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환 전 산림청장 안내 장계리 “뿌리깊은나무” 우연히 들렀다 발견
성장에 문제없지만 속이 썩어 대대적 수술해야, 향후 쓰러질 가능성도
군, 가치 있는 나무 평가, 수술하고 보호수 지정도 하겠다

조연환 전 산림청장이 우연한 기회에 400년된것으로 추정되는 상수리나무를 발견하고 보호대책을 마련하는데 도움을 줬다. 조연환 청장이 현재 나무 상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연환 전 산림청장이 우연한 기회에 400년된것으로 추정되는 상수리나무를 발견하고 보호대책을 마련하는데 도움을 줬다. 조연환 청장이 현재 나무 상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우연과 우연이 만나면 필연이 된다던가. 보은이 고향이고 금산에 거주하는 조연환(73) 전 산림청장과 안내면 장계리에 있는 카페겸 식당 뿌리깊은나무에 있는 400년 상수리나무는 필연이 될 인연이었다.

뿌리깊은나무는 안내면 장계리 장계교에서 주막말 방면으로 구불구불한 길을 한참 들어가야 만날 수 있다. 옥천과 별다른 연고가 조연환 청장은 지난달 10일 금산에서 서예활동을 하고 옥천에서 식사를 하러 왔다 뿌리깊은나무를 방문했고, 400년된 것으로 추정되는 노거수를 만났다. 굳이 옥천에서 밥먹을 이유도 없었고, 또 안내면 장계리까지 차 마실 일도 없지만 그날따라 어찌어찌해서 가게 됐단다.

일행들과 식사를 하고 차한잔 하려고 이동했는데 갈만한 곳을 못 찾겠는 겁니다. 그래서 누군가 뿌리깊은나무를 가보자 해서 가게 됐지요. 가본적도 없고 어딘지도 모르는 곳이지만 가자 해서 갔고요, 거기서 400년된 상수리나무를 봤어요. 보는 순간 한눈에 예사 나무가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전국에서도 보기 드문 상수리 노거수

조연환 청장은 일평생 산림청에서 일한 나무 전문가다. 상수리나무는 참나무의 하나로 신갈 떡갈 굴참 갈참 졸참 등 6종의 참나무 중 하나란다. 전국에 여러 고목 참나무가 있지만, 상수리나무는 그도 처음 봤다고.

뿌리깊은나무에 있는 상수리나무는 어른이 두 팔로 안아도 다 못안을 정도로 크다. 가지도 고르게 뻗어있고, 잎도 무성해 건강한 모습이었다. 세력은 물론 수형도 좋아 멀리서 봐도 눈에 확 띄는 나무였다고 한다.

오래된 참나무가 많은데요, 갈참나무나 상수리나무는 오래된 나무를 찾기 힘듭니다. 장성 백양사 입구에 갈참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는데요, 제가 알기로 상수리나무가 이렇게 오래된 것은 처음 봅니다. 굉장히 드문 경우고요, 정확히는 모르지만 400년은 됐다는데 그 정도 수령이 된 것 같습니다.”

400년된 것으로 추정되는 상수리나무. 성인 2명이 안아도 남을 정도로 크다. 사진 오른쪽이 뿌리깊은나무 백운배 대표.

 

썩어가는 뿌리깊은 나무, 보수 시급

현재 상수리나무는 큰 무리 없이 자라고 있다는 게 조연환 청장의 평가다. 다만 나무 기둥 안쪽이 썩어 외과수술이 시급하다고 평가했다. 나무 안쪽이 썩어 올라가는 상황으로 이대로 가면, 태풍 등에 나무가 버티지 못하고 쓰러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게다가 일부 가지가 지나치게 번성해 부러질 위험도 있었다.

조연환 청장은 곧바로 SNS ‘페이스북에 상수리나무를 살려야 한다는 글을 올렸고, 이를 본 사람들이 나무를 보호해야 한다는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옥천의 모 기업 대표는 나무를 살릴 방안이 없을 경우 본인이 돈을 부담하겠다고도 했고, “뿌리깊은나무를 운영하는 백운배 대표도 적극 나설 것을 약속했다. 뿐만 아니라 도서출판 행복에너지 대표이사를 하고 있는 권선복 대표이사는 지난달 출판한 책 행복에너지에 조연환 청장의 페이스북 글을 실어 여러 사람들에게 알렸다.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나서 여러 분들이 도움을 주셨습니다. 상수리나무를 보고 나서 서울에서 나무병원하는 친구에게 연락했더니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이 나무는 천연기념물까지는 아니더라도 보호수로 지정해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도와 군에도 연락해 보호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조연환 청장이 썩은 내부를 보고 진단하고 있다. 이대로 두면 태풍 등에 쓰러질 수 있어 외과수술이 필요하다 평가했다.

 

, 보수 및 보호수 지정 추진할 것

조연환 청장의 관심과 노력에 옥천군과 충청북도도 화답했다. 옥천군은 지난달 3차례에 걸쳐 나무 상황을 파악하고, 지난달 31일 청주에 있는 나무병원 의사에게 진단을 받기도 했다. 이를 통해 나무가 쓰러지지 않도록 외과수술을 진행할 계획이다.

더불어 충청북도와 함께 400년된 상수리나무를 보호수로 지정할 계획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옥천군 산림녹지과 금 관 과장은 보호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보고 관련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야기를 듣고 산림과에서도 세 차례 가봤습니다. 가보니 수세나 수형이 다 좋더라고요. 다만 나무 내부가 썩어서 더 이상 진행되지 않도록 나무병원에 요청해 보수를 하려 합니다. 이 나무는 보호수가 아니지만 노거수 정비사업 예산이 있어 조치는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지난 16일 도에서도 나와서 현장을 봤는데요, 도와 군에서도 보호수 지정이 가능하다고 보고 지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시 건강해지는 그날까지

조연환 청장과 상수리나무의 인연을 지켜본 뿌리깊은나무 백운배 대표는 덕분에 귀중한 나무를 지킬 수 있게 됐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본인이 장계리에서 사업을 하면서 이름을 뿌리깊은나무라 지은 이유도 이 상수리나무가 있어서였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부터 있던 나무였습니다. 주변 주민들 말씀이 한 400여년은 됐다고 해서 안내문도 만들었고요, 나무를 지키자는 취지로 카페 명도 뿌리깊은나무라 이름 지었습니다.”

백운배 대표는 3년여 전 충북대 식물의약전공 차병진 교수가 엑스레이 촬영을 했을 당시만 해도 나무에 큰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나무 기둥 내부가 썩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 일이라는 것이다.

당시만 해도 교수님이 이 나무가 산 만큼 더 살수 있을거라 했어요. 그런데 한 1년 안돼는 시기부터 나무가 썩기 시작하더라고요. 저도 이걸 잘 모르다가 몇 달 전 알게 됐는데요, 이 나무를 귀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그 분들이 나무를 이렇게 두면 안된다고 해서 알게 됐죠.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고민하던 차에 조연환 청장님을 만나게 된겁니다. 인연이라 생각을 했어요.”

조연환 청장은 우연이라도 오래된 상수리나무를 보존할 방법을 찾을 수 있어 다행이라 여겼다. 더불어 여러 사람들이 도움을 주겠다고 나선 준 것도 감사한 일이라 평가했다.

누군가 그러더라고요. 길을 잘못 들어서 (뿌리깊은나무에) 간 줄 알았더니, 상수리나무가 나를 초대한 것 같다고요. 그게 사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쓰러질 위험이 큰 나무를, 그것도 굉장히 보기 드문 400년된 상수리나무를 지킬 수 있게 되어 감사한 일입니다. 여러 분들이 도와주시고, 군에서도 적극 나서준다고 해서 다행입니다. 앞으로 건강해진 상수리나무를 보러 또 와야겠습니다.”

 

뿌리깊은나무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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