있어 중년층에게도 주의를 요한다. 전국 누적환자 통계에 따르면 전체 치매환자 중 10%는 초로기환자라고 한다. 강 팀장은 “치매와 건망증을 헷갈려 하는 경우가 있는데, 둘 사이엔 분명히 차이점이 있다. 건망증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친구와 약속을 했는데 약속장소에 나오지 않았다면, 왜 오지 않는지 물어봤을 때 ‘어머 깜빡했다. 미안해.’ 라고 하는 경우는 건망증이다. 그런데 ‘내가 언제? 우리가 약속을 했어?’라면서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는 치매에 해당한다”라며 단순 건망증 환자들이 지레 겁먹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언제 누구에게 찾아올지는 모르는 것이기 때문에, 평소 일상생활에서 센터에서 고하는 예방수칙을 잘 지키기를 권했다.

센터에서는 치매예방수칙 3.3.3을 내세우고 있다. 첫째로 3권, ‘즐길 것’. 주 3회 이상 규칙적인 운동과 신선한 채소와 생선 위주의 건강한 식단, 그리고 꾸준한 치매예방 인지훈련을 말한다. 실제로 센터 내에서 옥천과 인근 군민들을 위한 무료 헬스장이 운영 중이다. 다만 현재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잠정 중단을 한 상태이다. 상황이 안정화에 접어든다면 다시 무료로 운영할 계획이다. 또한 인지훈련을 위해 교구꾸러미를 집으로 발송하기도 한다. 총 5~6만원 상당의 퍼즐과 손 운동 마사지기, 지팡이와 바디로션, 그리고 돋보기가 달린 손톱깎이 등 교재 외 생필품도 함께 포장되어 있어 받는 이로 하여금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다음은 3금, ‘참을 것’이다. 술을 줄이고 담배를 피우지 않으며 머리를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다. 음주와 흡연은 발병 확률을 1.6배가량 높인다. 또한 외상에 의한 뇌손상은 알츠하이머성 치매와 연관되기 때문에, 되도록 머리에 큰 충격을 가하지 않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3권, ‘챙길 것’이다. 혈압과 혈당을 정기적으로 체크하고, 종교 활동이나 경로당 등 지속적으로 사회활동에 참여한다. 또 매년 치매선별검사를 받으면 조기검진에 도움이 된다. 이와 관련하여 센터에서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1년에 한 번 무료검진을 실시하고 있어, 비용적인 부담 없이 언제든 이용이 가능하다. 

강 팀장은 “코로나 이전에는 특수한 상황의 신청자의 경우 교구꾸러미를 직접 들고 방문하기도 했다. 현재는 모두 비대면으로 진행하고 있다. 교구 사용도 중요하지만, 사람을 꾸준히 만나는 것도 중요하다. 취미생활이 많을수록 치매 확률이 현저히 떨어진다. 또 지인이 발병 사실을 알았을 때 은연 중 왕따현상이 일어날 수 있기에 본인부터 이를 숨기기도 한다. 그런데 치료가 지연될수록 완치가 어려운 것이 치매다. 이럴 때는 전화 상담을 요청하면 된다. 주위에 알리고 싶지 않은 사람을 위해 방문시간을 정해놓고 그 시간대에만 상담을 진행할 수도 있다.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 달라”며 군민을 위한 적극적인 봉사정신을 보였다. 본 센터 업무시간 외의 상담은 24시간 중앙치매콜센터 1899-9988 번호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치매 전문인력 부족하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

현재 치매관리센터는 전국 각 지자체에 분포되어 있다. 원래의 직원규정은 3개의 팀으로, 총 18명의 인력을 권장하고 있지만 지금 상황으로써는 그대로 실행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옥천군의 치매관리팀은 총 9명. 그마저 사회복지사, 간호사 등 필수적 역할은 채워져 있으면서도, 임상심리사와 같은 추가적인 전문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임상심리사는 심리검사를 통해 환자 또는 환자 가족의 심리상태를 분석하는 업무를 한다. 또, 산출된 결과에 따라 개개인의 건강상태 관리, 맞춤형 심리치료 등 치료방안에서도 임상심리학이 쓰임으로써 센터의 핵심역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해당 인력을 구하기가 어려워 외부 강사와 일반 심리치료사의 손을 빌리고 있는 형편이다. 강 팀장은 “인근 도시인 충북 음성군에는 계약직 5명 포함 총 24명으로 구성된 3개의 팀(관리팀, 검진팀, 지원팀)이 있다. 인구의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옥천치매센터의 인력이 한참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봉급이나 출퇴근 거리 등을 이유로 해당 자격을 지닌 사람들이 기피하는 추세이다. 무엇보다도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해드리고 싶은데 이러한 한계가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농촌지역의 특성 상 인구 중 젊은 사람 자체가 적고, 또 인근지역에서 통근을 할 경우 출퇴근 시간이나 자차소지 등의 조건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원자부터 많지 않다. 또한 사회복지시설이 아닌, 사립 병원에서 근무하던 경력자는 상대적으로 적은 봉급에 지원을 꺼려하는 편이다. 농촌 고령화와 전문 인력난이 함께 대두되는 상황이다.

강은주 팀장

괜찮아요. 우리가 당신을 ‘헤아리고’, 곧 ‘마중’ 나갈테니.

 센터에서의 검사는 치매 전 선별검사와, 증상이 있는 경우 진단검사로 나뉜다. 선별검사는 연 1회, 진단검사는 주 3회 3시간 씩 진행된다. 원래는 주 5일을 기준으로 하였으나 최근 코로나로 인해 주 3회로 상담횟수를 줄였다. 작업치료사의 지도로 진행되는 인지재활 프로그램은 구슬퍼즐과 색칠놀이, 3D 입체퍼즐 등 수 십 여종의 교구가 준비되어 있었다. 핸드벨과 실로폰처럼 퍼즐부터 미술용품, 악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교구로 환자의 인지재활을 돕는다. ‘치료’보다도 ‘놀이’형식으로 진행되어 처음에는 거부감을 느끼던 환자들도 나중에는 본인의 작품에 성취감을 느끼기도 한다. 작업치료사 김혜정 씨는 “어르신들이 각자 취향대로 좋아하시는 활동이 다르다. 어떤 분은 어렵다고 하는 것을 다른 분은 가장 재미있다고 하기도 한다. 특히 화폐모양 퍼즐은 모두가 즐거워한다. 조금 어려운 교구를 완성했을 땐 뿌듯함에 사진을 찍어 자녀분에게 자랑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에 강 팀장 역시 “본 프로그램을 통해 완치까지는 아니더라도 진행속도를 늦추는 데에 확실한 효과가 있다. 때문에 시간을 내서 꾸준히 방문하셔야 좋다. 무엇보다 치매는 발병 전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초기에는 치료와 약 복용을 병행하여 완치가 되는 사례도 있다. 그 시기를 놓치면 진행속도를 늦추는 데에 주력한다. 기초관리대상자와 독거노인 등 여러 환경과 조건을 고려해 센터방문이 불가피한 환자는 직접 댁에 방문하기도 한다. 병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도 관심의 차이라 생각한다. 적극적으로 검사해보라”며 다시 한 번 신속한 초기 대응을 강조했다. 

치매환자만큼이나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사람이 바로 환자의 가족들이다. 그래서 이들 역시 주 1회 환자가 검사를 받을 동안 전문 심리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초반 치매환자를 이해하는 목적의 수업 형 프로그램인 ‘헤아림’이 끝나면, 다른 가족과 정서 및 정보를 교류하여 심리적 부담을 덜어주는 동아리 형 ‘마중’ 프로그램으로 변환된다. 강 팀장은 “현재 8명의 치매가족이 상담을 받고 있다. 대부분 환자의 배우자로, 상담 후 담소를 나누며 함께 손을 부여잡고 울고 웃기도 한다. 서로 의지가 많이 되는 것 같다. 예전에 한 환자가 돌아가시고 난 후 배우자분이 모임에 나와서 아무것도 하질 못하더라. 그냥 울기만 하셨고, 그를 다른 치매 가족들이 달래줬다. 너무 가슴 아픈 장면이었다. 환자 중에서도 친구 중 한 분이 돌아가시면 허전한 마음에 센터를 못 오시는 경우도 있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당사자 뿐 아니라 직원 역시 항상 진심을 다 해 활동을 진행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

약값부터 생필품까지. 꼼꼼한 개별지원으로 개인 부담 최소화

이렇듯 센터에서는 환자의 치료 및 회복을 위해 여러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두 달에 한 번 씩 80개의 기저귀와, 인당 총 80개의 ‘배회인식표’도 함께 제공된다. 배회인식표는 실종우려가 있는 환자의 옷에 인적사항이 적힌 스티커를 부착하여 도움을 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보통 목걸이나 팔찌 등의 악세사리 형태로도 제작되는데, 이는 거추장스럽게 여겨 잘 착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고자 만들어졌다. 환자가 자주 입는 옷 위에 부착하여 다리미로 다려주면, 여러 번 빨아도 지워지지 않는다. 덧붙여 월 최대 3만원의 약값까지 지원된다. 자비로 결제 후 건강보험관리공단에 예탁하여 청구하면 계좌로 돌려받는 식으로, 평균 약값은 월 7천원부터 3만원 사이에 책정되어 있다.

최근에는 방문이 어려운 환자들을 위해 송영서비스도 시작했다. 송영은 가는 사람을 보내고 오는 이를 반갑게 맞이한다는 뜻으로, 주요 정류장에 시간대 별 하루 총 6회에 걸쳐 운영된다. 각 경유지 및 센터 입구에 차량시간표를 게시하여 방문객의 편의를 돕고자 한다. 강 팀장은 “지금 송영서비스는 ‘현우’라는 공익요원이 자원하여 담당하고 있는데, 올 12월 제대 예정이다. 정말 성실히 잘 해줬던 친구라 벌써부터 제대하고 나면 어쩌나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치매환자나 가족이 아니더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봉사에 참여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다. 바로 ‘치매파트너’ 프로그램이다. 
 

치매파트너를 아시나요? ‘진짜’ 치매 정보를 널리 널리.

치매파트너는 초등학생 이상의 치매에 관심 및 호기심이 있는 사람이 중앙치매센터에서 제공하는 30분 정도의 영상강의를 시청하는 활동이다. 본 과정을 통해 치매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고, 끝까지 이수한 자에게는 수료증이 함께 나간다. 이에 더 나아가 실제적으로 봉사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치매파트너+ 과정도 있다. 보다 활동적으로 전문 강사와 함께 환자들의 재활치료를 돕는, 마치 보조강사와 같은 역할을 한다. 작년까지만 해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었지만, 이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올 해 활동은 불투명한 상태이다. 현재 옥천군 내 치매파트너는 180여명, 파트너+는 80여명으로 등록되어 있다. 

“파트너+는 대부분 은퇴하신 분이 많아요. 에너지와 시간적 여유를 봉사를 통해 쓰시는 분들이죠. 현재 목표는 환자 관리와 함께 젊은이들에게 치매에 대한 인식 개선이 목표에요. 편견으로 알려진 병이라 너무 속상할 때도 많아요. 원래 같은 직종에서도 다른 업무를 맡았었는데, 공무원이라면 꼭 해봐야 하는 업무라 생각해요. 나를 필요로 하는 이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행복합니다. 이 일은 저에게도 큰 행운이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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